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대회는 면죄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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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광주세계수영대회는 면죄부가 아니다
  • 입력 : 2019. 05.01(수) 17:15
  • 진창일 기자
대의(大義)를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이라도 정당화될 수 있는가? 위정자들에게 대의란 흡사 신성불가침, 종교와도 같은 성역이자 '면죄부'.

가톨릭교회 사상 최악의 흑역사이자 종교개혁의 기폭제가 됐던 면죄부. 가톨릭 교황청은 부실한 재정과 베드로 대성당 건축비에 쪼들리다 어떤 죄인이더라도 돈으로 천국에 갈 수 있는 권리를 사는 면죄부를 팔았다. 정치와 종교가 흡사 한 몸이었던 '제정일치' 사회였던 만큼 당시 가톨릭교회는 종교라 할지라도 위정자의 한 축이었다.

재정 확충과 베드로 대성당 건립이란 그들의 대의는 백성들에게 면죄부를 팔게 한 또 다른 면죄부이자 자기합리화였다. 절대 선을 추구하는 종교라 할지라도 그릇된 수단은 신뢰에 금이가게 했다.

광주시에게는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면죄부인 듯하다. 대회를 치르기엔 예산이 부족했기에 금융감독원에게 증권사, 생명보험사, 카드사, 저축은행, 금융지주회사 등 금융기관에 후원을 독려해달라는 공문까지 보냈으니 말이다. 그 공문은 광주시 염방열 수영대회지원본부장, 광주시 이병훈 문화경제부시장의 검토·결재가 있었다. 단순한 행정적 착오라고 보기도 어렵다.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기관에 후원을 독려해달라 부탁하다니 신선한 발상이다. 광주시는 금감원에 금융기관 후원 독려 요청을 하는 것에 '적절성 검토'가 있었는지 묻는 말에 "그렇게라도 하지 않고서는 대회를 치를 수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또 "광주세계수영대회 성공을 위해서라도 좋은 마음으로 바라봐 주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

보도하지 말아 달라는 소리였다.

광주시는 "광주세계수영대회 예산은 1697억원인데 2011년 열렸던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 예산 약 3600억원에 비하면 책정부터 잘못된 것"이라고도 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은 공감한다. 또 늘릴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런데 광주시 요청처럼 실제로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후원을 요청했다면 금융회사들 눈에 곱게 보였을까? 만약 실제 후원이 이뤄진 뒤 논란으로 이어졌을 때 후폭풍은 누가 감내해야 할까?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부터 '문서 위조'로 홍역을 치렀던 광주다. 먹칠은 광주시가 아니라 광주시민이 당하지 않을까? 그때도 대회 성공을 위해서였다고 하려나.

아이러니하게도 광주시는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예산을 늘어나는 것은 숨긴다. 광주시는 지난 3월 문체부에 △선수촌 운영 물자임차 △조직 관리 및 대회 운영비 등 명목으로 105억원의 시비 예산을 늘리는 자율조정을 승인받았다. 다 세금이다. 돈 많이 쓰는 대회라고는 보이고 싶지 않나 보다.

진창일 기자 changil.j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