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대 발걸음 뗀 남자 수구 "관심·지원이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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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세계무대 발걸음 뗀 남자 수구 "관심·지원이 필요할 때"
한체대 국내 유일팀… 팀 전무한 상태 전지 훈련도 못가 ||이번 대회서 유망주들 발굴돼 선수층 강화 계기 됐으면
  • 입력 : 2019. 07.23(화) 18:45
  • 최황지 기자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경기 최종전에서 값진 승리를 따낸 남자 수구 대표팀이 2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 내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광주세계수영대회조직위 제공
"1승으로 대한민국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번 기회로 남자 수구도 한단계씩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러다보면 남자 수구가 아시아의 정상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한국 남자 수구가 23일 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수구 15·16위 뉴질랜드와의 순위결정전에서 17-16으로 승리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표팀의 주장 이선욱(31·경기도청)은 이 같이 각오를 밝혔다. 이날 수구 대표팀은 뉴질랜드와 4쿼터 팽팽한 접전을 펼친 뒤 승부 던지기에서 5-4로 이겨 대회 첫 승을 수확했다. 남자 수구의 첫 세계선수권 데뷔 무대에서 값진 승리를 거둔 대표팀은 더 큰 미래를 꿈꿨다.

기자회견에서 이승재 코치(47)는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1승을 염원했는데 응원해주시는 국민들 덕분에 값진 승리를 거뒀다"며 "모든 선수단이 하나가 돼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신체 조건에서 서구권 선수들에게 밀리는 한국은 혹독한 체력·근력 훈련으로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애썼다고 했다. 이 코치는 "대표팀은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힘든 훈련을 매일 소화했다. 아마 일반인이었다면 훈련 도중 익사했을 정도로 강도가 셌다"며 "이를 모두 이겨낸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날 승부 던지기에서 좋은 선방으로 한국에게 승리를 안긴 골키퍼 이진우(22·한국체대)는 "뉴질랜드와 체격과 파워면에서 차이가 많이 났지만 관중분들이 많이 찾아와줘서 힘이 더 났다"며 "이번 기회로 수구 팬이 된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좀 더 열심히 해서 목표를 한 단계씩 높여 다음엔 2승, 3승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표팀 부주장 권영균(32·강원수영연맹)도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수구가 한 발짝 전진할 수 있었다"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선욱과 대표팀은 남자 수구의 성장을 위해선 전지훈련이 필수적이라고 당부했다. 이선욱은 "대표팀에 오래 있었지만 전지훈련을 가지 못했다"며 "해외에서 훈련을 하다보면 다양한 팀들이랑 상대할 수 있고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생길 수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대회를 위해 훈련한 남자 수구 대표팀의 여건은 좋지 않았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5위로 마친 대표팀은 바로 훈련을 재개하지 못했다.

이 코치는 "선수와 지도자 선발이 늦어져 4월 중순에야 모일 수 있었다"며 "3개월간의 짧은 훈련만을 거친 후 이번 대회를 뛰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코치는 지속적인 수구 선수 선발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코치는 "14명의 대표팀 선수 중 부상 선수가 한 두 명 있을 땐 선수가 모자라 청백전 훈련이 진행되지 않아 훈련에 방해가 된다"며 "코치로서 부상 중인 선수들에게 훈련에 참여하라고 말할 순 없지 않느냐. 선수 선발이 지속적으로 되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이선욱은 "수구에는 상무팀이 없어 병역문제가 늘 걸림돌이 된다"며 "나도 군대를 다녀오느라 선수 생활을 오래 쉬었는데, 후배들은 상무팀에서 수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대표팀의 다음 목표는 2020년 도쿄올림픽이다. 내년 2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리는 아시아워터폴로챔피언십에서 한국은 아시아에 주어진 쿼터 1장을 노린다.

강호 일본은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을 확정해 경쟁 상대에서 빠졌다. 하지만 여전히 카자흐스탄, 중국, 이란 등 넘어야 할 산들이다.

이 코치는 "이번 세계선수권을 통해 힘과 체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며 "하체와 몸 중심 근력을 중점적으로 키우고, 체력 훈련을 더 강화해 올림픽을 노려보겠다"고 다짐했다.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