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송인정> 경술국치(庚戌國恥)일, 국가기념일로 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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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고·송인정> 경술국치(庚戌國恥)일, 국가기념일로 제정해야
송인정 광복회 전남지부장
  • 입력 : 2023. 08.27(일) 14:14
송인정 지부장
필자는 지난 7월 중순, 3박 4일 동안 광복회 전남지부 회원 등과 함께 항일운동의 중심지였던 연길, 민족의 시원(始原)인 백두산(중국 쪽에서는 장백산이라 함) 천지 등을 답사하였다. 답사 내내 국권을 빼앗긴 설움이 과거 역사의 안타까움으로 끝나지 않고 현재도 진행 중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민족의 뿌리인 단군 건국 신화 무대 백두산이 중국 역사의 기원으로 변개(變改)되고 있었다. ‘동북공정(東北工程)’ 수준을 이미 넘어서고 있었다. 만약 통일 조국을 이루었다면 이러한 일이 감히 일어날 수 있었겠는가! 이는 식민 지배체제 유산으로 이어진 분단의 가혹한 결과 아닌가! 이 모든 원죄는 국권을 강탈한 일본에게 있다.

이번 답사에서 우리 팀은 예정한 길을 생략하기도 하였고, 예정에 없던 길을 추가하기도 하였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유명한 민족시인 윤동주의 생가와 용정학교는 그곳이 갑작스럽게 ‘수리 중’이라 하여 가지 못하였다. 최근 국가보훈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언급하여 일반 국민도 많이 알게 되었지만, 이에 대한 원인이 최근의 한·중 관계의 현주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한 간도, 만주에서 전개된 빛나는 항일 독립운동을 ‘조선족의 반일 운동’이라고 해석하고 우리의 독립운동을 애써 무시하려는 중국 정부의 소수 민족 정책도 한몫하고 있다는 동행한 초당대학교 박해현 교수의 설명이 공감되기도 했다.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 정부는 일제에게 국권을 빼앗겼다. 벌써 110년이 훌쩍 넘었다. 이날을 우리는 수치로 여겨 ‘국치일(國恥日)’, 또는 1910년 경술년의 치욕이라 하여 ‘경술 국치’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한일합방’이라는 말을 무심코 쓰고 있다. 최근에는 ‘강제병합’이는 말을 쓰고 있지만 거의 백여 년 간 일제가 조작한 ‘한일합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합방’은 두 나라가 대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통합을 말한다.

1905년 러·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제는 곧장 을사늑약을 강요하여 사실상 국권을 빼앗았다. 이에 민영환, 송병선 등의 자결이 이어졌고, 1907년 8월 1일 강제로 해산당한 대한제국 정규군이 가담한 대한제국의 ‘의병’들은 세계 최강 일본군과의 2년 동안 전투에서 처절한 항전을 하였다. 결국 이 전쟁에 패하여 국권을 상실한 것이다. ‘일제강점기’인 것이다. 일본이 강제로 점령하였을 뿐 우리는 인정하지 않고 처절하게 국내외에서 35년 넘게 항전하였다. 이 결과 민족해방을 가져온 것이다.

우리는 일본과 전쟁에 패하여 국권을 빼앗겼지만, 이날을 치욕으로 기억하고 그날을 잊지 않으려고 찬 음식이나 흰죽만 먹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요즘은 이날을 쉽게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그 까닭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이날을 국가 기념행사일로 지정하지 않고 지자체 행사로 기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를 찾은 것을 기념하는 광복절도 중요하지만, 잃은 날을 기억하여 다시는 슬픈 역사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으로 삼는 일은 더더욱 중요하다. 그럼에도 경술국치일을 자치단체의 조례로 지정하여 ‘조기(弔旗)’를 게양하는 정도로 그치는 데는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당장 경술국치일을 범국민적으로 추념하는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여 이 땅에 당시와 같은 치욕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부단히 기억하고 계승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말할 것 없고, 중국의 역사 왜곡까지 심화되는 현실에서 필자는 경술국치일의 국가기념일 지정은 그 의미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