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ACC 포커스-료지 이케타’ 전시 현장. 박찬 기자 |
![]() 료지 이케다 작 ‘data.flux [n˚2]’. ACC 제공 |
사운드 아티스트 거장 료지 이케다(Ryoji Ikeda)는 9일 광주광역시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찾아 이번 전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작품의 메시지를 텍스트로 직접 전달하는 대신, 관객이 본인의 감정에 따라 의미를 찾아가길 바란다. 마치 콘서트장을 나서듯 열린 마음으로 이 전시를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ACC 개관 10주년을 맞아 10일부터 12월28일까지 복합전시 3·4관에서 개최되는 ‘2025 ACC 포커스-료지 이케다’는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데이터 미학의 향연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데이터 아트를 시적 언어처럼 활용하며, 정적 데이터와 동적 데이터의 균형을 예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작품에서 자연과 인간에 대한 철학적 관점으로 정적 데이터를 다루고 있다”며 “데이터 간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나의 미학”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20년에 걸쳐 완성된 ‘data-verse’ 시리즈는 그의 철학과 기술이 집약된 결과물로 꼽힌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이케다의 최신작 4점을 포함해 총 7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data.flux [n˚2]’는 DNA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기하학적 패턴을 10m 길이의 LED 스크린에 끝없이 흘려보내며 몰입적 경험을 유도한다. 또 다른 신작 ‘critical mass’는 가로, 세로 10m 바닥 스크린 위에 투사된 강렬한 흑백 대비 이미지와 저주파 전자음을 통해 관객의 신체 감각을 일깨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소재에 바코드 패턴을 인쇄한 ‘the sleeping beauty’ 시리즈, 과학 데이터를 시청각적으로 재해석한 ‘data-verse’ 3부작의 연장선인 ‘data.gram [n˚8]’ 등이 최초 공개된다. 특히 ‘data-verse’ 3부작은 우주의 물리학 데이터부터 인간 존재를 구성하는 미시적 입자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과학 정보를 예술로 번역한 대표작이다. 전시장에서는 총 40m 길이의 벽에 투사돼 압도적인 규모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케다의 기존 대표작인 ‘point of no return’과 ‘exp #1’도 함께 전시돼,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조망할 기회를 제공한다.
료지 이케다 작가는 ACC가 2015년 개관 당시 처음 시도한 융·복합 창제작 프로젝트를 통해 협업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올해 10주년을 맞아 기관의 창의적 실험 정신과 기술-예술 융합의 정체성을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아울러 ESG(환경·사회·투명 경영) 실천의 일환으로 재활용 가능한 모듈형 벽체 1000개를 활용해 폐자재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전시로 설계됐다. 또 쉬운 해설이 포함된 디지털 가이드, 감정과 신체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온라인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관객 중심의 몰입형 관람 환경을 제공한다.
김상욱 ACC 전당장은 “이번 전시는 ACC와 료지 이케다가 10년 전 함께 시작한 융·복합 실험의 현재를 조명하는 기념비적인 자리”라며 “기술과 데이터가 주도하는 시대 속에서 예술이 인간의 감각과 사고, 존재를 어떻게 성찰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