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남산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7억8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23.3%나 증가했으며, 전국 평균 증가율(7.6%)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그야말로 눈부신 성과다. 수출 첨병 역할은 다름 아닌 김이 해냈다. 전남산 김은 전 세계적으로 ‘김밥’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전년보다 46.1% 증가한 3억6000만 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전남의 김 수출액은 지난 2010년 1000만 달러로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6%로 껑충 뛰어 올랐다. 김 수출시장도 미국, 일본, 중국 등 전통적인 수출국에서 벗어나 캐나다, 호주, 유럽, 중동 등으로 확장하며 전남산 김의 품질과 경쟁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있다. 이는 김 생산자와 가공업체, 수출기업의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다. 여기에 전남도가 신규 시장 개척 및 수출시장 다변화, 기업 지원과 혁신 품질관리 등 김 산업 육성 정책을 적극 펼친 게 주효했다. ‘검은 반도체’라 불리는 김 산업은 종자·생산·가공·수출 등 단계별 부가가치가 높아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 특히 전국 최다 김 생산지인 전남도는 육상양식, 품종 개발 등을 통해 김 산업을 지역 미래 먹거리로 육성해 나가기로 천명한 바 있다.
그런데 치솟는 김의 몸값으로 인한 역효과가 나타나면서 김 양식 어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마른김 가격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 마른김의 원재료가 되는 물김 가격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어서다. 급기야 최근 전남에서만 5000여톤이 넘는 물김이 폐기됐다. 김 생산량은 급격히 늘었는데, 가공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하다 보니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김은 저장이 불가능해 곧바로 가공에 들어가야 하는데 산지에서 김이 남아돌면서 가격이 폭락해 결국 폐기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지난해 김값이 치솟고 수출도 늘자 정부가 김 양식장 신규 허가를 크게 늘리면서 생산량 조절에 실패한 게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K-김’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역대 최대 수출에도 웃지 못하고 시름만 깊어지고 있는 김 양식 어민들을 위한 정부의 김 수급 및 가격 안정화 방안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