아침을 열며>귀촌일기 – 농촌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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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아침을 열며>귀촌일기 – 농촌의 겨울
박찬규 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 센터장
  • 입력 : 2020. 01.15(수) 13:18
  • 편집에디터
농촌의 겨울은 해 뜨는 위치도 아주 느리게 매일매일 변한다. 가을부터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면서 일출 시간도 늦어진다. 그러다 동지날에 해는 정동에서 남쪽으로 가장 많이 내려가 떠오른다. 동지를 전후해서는 지역에 불구하고 붉은 아침 햇살이 멋있게 주황색을 띠며 떠오른다. 이때 농촌의 겨울은 한가롭고 여유로운 듯 보인다. 그러나 깊이 들여다보면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기회가 농촌의 겨울이다. 가을걷이가 끝난 농촌의 들판은 한가로운 풍경으로 묘사되지만 겨울을 맞이하면서 농부들의 마음은 다음해의 농사를 준비해야 하는 마음으로 바빠지기 시작한다.



필자가 사는 동네는 벼수확이 끝나면 그 논에 논보리를 파종한다. 보리는 벼농사보다 손이 덜 가고 병충해도 거의 없어 농민들의 수익원으로 손색이 없고 수확기에 일정한 소득을 올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리농사는 농촌에서 겨울작물로 선호하는 품종이다. 남도지방에 많이 심는 밭작물은 지역마다 특색이 있는데 고추는 지역에 상관없이 많이 심는 작물중에 하나다. 봄에 파종해서 가을까지 수확하고난 고추대는 시간 여유가 있는 겨울동안에 걷어내는 작업을 한다. 고추를 지탱한 지주대를 뽑는 일과 터널을 만들었던 철사도 걷어내어 다시 올 고추농사를 준비한다. 올해도 고추씨를 직접 발아하기로 작정하고 지난주에 고추씨를 구입해 포트작업을 끝냈다. 겨울동안 정성을 다해 키워야 봄에 튼튼한 모종을 만들어 낼수 있기 때문이다. 농촌의 밭작물 재배에는 바닥에 풀을 잡기 위한 방편으로 대부분 비닐을 깔고 파종하거나 이양하게 된다. 그리고 수확이 끝난후 밭에 방치했던 비닐을 겨울동안에 제거작업을 한다. 또 겨울동안에 봄맞이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있다. 그중에서도 빼 놓을수 없는 작업중의 하나가 지난 여름 태풍과 강수량이 많아서 무너져 내린 논과 밭의 둑을 쌓고 보강하는 작업이다. 농사가 시작되기 전인 겨울동안에 마쳐야 한다.



연례 행사로는 작년에 수확한 콩으로 메주를 써 안방에서 띄워 보름이 지난후에 비닐 하우스에 메달아 놓고 장담을 날을 기다린다. 장은 구정이 지나고 보름이 오기전에 담가야 제 맛이 난다고 하는 풍습이 있어 주로 날짜를 맞추어 담는다. 콩을 수확하고 난 콩대는 불쏘시개로 쓰는데 손색이 없다. 작년 태풍으로 많은 유실수가 쓰러졌는데 겨울동안 시간여유가 있어 나무 하나하나에 지주대를 세우고 고정하는 작업을 하였다. 감나무와 매실나무는 태풍에도 끄떡없이 잘 견디는데 자두나무는 뿌리가 약해서 인지 대부분이 기울어져 혼자서 지주대를 세우는데도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농사를 짓다보면 풀과의 전쟁이기도 하지만 밭 주변에 대나무가 있으면 대뿌리의 침투로 많은 고생을 하게 된다. 대나무는 뿌리로 번식하기 때문에 겉에 나타나지 않고 계속 번지는 성질이 강하여 농약으로 죽이기가 쉽지 않아 뿌리를 파 없애야 한다. 겨울에 해야 할 일이다.



특수작물을 재배하는 농촌의 겨울은 더욱 바쁘다. 겨울 하우스 작물로는 딸기가 많고 풋고추와 각종 야채류를 생산하고 있는농가가 많다. 하우스는 비닐 덮개를 이중 삼중으로 하고 보온을 하여 온도를 조절해가면서 생산하기 때문에 정성도 2배가 든다. 그래서 특수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겨울이 더 힘든 농번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농촌의 겨울은 한가로운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많은 지역에서 이렇게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농작물 재배가 이루어 지고 있어 농촌의 겨울은 더 바쁘다. 작년에 태풍으로 많은 피해를 본 과일나무에 대한 손질도 필요하다. 그리고 퇴비를 준비하여 나무마다 풍성하게 시비하는 작업을 겨울동안에 마쳐야 한다. 도정하고 난후에 나오는 등재를 과일나무를 중심으로 넓게 깔아 놓으면 봄에 풀이 나는 것을 방지하고 해충으로 부터도 보호된다. 그동안 경험을 통하여 알게된 풀과 해충을 줄일수 있는 방법으로 겨울동안에 등재 작업을 마쳐야 한다. 농사철에는 바빠서 엄두도 못냈던 볏짚 공예를 올 겨울에 배워보려고 한다.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겨울이면 사랑방에 모여 가마니를 짜고 멍석을 만들던 아버지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올 겨울에 도전해 새끼꼬는 방법과 멍석만드는 방법을 터득해서 시제품을 만들어 보는것이 1차 목표다. 도시생활에서 맛보지 못했던 겨울을 귀촌해서 살아가고 있는 농촌의 겨울에서 뜻있게 맞이하고 있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