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농장에서 머스크멜론이 수확되고 있다 |
![]() 이승용 우주농장 대표. |
●부모님의 삶터를 지키기 위한 귀농
이 대표의 인생 전환점은 2019년, 부모님의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사이클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던 그는, 국가대표로 국제대회를 준비하던 중 2002년 사스 바이러스 확산으로 출전이 무산됐다. 그는 이후 자전거 수입·판매 회사에 취업해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다 고향인 나주 세지면에서 부모님이 운영하던 멜론 농장을 임대할 수밖에 없다는 연락을 받고 귀농을 결심했다.
이 대표는 “부모님은 1990년부터 논에 멜론을 심기 시작한 1세대 멜론 농사꾼이셨어요. 그 농사로 자식 셋을 키우고 가정을 꾸려 오셨죠. 그 터전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귀농 후 그는 ‘우주농장’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단일 품목인 멜론 재배에 올인했다. 농업은 처음이었지만, 품질 하나만큼은 타협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시작했다. 이후 멜론의 재배 특성부터 병해 관리, 시장 유통 구조까지 스스로 하나씩 배워나갔다.
●데이터 기반 정밀 농업으로 고품질 멜론 실현
이 대표는 전통 방식 대신 공중재배와 스마트관개시스템을 결합한 재배 모델을 도입했다. 열매를 지면이 아닌 줄에 매달아 키우는 공중재배는 토양 오염, 병해충 피해를 줄이고 외형이 일정한 상품을 생산하는 데 유리하다. 1줄기 1과만을 남기는 방식으로 당도, 크기, 형태까지 고르게 조절할 수 있다. 그는 “하우스 한 동만 해도 450평 규모인데, 총 9동에서 연중 세 차례 기작을 운영하고 있다. 멜론 하나 키우는 데도 온도, 물, 영양이 정밀하게 맞아야 한다”고 귀뜸했다.
스마트관개시스템은 귀농 직후 청년창업농에 선정되며 도입했다. 센서를 통해 온도와 습도, 작물 생육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물과 비료를 자동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멜론은 야간 18~20도, 주간 30도 이하 온도 유지가 필수인데, 이 시스템 덕분에 품질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현재 재배 중인 품종은 머스크로, 흰가루병에 강하고 저장성과 식감이 뛰어나 시장 반응도 좋다. 전량 세지농협을 통해 출하되며, 지난해 기준 연매출 6억원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귀농 초창기에는 온도를 맞추지 못해 폐기하는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3기작 체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배 농업인 길잡이 되는 것이 목표
우주농장이 위치한 나주시 세지면은 전국 멜론의 80%를 생산하는 대표 산지다. 73농가가 멜론을 집중 재배하며 연간 약 200억원 규모의 생산을 기록하고 있다. 이 대표 역시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멜론 품질 경쟁력을 함께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나주시체육회 이사, 전남 4-H연합회 대의원, 한국농업경영인 나주시연합회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며, 청년 농업인과 귀농인들에게 멘토 역할도 맡고 있다. 그는 “스마트농업도 결국은 사람이 중심이이다. 현장에서 겪는 시행착오를 나누는 게 후배들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대표는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진행하는 교육에 꾸준히 참여하며 변화하는 재배 기술을 익히고, 다른 농가들과도 활발히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이대표는 “멜론도 품종마다 재배 방식이 달라요. 귀농과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안정적으로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현장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조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