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자영업' 고령자 절반 '최저임금'도 못 번다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경제일반
'퇴직 후 자영업' 고령자 절반 '최저임금'도 못 번다
50세 이상 58.8% 자영업자 전환
일자리 부족…대부분 생계형 창업
저임금 노동비율 최고 60.5% 달해
"재취업 지원, 자영업 진출 줄여야"
  • 입력 : 2025. 03.25(화) 17:39
  •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한국고용정보원 제공
50세 이상 자영업자의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임금근로자로 일하다가 자영업으로 전환한 50세 이상 사업주의 절반 가량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 등으로 조기퇴직한 고령자들이 임금근로자로 재취업하지 못하고 자영업으로 이동한 데 따른 것으로, 조기퇴직자들이 생계형 창업에 뛰어들지 않도록 재취업 지원 등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한국고용정보원의 ‘고령자의 자영업 이동과 저임금 노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비임금근로자에서 무급가족종사자를 제외한 ‘자영업자’ 비율은 19.7%로, 지난해 11월에는 자영업자 비율이 처음으로 20% 아래인 19.8%를 기록했다. 무급종사자를 포함한 비임금근로자로 보면 22.4%로 여전히 높지만, 1980년대 초 비임금근로자 비율이 50%를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자영업 전체 지형이 달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에도 전체 자영업자 가운데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7년 46.0%에서 지난해 64.6%로 무려 18.6%p 증가했다. 자영업자 100명 중 65명이 고령자인 셈이다. 같은 기간 고용원이 없는 나홀로 사장님 중 50세 이상의 비율은 51.1%에서 67.4%로 높아졌다.

50대 이상 자영업자 증가하는 주원인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위후 명예퇴직, 희망퇴직 등 다양한 형태의 구조조정이 상시적으로 이뤄지면서 조기퇴직한 고령자들이 양질의 임금근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영업에 진출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국고용정보원이 한국복지패널 제1차(2006년)~18차(2023년)를 병합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06년~2021년(제 1~17차) 사이에 1년 이상 임금근로자로 일했던 사람 가운데 2022년(제 18차)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연령 비율은 △30대 14.7% △40대 26.6% △50대 28.9% △60대 29.9%로, 50세 이상이 58.8%를 차지했다. 임금근로 일자리에서 퇴직한 고령자에게 자영업이 일자리 대안으로 역할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제공
하지만 임금근로에서 자영업으로 전환한 고령 자영업자의 경제적 성과는 참담하기만 하다.

창업하기 전 임금근로 기간이 1~3년인 고령 자영업자의 평균 월소득은 338.7만원, 4~6년은 347.3만원, 7~9년은 202.9만원, 10~12년은 188.6만원, 13~15년은 259.1만원, 16~17년은 333.7만원으로 집계됐으며, 저임금 노동비율은 1~3년 39.7%, 4~6년 45.7%, 7~9년 60.5%, 10~12년 55.4%, 13~15년 49.7% 16~17년 43.4%에 달했다.

자영업에 진입한 지 오래된(임금근로 기간이 짧은) 고령자와 자영업에 진입하기 직전까지 임금근로자로 오래 일한 고령자의 사업소득이 다소 높았으나, 최근까지 임금근로자로 일하다가 창업했다고 해도 순소득이 월 333만7000원에 불과해 최근 3개월간 정규직 근로자 평균 임금 379만6000원보다도 훨씬 낮았다. 이는 자영업이 임금근로를 대신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로 보기도 어렵고, 임금근로 경력이 자영업의 경제적 성과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저임금 노동비율을 보면 고령자영업자의 평균 48.8%가 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소득을 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근로 근속기간에 따른 저임금 노동비율은 최저 39.7%, 최고 60.5%에 이른다.

특히 50세 이상 자영업자 특성상 유통서비스업과 소비자서비스업의 ‘생계형 자영업자’가 53.8%로 절반을 넘는데, 이들의 순소득은 225만2000원으로 비생계형 자영업자의 순소득 343만2000원보다 120만원가량 낮았다. 저임금 근로비율도 생계형 자영업자가 63.5%로 절반을 훨씬 웃돌았다.

이런 가운데 고물가, 경기침체,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재집권 등의 영향으로 올해도 자영업의 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고령자의 재취업 지원을 확대하고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고령자들은 생계형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재취업 지원 등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재취업지원서비스 참여율을 높이고 프로그램을 내실화하는 등 고령자가 자영업으로 내몰리지 않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최저임금도 벌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자립능력을 높이기 위해 판로확보, 임대료 지원, 골목상권 개선·홍보 등의 정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