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향기·이미경>'어른 김장하’를 생각하며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테마칼럼
문화향기·이미경>'어른 김장하’를 생각하며
이미경 (사)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장
  • 입력 : 2025. 05.06(화) 17:11
부끄럽게도 김장하라는 어른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어마어마한 사건으로 다시 회자된 분에 대한 영화가 있다고 하여 청소년지킴이 키퍼들과 법인의 기관장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였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 힘들고 아픈사람들로 인해 돈을 벌어서 함부로 써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시작으로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힘든 청소년에게 장학금을 주어 꿈을 키워주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선을 베풀어 주는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이었다. 진주에 그런 어른이 6명만 있으면 돈 없어서 공부 못 할 사람 없고 못 살 사람 없을 거라는 한 아주머니의 말씀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수년 동안 장학금을 받고 공부하였는데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는 이에게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데모하다 교도소에 다녀온 이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 어른. 선한 마음을 이해받지 못하고 왜곡된 생각으로 상처를 주는 사람에게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졌다. 칭찬도 하지 말고 나무라지도 말고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둬 주라는 말씀에 무한한 공감이 되었다. 그의 삶은 말보다 행동으로 가득 채워졌다.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누군가의 뒤에서 버팀목이 되어준 사람. 김장하 어른은 단지 기부를 많이 한 사람이 아니라, ‘청소년이 우리 사회의 미래’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간 참된 어른이었다. 그렇게 사랑을 받고 성장한 사람들이 세상을 밝히는 멋진 사회인으로 더 세상을 밝게 비추고 있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사람을 멀리서 찾는다. 그러나 진정한 위대함은 늘 가까운 곳,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남을 위해 살아가는 이들 속에 있다. 이는 수많은 이들의 삶을 바꾸는 씨앗이 되었고 우리 사회의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청소년을 위한 진정한 헌신이란, 단지 돈이나 자원을 나누는 것을 넘어, 한 사람 한 사람의 가능성을 믿고 지지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이런 김장하 어른의 삶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청소년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나는 잘하고 있는가?’‘앞으로 무엇을 위해 더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가?’ 아쉬움이 많지만 교만하게도 조금은 나도 열심히 잘하고 있구나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지금 하고있는 일들을 더 잘해보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나은 사람으로, 더 나은 사회로 이끄는 첫 걸음이 되어야 하겠다.

지금 우리 사회는 청소년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그들의 곁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입시의 굴레, 빈부격차, 가정 해체, 정서적 고립… 이 모든 문제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따뜻한 어른이었는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가.

이제는 우리모두가 그런 어른이 되어야 한다. 단 한 명의 청소년이라도 포기하지 않는 사회, 누군가가 뒤처지더라도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사회. 그런 세상이 가능하다고, 김장하 어른은 온 삶으로 증명해 보였다.

김장하 어른의 삶을 기억하며, 세상 모든 어른들이 한 번쯤 거울 앞에 서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조용히 물어보았으면 한다. “나는 지금, 어떤 어른인가?”

그리고 나의 작은 다짐이 모여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씨앗이 되기를 소망한다. 차 한번 가진 적 없이 종종걸음으로 세상을 위해 힘차게 달려가시는 어른의 족적을 닮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