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찬스' 전남대병원 채용비리 거센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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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아빠 찬스' 전남대병원 채용비리 거센 후폭풍
경찰 수사 전방위 확대… 업무 방해죄 등 적용 검토||의혹 당사자 간부 보직 사퇴… ‘꼬리자르기’ 반발||시민단체 “책임자 처벌·재발 방지” 병원장에 요구
  • 입력 : 2019. 10.22(화) 18:02
  • 양가람 기자

22일 오후 2시 광주청년민중당을 포함한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전남대학교병원 분수대 앞에서 전남대학교병원 채용비리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문을 낭독했다. 양가람 기자

22일 오후 2시 광주청년민중당을 포함한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전남대학교병원 분수대 앞에서 전남대학교병원 채용비리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문을 낭독했다. 광주청년민중당 제공

전남대학병원 채용비리 후폭풍이 상당하다. '아빠 찬스', '삼촌 찬스', '품앗이 채용' 등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비리 전반에 대해 경찰이 수사의 칼을 겨누고 있다.

비리의 중심에 선 병원 간부는 22일 사퇴했지만, 채용 비리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거세다.

●전방위 확대된 경찰수사

경찰 수사는 전방위적으로 확대된 모양새다.

전남대병원 노조 고발로 수사에 나선 광주 동부경찰은 소위 '아빠 찬스'뿐만 아니라 '품앗이 면접'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했다.

앞서 전남대병원은 지난해 교육부 감사에서 부적정 채용 행위가 적발돼 교육부로부터 중징계 1명, 경징계 12명, 경고 9명 등의 인사 조처를 요구받았다. 병원 측은 일부 직원들이 채용 관리 업무에 참여하긴 했지만 불법 행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이 중 12명에게 감봉 1명, 경고 11명 조치를 했다. 전남대병원 노조는 병원 측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느라 합당한 처벌을 하지 않았다며 지난달 광주지검에 관련자들을 채용비리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은 노조가 검찰에 고발한 사건을 넘겨받아 병원 관계자 다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해 채용 과정 전반을 조사 중이다. 전대병원으로부터 받은 서류를 분석 중이며 국감에서 언급된 교육부 공공기관 채용 비리 감사 자료도 확보할 예정이다.

경찰은 고발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업무방해죄 구속요건을 확인 중에 있다.

●'채용비리' 간부 사퇴

채용비리 의혹의 당사자인 김성완 사무국장은 이날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사무국장은 국정감사에서 아들, 조카 뿐 아니라 아들의 여자친구까지 높은 성적으로 병원에 채용했다는 지적을 받은 당사자다.

전남대학교병원 관계자는 "(김성완 사무국장은) 직을 내려놓은 것이지, 사표를 던진 것이 아니다"며 "사무국장 임기는 내달 19일까지인데, 경찰 수사 착수로 보직 사퇴를 했고 자연스레 미뤄온 공로연수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무국장은 지난 6월부터 공로연수 대상자였지만 연장 근무를 하겠다는 본인의 의사와 병원장의 승인을 거쳐 그간 공로연수를 떠나지 않았다. 이번 보직 사퇴로 자연스럽게 공로연수에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전 사무국장의 보직 사퇴는 '꼬리자르기'라고 비판했다.

광주청년민중당 관계자는 "(이번 채용비리는) 병원장의 무능함과 사무국장의 사적이익의 야비한 합작품"이라면서 "병원은 비리의 의혹에 서 있는 그를 파면하기는커녕 공로연수를 보냈다. 권력 상층부의 꼬리자르기식 행태"라고 말했다.

전남대병원 노조 역시 "채용비리 몸통인 김 사무국장을 파면해야 한다"며 "김 사무국장이 공로연수에 들어간다는 얘기가 있지만 채용비리로 부정을 저지르고 병원 명예를 실추시킨 사람에게 공로연수는 가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진상규명 요구 거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는 연일 이어지고 있다.

민중당 광주시당 20∼30대 청년 당원 등은 이날 광주 동구 학동 전남대병원 본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채용 비리 의혹 당사자인 사무국장의 해임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전남대병원 사무국장의 '아빠 찬스, 삼촌 찬스'가 가능했던 것은 병원장의 무능과 사적 이익을 위해 채용 비리를 저지른 사무국장의 야비한 합작"이라며 "병원장과 사무국장은 책임지고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중당 청년당원 뿐 아니라 전남대병원 노조 등 시민사회단체도 함께 했다.

김혜란 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원 지부장은 "채용비리와 고용세습이라는, 지역 내 최고 공공병원의 민낯이 드러났지만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병원은 이번 채용비리의 범죄자를 당장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기담 민중당 사무처장은 "권력과 채용이 유착된 몹시 중대한 이번 사안에 대해 청년들은 심한 박탈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병원장 면담과 사과를 요구하며 행정동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청년민중당 대표 등은 오후 4시부터 20여분간 이삼용 병원장을 만나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또 진상규명과 채용비리 탓에 불합격한 이들에 대한 구제방안 마련, 재발방지 장치 마련, 책임자 처벌 등을 병원장에게 요구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