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광주민주화운동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 깊은 공포감으로 남아있다. 80년 5월18일 광주 대인동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서 5월 참상을 첫 목격했다. 학살극의 서막을 본 것이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으로 장성에서 열린 행사에 학교 대표로 참가후 탑승한 광주행 직행버스가 시외버스터미널 입구에 다다르자 승객들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차창밖 아스팔트 도로위에서 얼룩무늬 군복의 공수부대원들이 청년들을 붙잡아 곤봉으로 내리치고,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곤죽이 된 청년들은 바지가 벗겨진 속옷차림으로 아스팔트위에 무릎을 꿇었다. 급박한 상황을 인식한 버스운전사는 터미널에서 외곽인 월산동 방향으로 차를 몰아 새파랗게 질린 승객들을 하차시켰다. 백주대낮에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만행을 자행한 그 공수부대원들은 신군부의 정예부대인 7공수여단 33대대, 35대대였음을 신문사 입사후 알게 됐다. 올해 41...
이용규 기자2021.05.16 15:45대한민국 도시 주요 도로 사거리마다 이름이 부여돼 있다. 광주광역시 계림초등학교 정문 인근 사거리 명칭은 '산장 입구 사거리'다. 언젠가 그곳을 지나며 교통표지판을 발견하고 아직도 저 이름이 있네라고 신기하듯 바라본 적이 있었다.속으론 '광주에 살고 있는 40대 이하 연령대에서 산장을 알고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라고 되내이면서. 이런 생각의 저변엔 산장이 시쳇말로 한물갔고 사람이 찾지 않는 곳이 되었기 때문이다. 산장은 '무등산산장호텔'을 줄여부른 광주시민의 애칭이다. 원래 이름은 무등산관광호텔이다. 무등산관광호텔은 정부 주도로 ...
이기수 기자2021.04.25 17:38민간공원 특례사업 광주중앙공원 1지구가 난기류에 휩싸여있다. 공식적으로 조정협의회가 진행되는 중에 예상을 깬 이해 당사자들의 거친 장외 대결로 어수선한 모양새다. △시공사 선정 VS 시공사 지위 확인 청구 소송 및 컨소시엄사 퇴출 요구 △중대 결단 발언 △ 특정 감사 이행 촉구 등 마이웨이를 앞두고 마지막 전의를 불태우는 듯한 자세다. 두 달이 지난 조정협의회는 지난 2월15일 '평당 분양가 1900만원과 80평형대 아파트' 로 논란이 커지자 원점 재검토 지시로 출범, 지난 주까지 3차례 회의를 가졌다. 도시·공원·경관 전문가, 의회, 사업자인 빛고을 중앙개발(SPC) 등이 참여한 협의회의 배경은 한지붕에 속한 SPC 대주주인 한양과 대표권을 쥔 비 한양측의 분양가 조율이다. 시공사 선정으로 포문을 연 비 한양측과 광주시와 SPC를 겨냥한 소송으로 응수한 한양은 지난 14일 회...
이용규 기자2021.04.18 17:27대선 시계가 빨라졌다. 여야는 오는 6월부터 대장정에 돌입한다. 재보선 패배와 승리가 다들 급하게 만들었다. 지금 대선의 상수는 이재명, 윤석열이다. 상수는 변수의 통제를 받는다. 상수에 영향을 주는 독립변수는 더불어민주당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일게다. 이낙연, 정세균 호남출신 총리들은 이재명과 길항 관계다. 이번 재보선은 정권심판, 지난 총선은 야당심판이었다. 선거는 심판이다. 내년 대선에서 야당 심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되레 진보, 민주당, 문재인정부를 평가할 공산이 크다. 보수 야당이 좋아서가 아니다. 민주당이 못해...
이건상 선임기자2021.04.11 10:59김홍탁 CCO 20세기초까지 대부분의 화가들은 눈에 보이는 사물을 한땀 한땀 정성들여 캔버스에 옮겼다. 성경과 신화의 사건을 그리고, 사람을 그리고, 자연을 그리고, 정물을 그렸다. 우리는 그 그림을 통해 당대의 생활상과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고흐가 그린 '감자 먹는 사람들'엔 한 농부 가정의 일상적인 저녁식사 모습이 드러나 있다. 당시의 소박하지만 경건한 저녁 일상을 엿볼 수 있다. '감자 먹는 사람들'은 단 하나의 원본으로 존재하고, 원본이 가진 분위기 역시 고유한 것으로 존재한다. 개개의 원본이 뿜어내는 이러한 고유의 분위기를 아우라라 칭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피카소의 '우는 여인', 앙리 마티스의 '춤' 등 단 한 작품의 원본으로 존재하는 모든 예술품은 고유의 아우라를 가지고 있다. 개인이건 갤러리건 어떤 작품을 소유한다는 것은 작품과...
편집에디터2021.04.04 14:37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 인간의 삶을 통째로 바꾸고 있는 중이다. 일상 생활중 물의 사용량을 크게 늘린 것도 빼놓을 수 없다.코로나 방역 개인 수칙 '넘버 1'이 마스크 착용이라면 외출시 흐르는 물에 30초동안 비눗물로 손씻기는 '넘버 2'쯤 될정도로 중요하게 권장됐기 때문이다.손씻기 생활화로 동네 병원 감기 환자가 줄었다는 얘기도 들릴 정도다. 이런 변화는 광주상수도 사용량이 방증해준다.광주광역시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대유행한 2020년 광주 지역 가정용 수돗물 사용량은 1억 1033만9000 ㎥(범용 단위 t·톤)으...
이기수 기자2021.03.28 15:56착잡하다. 웅장한 팡파르에 맞춰 발걸음을 뗀 동남권 메가시티에 대한 소회다. 부산·울산·경남의 단체장들은 '수도권공화국'에 맞서 또 하나의 수도권으로서 포부를 드러냈다. "우리가 남이가" 라고 단일대오를 형성한 이들의 의기양양한 행보는 방안퉁수격인 광주·전남의 현실과는 대비되는 장면이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인구 800만명의 부·울·경이 우리나라 제2의 국가 성장축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당정청 고위인사들 앞에서 보따리를 풀어내는 3개 단체장들의 얼굴에는 득의 만만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 3개 지자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내년 1월 특별자치단체로 출범을 앞두고 있다. 촘촘하게 그려진 밑그림을 보면, 공동으로 경남·부산·울산을 편리하게 오갈 수 있는 광역철도망 구축, 지역 경제산업 생태계 조성, 지역대학 혁신플랫폼 구축, 궁극적으로 행정통...
이용규 기자2021.03.21 17:53광주와 부산은 서로 큰 그림을 그렸다. 지난 2002년 4월 중국항공기가 김해공항에 접근하다가 추락했다. 김해공항 첫 사고로, 부산 사람들은 공항의 안전성, 인프라 부족, 수요 포화를 거론했다. 동남권 신공항에 첫 불을 지폈다. 그 때 광주는 문화수도로 들썩였다. 아시아문화전당 후보지(2004), 전당 설계작(2005), 전당 착공(2008) 순으로 질주했다. 도중에 도청 별관 문제로 2년 늦게 완공(2014), 이듬해 11월 전면 개관했다. 덕분에 광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라는 새 이름을 챙겼다. 동남권 신공항은 대구경북 대 부산경남 갈등으로 치달았다. 이명박 정부는 전면 백지화(2011)를 선언했고, 박근혜 정부는 대안으로 김해공항 확장(2016)을 결정했다. 14년 동안 끌어 온 경상도 신 공항은 그냥 없던 게 됐다. 그러다 부산,울산,경남(부울경) 광역단체장들이 동남...
이건상 기자2021.03.13 22:36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 '파이트 클럽', 그리고 '매트릭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선 개봉 연도가 같다는 점이다. 이 세 편의 영화는 1999년에 개봉됐다. 세 영화 모두 기존의 영화 문법을 파괴한 독특함으로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에 왜 이렇게 독특한 영화 세 편이 한꺼번에 등장한 것일까? 이들 영화는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기 전 마지막 해의 영화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백년을 맞이하는 시기에도 뭔지 모를 두려움이 만연하는 세기말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백년을 열 번 겪은 후 연도수의 맨 앞자리가 ...
편집에디터2021.03.07 14:17'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충무공 이순신의 어록이다.임진왜란 발발 이듬해인 1593년 7월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이 사헌부 지평 현덕승에게 보낸 편지에서 '국가 군량을 호남에 의지했으니 만약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는 뜻의 '국가군저개고호남(國家軍儲皆靠湖南)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라고 전쟁 정황을 전했다. 곡창 지대 호남이 왜에 점령되지 않아 군량미 조달이 가능했기에 남해의 제해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는 조선수군 총사령관의 판단인 것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등 7년간 전쟁에서 조선이 왜에 굴복하지 않고...
이기수 기자2021.02.21 16:45광주중앙공원 민간특례사업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특례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발생한 신뢰 훼손에 이어, 또 다시 비공원면적 증가, 용적률 상향, 고분양가 시비로 이슈의 중심에 서있다.'노른자위 땅'으로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된 곳이라 과연 명불허전이다. 민간공원특례사업은 도시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지정된 공원지구가 장기 미집행으로 지난해 일몰 해제되면서 민간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간 개발행위를 제한받은 땅 소유주들은 20% 이내에서 타운하우스 건설 등이 가능해 난개발 우려가 컸다. 광주시가 재정을 투입해 해제된 25개 공원지구를 사들이는 것이 최상이나 문제는 재정이었다. 결국 광주시는 중앙공원을 포함해 9개지구는 민간업자에게 수익을 보장해 일정 면적을 개발토록 하고, 나머지는 공원으로 기부채납토록 했다. 빛고을 중앙개발주식회사가 맡고 있는 중앙공원 1지구사업은 오는...
이용규 기자2021.02.14 17:55이건상 총괄본부장 코로나가 무색하다. 오늘도 암태도 기동 삼거리에는 차들이 즐비 할 테다. 퍼플섬, 애기동백, 12사도 순례길, 동백파마 벽화는 어느새 대한민국 지역브랜드가 됐다. 몇 해 전만 해도 그저 그랬다. 김, 소금을 팔던 고립의 섬, 관광이래야 홍도, 흑산도가 전부였다. 섬 잇기마저 더뎌 발길도 무거웠다. 되레 염전노예와 성폭행 사건으로 유명세를 치렀으니, 가기는 멀고, 가서는 볼게 없었다. 그러는 사이 떠났다. 2000년 5만3164명에서 10년 만에 4만5836명이 됐다. 7300여명, 큰 섬이 사라졌다. 노인과 고양이만 남았다. 김대중, 이세돌, 김환기, 서태석의 땅, 신안은 그렇게 사그라졌다. 뉴스를 탔다. 섬들이 이어지고, 볼 것이 생기고, 사람이 온단다. 퍼플섬 라면집 할머니는 "설, 추석에나 사람 구경하는데, 요새는 날마다 사람들이 오니 좋네"라고 했다. ...
이건상 선임기자2021.02.07 15:39코로나19가 세상을 휩쓸고 있는 요즘, 내 일상에도 몇몇 변화가 있었다. 우선 대학강의를 비대면 온라인으로 하게 됐다. 줌으로 학생들을 초청해 가상의 공간에서 질문하고 답한다. 해외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 심사도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거주국가가 각기 다른 심사위원들과 시차를 극복하며 모니터에 떠 있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대화했다. 줌인 줌아웃이 일상화 된 것이다. 재택 근무도 몇주간 했다. 재택근무를 경험한 지인들 대부분은 생산성 저하는 커녕 오히려 주 52시간보다 더 많은 일을 하게 됐다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온라인 챗방도 더욱 활...
편집에디터2020.05.06 13:40지구에 서식하는 동물 중 인간만큼 진화가 빠른 것은 없다. 거의 혁명적이다. 이제 인간은 자신이 가진 지능만으론 성에 안 차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다. 반면 인간을 제외한 다른 모든 동물은 최초에 생명을 얻었을 때 이후 그리 큰 진화를 이루지 못했다. 먹고, 싸고, 생식하는 본능에만 여전히 충실하다. 종의 승리인 인간은 그러나 그 우월감 때문에 자충수를 둬 왔다. 원자폭탄을 발명해 동족을 학살했고, 가스실에 사람을 몰아넣고 한 종족을 전멸시키려 했다. 지구의 생명체 중 같은 종을 대량학살한 것은 오직 인간뿐이다. 게다가 무자비한 자...
편집에디터2020.02.17 11:09사람이 배설한 대변에서 마실 수 있는 물을 뽑아낼 수 있다면, 그것은 기술일까, 기적일까? 게다가 그 대변을 태워퇴비까지 만들 수 있다면? 점점 더 기적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일을 해낸 사람은 기술자도 아니고, 마술사도 아닌 기업인 빌게이츠다. 빌게이츠는 2000년 그의 아내와 함께 '빌앤멜린다 게이츠 파운데이션(Bill&Melinda Gates Foundation)'이라는 재단을 만들었다. 아직도 이 세상에 만연한 기아, 빈곤, 질병 등의 문제를 퇴치하기 위함이었다. 빌게이츠는 재산의 많은 부분을 재단에 기부했고, ...
편집에디터2019.11.11 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