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끊이지 않는 존속살해 '참극' 더 이상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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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끊이지 않는 존속살해 '참극' 더 이상 안돼
자녀관 바꾸고 법·제도 강화를
  • 입력 : 2025. 06.09(월) 18:25
승용차를 몰고 진도 앞바다로 돌진해 처자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40대 가장이 카드 빚과 임금체불 조사에 따른 압박에 못 이겨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인부들에게 3000만원 상당 임금을 주지 못해 지난 2월부터 노동청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빚 등 2억원이 넘는 채무에도시달리다 아내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계획했다. 더 충격적인 건, 이 모든 과정에 수면제를 준비하고 자녀에게 먹이는 단계까지 계획된 범행이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은 이제 낯설지 않다. 경제난, 가족 갈등, 정신질환 등 다양한 배경이 존재하지만, 반복되는 비극 속에는 공통된 사회적 병리가 자리하고 있다. 첫째는 극심한 경제난이다. 소득 양극화와 불안정 노동,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안전망은 개인을 점점 더 고립시키고, 벼랑 끝으로 내몬다. 단순한 채무 문제가 아니라, 출구 없는 구조적 불안이 극단적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 둘째는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는 왜곡된 인식이다. ‘내가 없으면 아이도 살 수 없다’는 비뚤어진 가족주의는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지 않고 부모의 연장선으로 취급하게 만든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이 문화로 고착돼 있다는 점이다.

법 제도의 허점도 여전하다. 우리 형법은 부모를 살해한 존속살해에 대해서는 가중 처벌을 명시하면서, 자식을 살해한 경우에는 별도의 조항 없이 일반 살인죄로 다룬다. 오히려 영아살해의 경우는 최고 징역 10년으로 형량이 더 낮다. 더 늦기 전에 사회 전체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 부모가 자식을 자기 것처럼 여기는 잘못된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동시에 위기에 처한 가정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가족 내부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학대가 더 이상 은폐되지 않도록, 교사·의사·이웃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감시체계도 강화돼야 한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가 아니다. 이 단순한 진실을 지키기 위해, 법과 제도, 문화 전반에 걸친 성찰과 변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