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피해 판례 따른다는 국방부... 주민들 "보상 축소 우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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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소음피해 판례 따른다는 국방부... 주민들 "보상 축소 우려감"
광주 경과보고회서 국방부 관계자 ‘기존 판례’ 언급||주민들 “타지역 형평성 맞춰 85→80웨클로 낮춰야”||정부 주도 소음영향도 평가에 결과 달라질까 걱정도
  • 입력 : 2019. 11.21(목) 19:19
  • 김정대 기자
21일 광주 광산구청에서 '군공항 소음피해 보상법' 제정에 따른 김동철 국회의원과 국방부 관계자 등의 경과보고회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월31일 '군공항 소음피해 보상법'이 첫 발의 후 15년 만에 통과되면서 민사소송 없이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게되는 길이 열렸지만 주민들의 근심은 더 깊어가고 있다. 국방부가 기존 판례를 통해 보상기준 등을 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동안 85웨클(WECPNL, 항공기 소음 측정 단위) 이하로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묵살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서다.

●피해기준 85웨클 그대로 가나

21일 광주 광산구청 대회의실에서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군공항 소음피해 보상법) 통과에 따른 국방부 관계자의 주민 대상 경과보고회가 열렸다. 해당 법안은 지난 10월31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지난 2004년 김동철 의원에 의해 법안이 처음 발의되고 15년 만에 이룩한 성과다.

그간 민사소송을 통해 어렵사리 손해배상을 받아온 피해주민들은 법 통과에 따른 보상절차와 기준, 보상범위 등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자리에 참석했다. 하지만 국방부 관계자로의 설명을 청취하며 못해 아쉬운 표정이었다.

군공항 소음피해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보상기준과 그에 따라 정해질 대상 범위다. 법안이 통과됐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 향후 시행령 등을 통해 정하게 되는데, 국방부 관계자가 기존 민사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기초가 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광주의 경우 그간 판례를 보면 대도시라는 이유로 85웨클을 기준으로 배상이 이뤄졌다. 반면 강릉, 원주, 서산, 평택, 군산 등 소도시는 80웨클로 기준이 낮았다. 피해주민들은 대도시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그동안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항의해 왔다. 하지만 현재 국방부 안 대로라면 이는 묵살될 가능성이 높다.

국강현 광산구 소음피해대책위원장은 "선진국은 75웨클이 기준이다. 우리는 그나마 다른 지역과 동일하게 80웨클로 낮춰달라는 것인데도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형평성 문제가 고스란히 남아있어 갈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소음피해 측정절차에도 의구심

국방부 관계자는 향후 소음피해를 측정해 보상액 책정의 기준이 될 '소음영향도 조사'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소음영향도 조사는 내년 중 시행령 제정 작업 등과 함께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는 내년 초부터 전문업체를 통해 비행장과 사격장 주변의 소음영향도 조사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지점과 기간은 지역별 주민 의견을 수렴해 추진한다. 소요 기간은 1년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1회성 측정이 아닌, 1년 단위의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측정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박길성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은 "소음 측정은 비행기가 이·착륙 할 때만 두고 산정하는 게 아니다. 주·야간, 계절별 등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측정해 나온 평균치를 적용하게 된다"면서 "국내 전문업체가 대부분 동원될 것이고 시간도 1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소음피해 측정 절차가 기존과 다소 차이가 있게되면 최악의 경우 배상을 받아왔던 사람이 국방부 측정에서는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갖고 있다.

한 피해주민은 "측정 방식이 그동안 민사소송에서 이뤄져 온 것과 완전히 동일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보상금 책정에 전입시기, 실제 거주기간 등에 따라서 차등 적용한다고 해 오히려 액수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며 "측정 업체 선정 등을 국방부가 주민들로 이뤄진 협의체 등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시근로자 보상·군공항 이전 촉구

이날 참석자들은 향후 시행령 제정과 개정안 마련 등을 통해 보상 기준을 75웨클까지 확대하는 한편, 보상 대상을 거주자 외에도 소음피해지역에 상시 근무하는 근로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또 소음피해의 근본 원인인 군공항 이전이 국책사업인 만큼 정부와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주민들은 "군공항 이전사업은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임을 명심하고 국방부가 주체다"면서 "이전대상지역 주민 설득과 지자체 간 갈등 중재에 대해 방관자가 아닌 책임자로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대 기자 noma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