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환초 강제동원 조선인 학살, 진상규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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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밀리환초 강제동원 조선인 학살, 진상규명해야"
●강제 동원 연구자 다케우치 간담회
피해자 640명 중 전남 출신 635명
숨진 조선인 인육을 고래고기로 속여
집단 반발에 토벌대 대량 학살 자행
일본 학자에 의해 지난해 최초 공개
일제 시대 전남민 핍박과 수탈의 증거
  • 입력 : 2025. 06.15(일) 14:41
  • 이정준 기자 jeongjune.lee@jnilbo.com
지난 13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에서 일제강제노역 연구자 타케우치 야스토씨가 밀리환초 학살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촉구하는 기자간담회에 참여해 자료 설명을 하고있다. 이정준 기자
1945년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남태평양 밀리환초에서 벌인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자 학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과 자료 전면공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본에서부터 제기됐다.

해당 사건은 숨진 조선인의 인육을 ‘고래고기’라고 속여 동료 조선인에게 식사를 배급하는 등의 일제의 만행에 견디다 못해 일으킨 조선인들의 반란으로서 이중 대다수가 전남지역 출신이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일제강제동원 연구자 다케우치 야스토(68)씨와 함께 지난 13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의회에서 ‘밀리 환초 조선인 학살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일본 도쿄 소재 국립공문서관에서 새롭게 발굴한 남태평양 마셜제도 강제동원 명부를 공개했다.

‘밀리 환초 조선인 학살 사건’은 태평양전쟁 말 남태평양 마셜제도 밀리 환초에서 일본군에 의해 자행된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자 수십 명에 대한 학살 사건이다.

일본은 1942년 초 전남에서 강제 동원한 조선인 800~1000여 명을 밀리 환초에 군속 신분으로 배치했고, 이들을 비행장 활주로, 탄약고, 격납고 건설 등 일본군 군사시설 공사에 동원했다.

특히 숨진 조선인의 인육을 ‘고래고기’라고 속여 동료 조선인에게 식사로 배급하자 분노한 조선인들이 반란을 일으켰고, 이에 중무장 일본군 토벌대들이 집단 학살을 자행했다.

다케우치씨 조사에 따르면 밀리환초에서 숨진 조선인 218명 중 213명이 전남지역 거주자들이었고, 이 가운데 조선인 학살사건으로 숨진 55명도 모두 전남 연고자였다. 해당 사실은 지난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또 공개된 218명을 포함해 일본 정부가 작성한 ‘피징용 사망자 연명부’, ‘해군 군속 신상조사표’를 통해 새롭게 파악한 밀리환초 강제동원 피해자 640명 명단이 드러났다. 이 중 635명 역시 전남 지역 출신이였다.

피해자들의 인적을 파악한 결과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가 지난 1992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광주천인소송’ 에 참여했던 원고 23명도 포함, 이 외에도 전남 구례 등에서 형제가 함께 밀리환초 강제노역에 끌려간 일도 있었다.

명부에는 일본식으로 개명된 피해자의 이름, 번호, 동원된 날짜와 사망 날짜, 당시 탑승한 선박명, 주소, 연락처, 동원 후 받지 못한 미지급금의 액수 등이 담겼다.

이어 괌 지역에 동원됐다가 숨진 조선인 96명 중에서도 75명이 전남 출신으로 확인됐다.

마셜제도 내 퀘젤린 환초 등지로 끌려간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자 명부도 새롭게 확인됐다. 일본 국립공문서관에서 발견한 ‘반도공원 퀘젤린·루오트 옥쇄자 명부’를 통해 파악된 강제노역 피해자 677명 대부분이 전남, 경기, 경상도 등지에서 동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케우치 야스토씨는 “일제 강제노역 피해 복구는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아픔을 해소하고 있는 것이 근본이며 이런 일이 해결되지 않은 것은 식민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밀리환초 사건은 과거가 아니고 현재이다. 진상규명과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유골 반환 등 후속적인 절차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자료를 전면 공개 하는 것이 먼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는 “전남 지역에서만 이렇게 많은 인원이 강제동원돼 희생됐다는 사실이 구체적 문서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며 “이제라도 진상규명과 유골 반환 등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에서 밀리환초 학살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촉구하는 기자간담회에 참여한 남양군도 강제동원 희생자 서조왕금씨의 아들 서태석(90)씨의 모습. 이정준 기자
남태평양 팔라우 남양군도 강제노역 희생자 서조왕금씨의 아들 서태석(90)씨도 “혹여 아버지의 성함이 나올까 싶어서 이 자리에 나왔다. 아버지가 머나먼 외국 땅에서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아프고 일본 정부를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며 “지금이라도 일본이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정준 기자 jeongjune.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