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에세이·김면수> 이 봄 ‘즐긍시’를 외치며 봄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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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에세이·김면수> 이 봄 ‘즐긍시’를 외치며 봄을 즐기자
김면수 시인·대한파크골프광주연맹회장
  • 입력 : 2023. 03.16(목) 13:06
김면수 회장
몇 일전 오랜만에 다양한 분야의 지인들과 막걸리 전문 식당에 동행했다. 그 자리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는데 전직 교수님의 진담반 농담반의 이야기가 떠 오른다. 자신이 건강하게 80년을 산다면, 26년은 잠자고, 21년은 일하고, 9년은 먹고 마시는 시간이고, 행복함을 느끼며 미소 짓는 시간은 겨우 20일 정도라는 것. 고민하는 시간 5년, 기다리는 시간 3년을 소비할 수 있다는 삶의 시간 계산법을 이야기하면서 술잔을 기울였다. 자신이 팔십 평생 동안 산다고 가정 했을 때 겨우 20일 정도 밖에 행복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삶이 너무 아픔으로 다가 온다는 것 이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화내는 시간을 줄이고 늘 ‘즐거운 마음으로 긍정의 시간’에서 대화를 나누어야 행복의 문이 활짝 열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건배사도 ‘즐긍시(즐거운 마음으로 긍정의 시간을)’ 였다.

중국의 고전에 소개되는 우화에 황하의 신 하백이 끝없이 펼쳐진 자신의 강에 흡족하는 이야기가 있다. 세상의 아름다운 것이 모두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한 하백. 어느 날 그는 동쪽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동쪽 끝에서 거대한 바다를 만났다. 하백은 망망히 펼쳐진 바다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그동안 자기에게 모든 것이 있다고 생각했던 자만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하백은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는 바다를 다스리는 신 ‘약(若)’에게 말했다. 그동안 나의 좁은 소견을 뉘우치면서 조언을 듣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약은 하백에게 ‘세상에는 새로운 변신을 방해하는 세 가지 그물이 있다’고 조언했다.

첫째는 공간의 그물인데,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바다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고 하면서, 자신이 사는 우물이라는 공간에 갇혀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시간의 그물이라고 했다. 여름 한 철만 살아가는 곤충은 겨울에 대해 설명 할 수 없다고 했다. 자신이 사는 여름이라는 시간에 집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약의 진단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지식의 그물이라 했다. 자신의 지식이 최고라 생각하는 지식인에게는 진정한 세계를 설명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아는 지식의 그물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1928~2016)는 미래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세 가지 조언을 제시 했었다. 공간을 파괴하고, 시간의 속도를 재조절 해 지식을 재신임하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자신의 고정관념과 공간과 시간에 갇히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장자가 꿈꾸는 난세에 영혼을 잃지 않는 사람의 모습일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변화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변화되는 사회를 바라 보면서도 자신만이 그 자리에 머물고 싶다면 변화의 기회는 멈출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 날 대폿집에서 전직 교수가 했던 건배사를 생각해 봤다. 우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서로가 톱니바퀴처럼 얽힌 삶 속에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행복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과 마음의 방향에 담겨 있을 것이다. 역사는 과거와 미래, 현재로 나누어져 있다, 과거는 해석에 따라 바뀌었고, 미래는 상상의 결정에 따라 바뀌고, 현재는 지금 생각과 행동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변화를 바라지 않고 현재만을 고집 한다면 아무 것도 변할 수 없다는 것. 어찌 보면 단순한 이 진리야말로 유구하게 이어져 온 인류역사가 주는 조언일 것이다. 그렇다고 변화의 물결에 무조건 휩쓸려서도 안될 것이다. 중국의 고전 우화에 나오는 하백처럼 자신의 부끄러움도 뉘우칠 수 있어야 하고,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조언했던 것처럼 고정관념과 공간의 시간에 갇혀서도 안될 것이다.

세상이 갈수록 우울해지고 있다. 불과 100년도 안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을 넘어, 이제 43주기를 맞는 5·18광주민중항쟁마저 정쟁의 수단으로 삼아 왜곡하고 폄훼하는 ‘못 난’ 세력이 그들의 좁은 소견이 전부인 양 그들만의 생각을 강요하고 있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했다. 권세나 세력이 아무리 막강해도 그 또한 자신의 변신을 방해하는 그물일 뿐이다. ‘도처춘풍(到處春風·모든 곳에 봄바람이 분다)’의 계절이다. 모든 것이 아름다운 이 봄 날 모두가 즐거움과 긍정의 시간에서 변화의 물결을 다짐하는 ‘즐긍시’라는 건배사를 외치며 이 봄을 즐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