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개입"… 반공주의 들쑤셔 5.18 폄훼.왜곡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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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북한군 개입"… 반공주의 들쑤셔 5.18 폄훼.왜곡 꼼수
팩트 체크 2 북한군이 광주에? || 실체없는 설.설 끝까지 주장… 계엄군 폭력 정당화|| “신군부의 ‘불온세력’ 극우의 ‘북한군’ 본질은 같아”
  • 입력 : 2019. 02.19(화) 20:27
  • 진창일 기자
강원 5·18 민주화운동동지회 최윤(강원대학교 영어교육과 76학번)회장이 김래용 회원, 정선 변호사와 함께 18일 오전 강원 춘천시 춘천지방검찰청을 찾아 최근 5·18 북한군 개입 관련 발언을 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을 고소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과 북한을 연결지으려는 극우세력의 시도는 집요하다. 극우논객 지만원 등이 내세우는 '북한군 개입설'이다. '북한에서 내려온 특수군 600명이 주도한 게릴라전'이라는 주장이다.

이미 밝혀진 '거짓'이다.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기밀 해제 문서 △지만원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 △전남경찰청 보고서 등을 통해서다.

'학살'의 장본인인 전두환 마저도 "북한군 개입설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여전히 5·18민주화운동을 '공격'하는 수단이다.

전문가들은 "5·18민주화운동을 부정하고 불온세력이 선동한 폭동으로 조장해 계엄군의 폭압과 살생행위를 지우려는 시도"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에 반공주의를 집어넣어, 대한민국의 분열과 갈등의 요소로 낙인찍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도 있다.

●끊임없는 '거짓 북한' 집착

지만원 등 극우세력이 내세우는 '북한군 개입설'의 핵심은 '600명의 광수(광주에 온 북한특수군)'다. 이들이 배후가 돼 일으킨 '사태'라는 주장이다. 지만원은 과거부터 5·18 당시 시민들이 찍힌 사진을 두고 북한군 특수부대라고 주장해왔다. 또 사진 속 시민들에게 일련 번호를 매기고 '○○번 광수'라고 일컫는다. 국립5·18민주묘지에 남은 '무명 열사'들도 북한 특수군이라 주장한다.

모두 거짓이다. 지만원은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71번 광수'로 광주에 파견됐다고 주장했지만, 분석 결과 시민군이었던 박남선씨였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지만원이 북한 특수군, 광수로 지목한 광주시민, 5·18기념재단, 5월 3단체(부상자회·유족회·구속부상자회) 등이 지만원과 뉴스타운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지만원의 주장은 허구로 드러났다.

●남북한 대화록에 '북한군' 없어

1980년 남북이 총리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 실무대표회담 상황이 기록된 '남북한 대화록'에서도 5·18과 북한군의 상관관계는 확인되지 않는다.

전남대학교 5·18연구소 김희송 연구교수의 '1980년 5월 광주, 그리고 북한-북한 개입설에 대한 비판적 고찰'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는 '남북한 대화록'을 통해 1980년 1월부터 10월까지 북한의 도발을 △3월23일 한강하류 무장공비 침투 △3월25일 경북 포항 무장 간첩선 침투 △3월27일 군사분계선 무장간첩 침투 △9월9일 동해 조업 어선 피랍 등 4건만 기록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지만원 등 극우세력이 주장하는 북한군 개입설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남북 정부의 대화록을 분석했다.

신군부가 1980년 5월17일 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5·18민주화운동이 시작됐음에도 남북은 실무회담을 멈추지 않았다. 남북은 2월6일 1차 실무회담부터 시작된 실무회담을 5·18민주화운동 중인 5월22일 8차 실무회담에도 멈추지 않았고 6월24일 9차 실무회담, 8월20일 10차 실무회담까지 계속 이어나간다.

지만원과 극우세력들이 주장하는 대로 5·18에 북한이 개입했다면 우리나라 정부는 공식항의하거나 회담을 중단시켜야 맞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5월22일 실무회담에서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한 항의나 이의제기는 하지 않았고 그 이후 대화록에서도 5·18과 북한군의 상관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오히려 북한이 5·17 계엄령 조치 원인에 '북한 위협설'을 제기한 것과 광주에서 벌어진 유혈참극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를 비난했음에도 우리나라 남북한 대화록 최종 보고서는 북한의 언급을 남한 내부문제에 대한 부당한 문제제기, 회담을 지연시키기 위한 고의적 트집이라 평가했다고 분석했다.

●북한 집착… 5·18 부정 시도

'거짓'으로 판명난 '북한군 개입설', 여전히 멈추지 않는 이유는 뭘까.

김희송 교수는 지만원과 극우세력이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원인에 대해 "5·18민주화운동 자체를 부정하려는 기류로 신군부가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깎아내리며 배후에서 조종한 폭동이라 했던 것과 일치한다"고 했다.

광주시민들이 '불순분자'의 유언비어에 넘어가 계엄군에 맞섰다는 신군부의 주장을 북한군으로 덧칠한 것이란 해석이다.

김 교수는 "5·18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을 덧씌우면 계엄군의 폭력은 사라진다. 주체가 누구였느냐가 중요하기 보다 누군지 갖다붙이기만 하면되고 그것이 북한군인 것이다"며 "북한군이 실제 왔다, 안왔다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불의한 국가권력에 맞선 시민들의 정의로운 저항이란 큰 성격을 부정하고 반공 이데올로기를 심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유공자 명단에 대한 집착도 마찬가지다. 5·18 유공자에 논란과 북한이란 반공요소를 제기하면 계엄군의 폭압과 살생행위도 사라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다.

5·18기념재단 박진우 연구실장은 "5·18을 북한과 연계해 왜곡하는 세력들은 20세기에 끝났어야 할 반공프레임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통해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며 "분단국가란 상황에서 가장 저급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북한과 연계해 왜곡하는 것이다. 이것은 5·18뿐만 아니라 다른 역사적 사건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진창일 기자 changil.j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