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와 '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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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총, 균, 쇠'와 '대전환'
박간재 경제부장·부국장
  • 입력 : 2019. 12.09(월) 14:40
  • 박간재 기자

#"유라시아 문명이 다른 문명을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라시아 인종의 지적, 도덕적, 유전적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 지리적(환경적) 차이 때문이었다"(총, 균, 쇠·재러드 다이아몬드·김진준 옮김·문학사상)

#포르투갈은 1년, 소련은 2년, 프랑스는 8년, 오스만제국은 11년, 영국제국은 17년만에 완전히 해체됐다. 미국제국 또한 2030년을 기점으로 27년 후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대전환·앨프리드 맥코이·홍지영 옮김·사계절)

최근 큰 맘 먹고 서점에 들렀다.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 '총, 균, 쇠-모든 이들의 최근 1만3천년 간의 짧은 역사'와 최근 출간된 '대전환' 두 권을 집어 들었다. 읽고 싶은 책을 들고 서점문을 나오니 발걸음 마저 경쾌하다. 언제 이렇게 가벼웠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밥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뜻이 이럴때 쓰는 말 아닐까. 그러고 보니 조정래의 '태백산맥', 김성종의 '여명의 눈동자' 등 장편 몇권을 제외하면 그 이후 책에 파묻혀 읽어본 기억이 없다. 그동안 책을 멀리한 데는 유튜브 등 '문명의 이기' 때문이었노라고 변명아닌 변명을 해본다.

집에 가자마자 '총, 균, 쇠' 부터 펴 들었다. 두 세권 합친 만큼의 두께가 오히려 반갑다. 주워 담을 지식이 그만큼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생태학자인 저자가 1972년 열대의 섬 뉴기니에서 조류의 진화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시작된다. 연구끝에 결론은 역사 진행의 차이는 환경적 차이 때문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 책은 대륙마다 문명의 발전속도가 왜 달랐는지를 설명해 주는 논증의 미학이 돋보인다. 인류발전의 기원인 '인종설'과 '환경설' 중 저자는 후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문명의 발전을 보면 유럽 대륙은 위도를 따라 동서방향으로 연결된 덕택에 식생, 환경이 유사했고 동식물과 인간의 이동이 자연스러워 고립도가 덜했다. 반면 아프리카와 남북아메리카는 남북으로 형성된 수직적 대륙인 탓에 기후대와 식생대가 달라 서로 교류가 드물어 폐쇄적일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발전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다시한번 '그 대륙의 거주자들이 우수해서가 아니라 그 지역이 그저 농업혁명을 일으킬 수있는 다양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일깨워 준다. 즉 야생동물과 야생식물이 거기에 있었기에 가축화와 재배가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자연스럽게 인구가 늘었고 기술발전속도가 빨라지면서 문명화 됐다는 주장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감동보다는 충격이 더 크게 밀려왔다. 그동안 '인간의 우수성'과 '선택적 인종'의 결과물로 생각했던 문명의 발전이 사실은 지리적, 환경적 요인 때문이었다니. 저자는 인간의 두뇌가 뛰어나거나 만물의 영장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사는 그곳의 지리적, 환경적 요인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일갈한다. 그동안 인간의 오만함이 얼마나 컸던가 절로 고개가 숙여 진다.

미국의 쇠퇴를 점친 책 '대전환'의 전망은 더 위협적이다. 미국 역사학자 앨프리드 맥코이는 미국-스페인 전쟁부터 양차 세계대전과 냉전시대를 거쳐 21세기 사이버·우주전쟁 시대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걸어온 한 세기를 돌아본다. 인류 역사상 모든 제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미국 제국 또한 몰락할 것이라 전망한다. 저자의 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덕택에 한국과의 인연을 언급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책은 크게 △미국 제국의 이해 △미국의 생존전략 △미국 쇠퇴의 역학으로 나뉜다. 전세계 감시국가로서 미국과 독재자, 고문과 제국, 비밀공작의 지하세계, 펜타곤의 비밀병기 등 그동안 공개되지 않는 내용들이 즐비하다. 마지막 장에는 '미국 세기의 종말 시나리오'를 언급하며 경제와 군사력, 기후변화 등으로 맞닥뜨리게 될 '2030년 시나리오'를 들려준다. 저자의 말처럼 현재의 미국이 꼭 그 해 몰락할 것 같지는 않다. 노스트라다무스도 지구종말론을 외쳤지만 아직도 멀쩡하지 않는가.

위 두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 도태되지 말고 미리 준비하라는 조언으로 들린다.

건설업과 자동차, 농업 등 제조업 중심의 광주·전남지역 경제상황도 요원할 수는 없다. 2030년 광주·전남에는 어떤 산업이 우뚝서 있을까. 광주시는 현재 인공지능(AI), 공기산업과 자동차산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소셜벤처기업도 향후 광주 먹을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도는 블루이코노미를 내걸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광주·전남지역의 경제상황도 현재의 세계적 패러다임에 맞춰 도태되지 않도록 빠르게 적응해 가야 할 일이다.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