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
둥근 달은 평화와 안정, 풍류의 동양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우리에겐 원망과 한을 중화시켜 주는 완충 매개체이기도 하다. 전국 팔도의 한풀이 민요에 하소연의 대상에 한결같이 달이 있는게 우연은 아니다.‘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내 말삼 들어주소...’ 휘영청 뜬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것도 어찌보면 희망을 꿈 꾸는 한풀이의 순간인지도 모르겠다. 달 하면, 중국 최고의 시인 이백을 빼놓을 수 없다. ‘시선(詩仙)’이라 불린 그는 달을 주로 노래했다. 달 아래서 홀로 술을 마신다는 ‘월하독작(月下獨酌)’이 잘 알려진 대표작이다. 달을 좋아하면 술도 자연히 좋아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마무리됐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84일, 국회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이후 73일 만이다. 이날 국회 측 소추위원인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최종의견 진술에서 ‘때아닌’ 달그림자를 꺼냈다. 그는 “12월 3일 내란의 밤, 하늘은 계엄군의 헬리콥터 굉음을 들었고 땅은 무장 계엄군의 군홧발을 봤다.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도 목격자”라고 말했다. 지난 5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이라며 계엄이 정당했던 것처럼 말한 것을 빗대, 불법성을 꼬집은 것이다. 그날 밤, 달은 무엇을 봤을까. 전국민이 지켜본 것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주의가 짓밟히고, 헌정질서가 유린되는 현장. 불사약을 찧고 있던 토끼가 얼마나 놀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