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무기 그리고 개도국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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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식량무기 그리고 개도국 포기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 입력 : 2019. 10.27(일) 16:30
  • 서울=김선욱 기자
식량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먹을거리다.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인류 역사에서 식량과 관련된 사건들이 많다. 국가간 전쟁에선 안정적인 식량 보급이 가장 중요했다. 식량 보급이 차단돼 패전하는 사례는 흔했다.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니 굶주림과 병으로 군대가 와해됐다.

막강한 전투력을 자랑하며 승승장구하던 나폴레옹 군대는 러시아에서 혹독한 겨울과 식량 보급에 실패해 패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군과 일본군도 연합군의 폭격 등에 의해 식량보급이 차단돼 굶주리다가 항복하기도 했다. 영국은 독일 해군의 유보트(잠수함) 때문에 한때 본토에 식량이 일주일치만 남은 적도 있었다. 다행히 대잠 작전의 성공과 미국의 물자 원조로 '아사' 위기를 면했다. 식량을 전쟁 무기로 사용한 사례도 있다. 미국은 소련-아프간전쟁 당시 소련에 대한 식량 판매를 중지해 압박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은 어디일까.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은 따로 있다. 인류의 식탁을 좌지우지하는 기업, 바로 '곡물 메이저'다. 세계 곡물시장의 큰 손이다. 대표적인 곡물 메이저는 미국의 카길, 프랑스의 루이 드레퓌스, 아르헨티나의 붕게, 스위스의 앙드레 등이 있다. 한국 곡물시장의 72.9%는 카길 등과 일본계 곡물 무역상사가 장악하고 있다고 한다.

곡물의 궁극적인 출발점은 종자다. '농업의 반도체'로 불리는 산업이다. 금보다 더 비싼게 종자란 말도 있다. 좋은 품종이 개발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종자자급률은 30% 이하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양파 28.2%, 사과 19%, 배 13.6%, 포도 4%, 감귤은 2.3%의 종자자급률을 보인다.

정부가 지난25일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쌀 관세율과 정부보조금 지원 등에서 선진국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할 수 있는 지위를 내려놓겠다는 얘기다. 농업계는 "식량주권 포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식량은 밥인 동시에 무기도 될수 있다. 식량자급 기반이 무너지면, 무기가 돼 돌아온다.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