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고, '친일 교가' 버리고 새 교가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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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광주일고, '친일 교가' 버리고 새 교가 부른다
학생독립운동 발원지서 친일 잔재 일소
  • 입력 : 2019. 11.12(화) 16:52
  • 편집에디터

광주제일고등학교 학생들이 이달부터 '친일 교가' 대신 학교 정체성을 담은 새로운 교가를 부르게 됐다. 광주일고가 광주 학생독립운동 발원지라는 점에서 66년 만에 학교의 명예로운 전통에 걸맞은 교가를 갖게 된 것은 의미가 자못 크다 하겠다.

광주시교육청과 광주일고에 따르면 학교 측은 오는 19일 오전 11시 교내 강당에서 새 교가 발표회를 연다. 동창, 학부모 등을 초청해 그동안 경과를 보고하고 동문 관현악단의 연주에 맞춰 교내 합창단과 전교생이 제창한다. 이 학교 동문이자 민주성지 광주를 상징하는 노래인 '님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씨가 학생 공모로 선정된 노랫말에 곡을 붙였다. 광주일고 교가는 친일 성향으로 분류된 작곡가 이흥렬이 만든 노래로 1953년부터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신인 광주고등보통학교로부터 이어진 역사성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광주고보는 1929년 11월 3일 가두시위 등으로 표출된 항일 학생운동의 주역이었다.

전통과 상징성을 가진 광주일고 교가 교체는 다른 학교 교가 교체에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올 초 광주시의 의뢰로 광주교대 산학협력단이 조사 용역을 실시한 결과, 일제 강점기 전후에 만들어진 광주 지역 15개 학교 교가가 현제명·김동진·김성태·이흥렬 등 친일 작곡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각 학교가 '친일 교가'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지난 5월 광덕중·고교가 처음으로 새 교가를 만들어 부르게 됐다. 대동고, 금호중앙여고, 숭일고 등 광주 지역 13개 학교에서도 올해 안에 '친일 교가' 교체작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이런 노력들은 올해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는 학교 현장의 가치가 남다른 실천 운동이다. 교가는 학생들이 동문이라는 소속감과 우정을 나누는 정서적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올바른 역사를 배워야 하는 학생들에게 친일 잔재를 일소하는 것은 늦은감은 있지만 교육적인 효과가 큰 의거(義擧)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