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초대석>정성택 전남대 총장 "교육혁신으로 더 강하고, 품격있는 대학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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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 초대석
전일초대석>정성택 전남대 총장 "교육혁신으로 더 강하고, 품격있는 대학 만들겠다"
취임 100일 동안 대학 정체성 고민||‘민주적 가치관’ 갖춘 미래 인재 양성||학사개편 등 대학 위기 속 혁신 의지||지역 발전 위한 거점국립대 책임 강조
  • 입력 : 2021. 04.22(목) 15:13
  • 양가람 기자

정성택 전남대학교 총장이 "전남대학교를 '더 강하고, 더 품격있는 대학'으로 발돋움시키겠다는 포부와 함께 학령인구 감소 등 지역 대학의 위기를 극복해 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김양배 기자

정성택 제21대 전남대 총장은 지난 1월15일 취임해 4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24일은 취임 100일이 되는 날이다. 정 총장은 그간 다져온 내실과 역량을 바탕으로 전남대학교를 '더 강하고, 더 품격있는 대학'으로 발돋움시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거점국립대로서 책임감을 갖고 학령인구 감소 등 지역 대학의 위기를 극복해 가겠다는 의지다. 다음은 정성택 총장과의 일문일답.

-전남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다. 소회는.

△전남대학교에 입학해서 총장이 되기까지 40년 동안 한 번도 벗어나 본 적이 없지만 막상 총장으로서 세부적인 업무를 파악해 보니, 해야 할 일이 무궁무진하고 지역과 국가를 위해 수행해야 할 미션도 막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취임 첫 날 '민주길'을 걸어서 출근할 때부터 느꼈던 가장 큰 가치는 '민주·인권·정의'였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걸었지만, 신입생이던 1980년에도 마스크를 써야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스크의 의미는 같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방역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존재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고, 공동체의 위기를 다함께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상징인 듯하다.

취임 이후 지난 100일 동안 업무를 파악하면서 '이 시대에 대학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또 '다음 세대들이 미래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대학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취임 때 강조한 '당당하고 자유로운 전남대인'의 모습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흔히 '민주주의'와 '대학'을 인류가 만들어낸 걸작으로 꼽는다. 우리 대학은 69년 전 전쟁의 포연 속에서 탄생했다. 미래가 굉장히 불확실한 혼돈의 시대, 전쟁의 격랑 속에서도 미래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의지로 세워졌다.

현재는 인문·예술·체육·사회에서부터 치·의학과 이·공학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학문분야를 갖춘 거점국립대학으로 성장했다. 우리 대학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는 사명감은 이처럼 다양한 기초학문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우리 학생들이 자랑스러운 역사와 풍부한 학문적 토양 위에서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전문지식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 △경계를 넘나들며 사고(思考)하는 융·복합형 인재 △새로운 가치관과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인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또한 올바른 가치관으로 공공의 선(善)을 추구하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따뜻한 사람, 그래서 영혼이 맑고 자유로운 전남대인이 되었으면 하는 차원에서 '당당하고 자유로운 전남대인'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과제와 비전은.

△대학의 주요기능은 교육과 연구를 통한 미래인재 양성과 시대 가치의 창출이다. 이를 위해 수업방식에서부터 학문의 콘텐츠, 학제의 변경 등 미래 인재상을 구현하기 위한 '교육혁신'을 이루겠다.

두 번째로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다져나가고자 한다. 전남대는 전국 400개 대학 가운데 비수도권 대학으로서는 유일하게 연구비 수주 10위 안에 드는 대학이다. 연구 아이템의 착상에서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연구의 전 주기를 두텁게 지원해 연구역량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세 번째는 '지역혁신플랫폼사업'을 통해 지역의 교육과 지적 자산을 공유하며 인재 양성과 지역특화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 최근 유치에 성공한 '캠퍼스 혁신파크'를 학생들의 취·창업 전진기지로 만들어 스타트기업들과 공생 협력하는 새로운 틀을 제시하겠다.

네 번째로 학문과 예술의 향이 넘치는 캠퍼스를 만들겠다. '대학타운형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해 인접지역이 젊음의 열기로 가득한 문화스포츠콤플렉스가 되도록 기반을 마련하겠다.

이같은 과제를 '더 강하고, 더 품격있는' 자세로 추진해 나가면서, 마침내 '당당하고 자유로운 전남대인'을 양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전남대학교의 경쟁력은 무엇에 있다고 보는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주요 전략은.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전남대학교는 1952년이 개교연도이지만, 그 뿌리인 광주농업학교, 간이수산학교로 거슬러 올라가면 100년을 훌쩍 넘는다.

전남대는 또한 인류보편의 가치를 지키는데 누구보다 앞장서 왔다. 세계 어느 대학, 어느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자랑거리다.

여기에 인문·사회·예술에서부터 의·공학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학문분야를 갖추고 있다. 110여개의 전공을 갖춘 대학은 국내에서 손에 꼽힌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잠재적인 경쟁력은 거의 무한하다고 본다.

문제는 이같은 잠재역량을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코로나시대에 맞게 재가공하고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대학이 굉장히 안정된 환경 속에서 운영돼 왔다. 자율성도 매우 컸기 때문에, 창의적인 학술활동이 가능했고, 또 교육과 연구에만 집중하는 것으로도 그 권위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대학도 자본주의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구조 속에 놓여있다.

내년이면 우리 대학이 벌써 개교 70주년을 맞는다. 오랜 전통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정리하는 기회이자, 다가올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에 나설 시점이다.

올해는 대학 구성원들의 의지가 담긴 '전남대학교 100년 청사진'을 마련하고자 한다. 미래전략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미래전략정책실'을 중심으로 섬세하고 세밀한 로드맵이 제시될 것이다.

또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학사 개편을 추진하겠다. 강의실을 떠난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교수와 학습자간의 토론수업이 활발해지고, 실험 실습 등 대면수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의 안전한 교육이 이뤄지도록 플랫폼을 구축하겠다.

특히 개교 100주년 즈음에는 노벨상 후보를 계속해서 낼 수 있는 대학이 되도록 준비해 나가겠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전남대도 올해 사상 처음으로 정원에 미달해 큰 충격을 주고 있는데 대책이 있다면.

△우리 대학도 올해 무려 140명의 신입생이 미달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다른 거점국립대학들도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해 당혹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우리는 학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경쟁의 진입장벽을 허무는데 앞장서 나갈 계획이다.

먼저 학습자가 필요로 하는 학문을 제공하는 것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대학이 입지 여건이나, 과거의 유명세에 기댈 것이 아니라, 학습자들이 진정으로 배우고 싶고, 정말로 공부해보고 싶은 학문을 발굴해 제공하는 것으로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갈 것이다.

또 다른 대책은 공동학위제를 추진하는 것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유수의 대학들과 온라인 '복수 학위'나 '공동학위 과정'을 개설해서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자 한다.

온라인 시대에 맞게 원격 공동수업도 늘려갈 것이다. 전남대는 이미 거점국립대들과 19개 교과목을 공동원격수업으로 운영하고 있고, 서해안권 대학들과 6개 교과목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 포항공대 등 사립대를 포함한 전국 9개 공.사립 대학과도 현재 4과목의 원격수업을 함께 하고 있다. 이를 더욱 늘려나가고자 한다.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다. 전남대의 역할은.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기본 소양과 다양성을 기른다는 점에서 고교학점제의 취지는 좋다. 하지만 중등 교육 현장에 고교학점제를 시행할 만한 준비가 돼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현재로서는 학생들만 내던져진 상태라 볼 수 있다.

고교학점제가 현장에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선 각 기관들끼리 소통하며 제도의 완성도를 높여가야 한다. 대학의 책임도 크다. 대학은 중등 교육에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문화, 예술, 철학 등 고교 선생님들에게 부담이 되는 과목을 대학 교수진이 가르치는 방법도 있다. 최근 전남대는 전남도교육청과 MOU를 맺었다. 중등 교사들이 만들어 놓은 커리큘럼에 대학의 우수한 인적 자원들이 참여해 지역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평생교육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인간의 기대수명이 120살로 예상되는 시대다. 현재 자치단체별 평생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취미생활 정도에 머무는 수준이다. 취미는 재충전을 위한 것이지, 사회에 재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는 어렵다. 대학은 취미생활의 평생교육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자산을 만들어 내야 한다. 사람들에게 제2, 제3의 전공을 제공하는 게 전남대가 지향하는 평생교육이다.

-거점국립대로서 지역발전을 위한 역할과 로드맵은.

△전남대, 서울대를 포함해 전국에 10개의 거점국립대학교가 있다. 거점국립대는 일반 대학과 달리 각 권역에서 중심대학으로서의 역할 모델이 돼야 하는 동시에 국가균형발전의 한 축을 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사명에 충실하면서 내적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거점국립대는 형평성 있고 포용력 있는 교육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교육은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자기발전을 위해 제공받아야 하는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전남대학교는 어린이집에서부터 초-중-고-대학과 대학원은 물론 평생교육원에 이르기까지 '생애 전주기 교육'이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교육받을 권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앞으로 이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

동시에 거점국립대는 한 국가의 지적 수준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다양한 학문 생태계를 유지·발전시켜 나가는데 앞장서야 한다. 전남대학교는 다양한 전공분야에서 끊임없는 진리 탐구와 과학기술의 진보를 추구해 왔다. 융·복합 학문의 지속적인 개발에 더 정진할 것이다.

또한 거점국립대는 국민의 행복한 삶을 지켜줄 전문가들을 육성해야 하고, 예술, 체육, 역사, 교양의 진흥에도 기여해야 한다. 우리 대학은 지성인의 양성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교양강좌와 문화예술행사, 캠퍼스 오픈 등으로 지역 문화의 샘이자, 평생 교육의 젖줄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근래 들어 더 크게 요구받는 거점국립대의 역할은 풍부한 지적 재산을 산업 현장에 접목시켜 지역사회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남대는 이미 '대학타운형 도시재생사업'과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을 주도하며 지역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최근에 '캠퍼스혁신파크'사업을 수탁받아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캠퍼스에 두게 됐다. 지역경제발전과 스타트업 기업 등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정성택 전남대학교 총장이 "전남대학교를 '더 강하고, 더 품격있는 대학'으로 발돋움시키겠다는 포부와 함께 학령위기 감소 등 지역 대학의 위기를 극복해 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김양배 기자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