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체국 집배원이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책자형 선거 공보물을 우편함에 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종이 선거 공보물은 제작을 제외한 발송 과정에만 약 370억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시대인 만큼 효용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세금 낭비와 환경 오염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종이에서 전자 선거 공보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연령대에 따라 온라인 접근성과 종이 선거 공보물 선호도 등의 문제로 일률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서울특별시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는 종이 선거 공보물이 발송된 지난 20일 종이 및 폐휴지 수거함에 곧바로 버려진 봉투들이 다수 보였다. 뜯은 흔적조차 없는 봉투도 많았다.
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아파트 역시 분리수거장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고, 1인 가구가 많은 인근의 원룸촌의 경우 찾아가지 않고 우편함에 그대로 꽂혀있는 경우도 다수 보였다.
결국 인터넷을 통해 후보자 정보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대에 종이 선거 공보물은 결국 쓰레기일 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원 낭비라는 지적도 함께다.
서울특별시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태연씨는 “종이 선거 공보물은 잘 안 보게 된다”며 “후보자의 정보는 소셜 미디어나 유튜브를 통해 확인한다”고 말했다.
40대 이정민씨 역시 “대선 후보에 대한 정보는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공보물 봉투를 열어보지도 않았다”며 “요즘같이 정치 양극화가 극심한 시기에 공보물을 읽고 마음을 바꿀 유권자가 몇 명이나 될지도 의문이다. 나부터도 지지하지 않는 후보의 공보물은 펴보기도 싫다”고 지적했다.
다만 고령층의 반응은 엇갈렸다. 경기도 수원시에 거주하는 70대 이종국씨는 “선거 때마다 공보물이 오면 꼼꼼히 읽는다”며 “후보자의 재산과 학력, 전과, 공약 등 세세한 사항은 공보물을 봐야 정확히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70대 임옥열씨는 “이미 누구를 찍을지 정해놨기 때문에 공보물은 보지도 않고 버렸다”며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가보니 다른 입주민들이 뜯어보지도 않고 그대로 버린 공보물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고 언급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에 발송된 종이 선거 공보물은 2400만부에 달한다. 현재 책자형 선거 공보물이 1차 발송된 상태이며 전단형 선거 공보물이 투표 안내문과 함께 2차로 발송될 예정이다. 모두 종이 형태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대선에서는 발송되는 공보물만 4800만부에 달하는 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 기간 중으로 결산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예산 집계는 어렵다”면서도 “지난 대선을 기준으로 선거 공보물 제작비를 제외한 인건비와 등기 우편 등 발송 비용으로 320억원이 소요됐다. 이번 대선에는 약 370억원이 편성됐다”고 설명했다.
유권자 상당수가 펼쳐보지도 않고 버리는 선거 공보물 발송에만 400억원에 가까운 세금이 투입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 단체와 전문가들은 선택적 종이 선거 공보물 발송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종이 선거 공보물 제작과 배송, 재활용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상당하다”며 “카드사나 통신사처럼 종이 선거 공보물 수령 여부를 직접 선택하게 하면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온라인 전자 투표를 시행하는 스위스 등 유럽 일부 국가가 온라인으로 제공한다”고 조언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도 “디지털 시대에 종이 선거 공보물을 뜯어보지도 않고 버리는 사람들이 매우 많을 것”이라며 “종이 선거 공보물은 일종의 예산 낭비이자 동시에 환경 오염 문제까지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병하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