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깃발이 흔들리고 있다. 연합뉴스 |
8인의 재판관은 헌법·법률 위반 여부를 판단한 뒤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잘못인지’에 따라 인용·기각 의견을 선택하게 된다. 윤 대통령 측에서 제기한 절차적 문제를 받아들여 각하 의견을 낼 수도 있다.
8명 중 6인 이상이 인용 의견을 내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고, 이에 미달할 경우 윤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관들은 총 5개 소추사유를 쟁점 삼아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판단한다.
12·3 비상계엄 선포가 적법했는지가 첫 번째 쟁점이다. 당시 한국 사회가 헌법상 계엄 선포 요건인 ‘국가비상사태’에 놓였다고 볼 수 있는지, 직전에 열린 국무회의에 실체가 있는지 등이다.
계엄 선포와 함께 발표한 포고령 1호도 판단 대상이다. 국회와 정당의 활동을 금지한 조항이 헌법 원칙에 맞는지, 포고령을 실제 집행할 의사와 계획이 있었는지 등이 쟁점이다.
세 번째 쟁점은 국회에 계엄군과 경찰을 투입한 행위가 적법했는지다. 윤 대통령에게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할 의사가 있었는지, 본회의장에 모인 의원들을 끌어내려 시도했는지 등을 두고 국회와 윤 대통령 양쪽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이밖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을 투입해 관계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행위가 적법한지, 사법부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구금 지시가 있었는지도 소추사유로 다퉈졌다.
재판관들은 소추사유 각각에 관한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위법·위헌 여부를 따진다. 이후 중대한 잘못인지 여부를 판단해 인용·기각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법학자나 헌법재판에 능통한 법조인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인용 의견을 선택하는 재판관은 윤 대통령이 요건에 맞지 않게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며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정치인 체포 지시’ 등 의혹도 일부 사실이라고 인정한 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행위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수준’에 해당하는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라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소추사유 5개 중 1개만 중대한 위헌·위법으로 인정되더라도 윤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헌재는 4개 쟁점 중 1개만 인정하면서도 그 위반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판단해 탄핵소추를 인용했다.
일부 헌법학자들의 모임인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 회의’는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정치적 문제를 빌미로 무모하게 군을 동원함으로써 국가원수이자 정부 수반의 지위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 스스로가 국헌문란을 기도한 것”이라며 “그 해악과 위험성은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중대하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재판관이 기각 의견을 낼 경우 중대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볼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소수의 병력만 단시간 투입했고, 일부 위법 소지가 있었더라도 윤 대통령이 국회 의결을 수용해 계엄을 해제했기 때문에 파면당할 정도로 중대한 잘못은 아니라는 논리를 택할 것이라는 견해다.
소추사유의 ‘입증 부족’도 결론을 좌우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증인들의 진술이 오염되거나 번복돼 믿을 만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상당수 의혹이 입증되지 않았고 나머지 분명한 사실관계만으로는 파면할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이인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의원을 비롯해 누구도 체포되지 않았으며 국회의원이 본회의에 참석하는 데 실질적인 방해를 받지 않았다”며 “혼란과 소동은 있었지만, 이는 계엄선포에 불가피하게 따르는 부수적이고 경미한 장애”라고 주장했다.
각하 의견을 선택할 경우 국회의 탄핵소추 자체가 절차적으로 부적법하다는 논리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통치 행위이기 때문에 사법적 심사가 불가능하다고 보거나, 국회 의결 없이 내란죄 혐의를 소추 사유에서 철회해 소추 사유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부적법하다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에 능통한 한 법조인은 “소추의 적법성을 따지는 것은 이번에 문제가 된 ‘줄 탄핵’과도 연결돼 있다”며 “재판관들이 이번 사건에서 엄격한 태도를 보일 경우 각하 의견을 쓰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