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천시 용당동 491-1일원에 서식하는 두꺼비들을 로드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순천시가 이동차량에 서행을 당부하는 현수막을 설치했다 |
각 지역에서는 민·관이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순천에서는 이동주의를 당부하는 현수막 설치와 생태통로를 활용·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서식지보전계획을 수립한다.
광양에서는 전남녹색연합회원들이 두꺼비를 옮기는데 매진하고 있다.
두꺼비 로드킬을 놓고 전문가들은 이동을 돕는 인력 증대와 서식지 보호를 위한 개발허가 조례 등이 마련되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양 두꺼비들의 잔혹한 죽음
![]() 광양시 진상면 백학로 140 일원. 산란구역인 비평저수지와 서식지 인근 야산 사이로 왕복 2차선 도로가 조성되있어 로드킬이 발생되고 있다. |
비평저수지 일원 도로에 다다르자 거뭇거뭇한 형채를 알아볼 수 없는 얼룩무늬들이 껌 자국 마냥 도로 곳곳에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비평저수지는 두꺼비들이 많이 서식하는 장소다. 매년 2월마다 두꺼비가 비평저수지에서 산란을 한 뒤 5월께 부화한 새끼 두꺼비들이 서식지인 인근 야산으로 이동한다.
두꺼비들은 언어, 연어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태어난 곳에서 산란하는 회귀성 동물이다.
서식지와 산란지 사이에 왕복 2차선 도로가 있어 이동하는 과정에서 두꺼비들이 로드킬(희생)을 당하고 있다.
올해에는 지난달 5일부터 경칩을 맞아 두꺼비들의 산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올 겨울은 예년에 없던 잦은 한파로 인해 지난 2~3년 동안 보였던 산란 시기보다 1개월가량 늦은 2월28일부터 산란이동이 시작됐다.
전남녹색연합(사무처장 박수완)에서는 지난 2015년 3월부터 섬진강을 기점으로 서식지 보호와 로드킬 실태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동이 시작된 2월28일부터 3월20일 까지 총 337마리가 로드킬로 희생됐다. 이동기간에 맞춰 3월1일부터 1주일여간 전남녹색연합 회원 10여명들이 두꺼비 총 914마리를 직접 수거해 안전한 이동을 도왔으나 저녁 시간에 174마리가 이동하다 생명을 잃었다.
전남녹색연합은 2016년 113마리, 2021년 1832마리 등 10년 동안 두꺼비 7324마리를 구조했다.
산란지에서 2개월 동안 올챙이로 지내다 5월부터 본격적인 새끼두꺼비떼의 활동 시기가 예상됨에 따라 현재 전남녹색연합 활동가들이 도롯가, 배수로 등을 살피며 안전한 산란지·서식지로 옮겨주고 있다.
광양시도 두꺼비를 보호하기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로드킬이 발생하는 진상면 왕복 2차선 도로 구간은 수어댐 상류마을로 주민들이 이용하는 도로이기 때문에 전면 통제는 어려운 실정이다.
광양시는 지난 2019년 비평저수지일원에 두꺼비들이 안전히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 울타리를 설치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2월부터 주민 기간제 근로자 5명을 채용해 도로를 횡단하는 두꺼비들을 찾아내 직접 옮기도록 하고 있으며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과속방지턱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광양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해당 구간에 2023년부터 기간제근로자 4명을 고용·투입한 것을 시작으로 매해 인력 지원을 하고 있다”며 “도로 진입 전후에 과속방지턱을 설치하고 두꺼비출몰지역임을 뜻하는 이정표 설치 등으로 로드킬을 줄여나가고자 실무부서와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 전남녹색연합 활동가들이 광양 비평저수지 일원에서 5월부터 새끼두꺼비떼의 활동 시기가 예상됨에 따라 안전한 산란지·서식지로 옮겨주고 있다. |
순천지역에서도 두꺼비 로드킬이 발생하고 있다. 같은 날 찾은 순천시 용당동 491-1 일원은 두꺼비 서식처다.
봉화산에 서식하는 두꺼비들이 2~3월 업동호수공원 내 업동저수지로 내려와 산란을 한 뒤 5~6월 새끼두꺼비들이 봉화산으로 이동해 7월 초까지 서식한다.
산란지인 업동저수지 인근 용당동 대주피오레아파트 방향으로 편도 1차선 도로가 조성돼 있어 이동 과정에서 로드킬이 발생하고 있다.
순천시가 2월부터 3월말까지 집계한 결과 총 20여마리의 두꺼비가 로드킬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순천시는 업동저수지 인근에 놀이터와 산책로 등이 조성돼 있어 사람들의 왕래가 잦다는 점을 인지하고 운전자와 행인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현수막을 게첨해 경각심을 심어주고 있다.
이에 덧붙여 지난 2023년 환경부의 ‘두꺼비 로드킬 방지를 위한 생태통로조성사업’ 공모에 선정돼 국비 4억원을 확보한 것을 활용해 피오레아파트 방향 편도 1차선 구간에 유도울타리 339m, 산란지인 연동저수지에 경계물 82개, 유도울타리 64m 구축을 완료했다.
순천시는 지속적인 관리에 매진할 방침이다.
장상식 순천시 기후에너지과 기후변화정책팀장은 “환경부 공모를 통해 조성한 생태통로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시행해 두꺼비들의 이동경로와 특징을 반영한 서식지 보전계획을 수립하겠다”며 “보호활동을 위한 예산을 확보해 사람과 생태계가 공존할 수 있는 서식환경을 조성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력충원·조례안마련을
![]() 순천 봉화산 일원 두꺼비들을 보호하기 위해 순천시가 지난 2023년 구축한 생태통로 |
서식지 파괴를 예방하기 위한 규제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승민 (전) 전남대 생물학과 연구원 박사는 “지자체가 개발행위 등을 할 때 자연환경 생태계를 보호해야 하는 동·식물이 해당구역에 존재하는지 확인 후 개발 인·허가를 내주는 조례안마련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조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