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그린벨트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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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그린벨트 활용법
김성수 논설위원
  • 입력 : 2025. 02.25(화) 17:39
김성수 논설위원
조선시대 한양도성 4대문을 기점으로 대략 10리까지의 외곽지역을 성저십리(城底十里)라 불렀다. 이 성저십리는 요즘으로 치면 개발제한구역이었다. 성저십리 지역에서는 소나무를 함부로 베지 못했고, 산을 깎아 묘지로 쓰는 일도 못했다. 배고픈 백성들이 산에 올라 나무뿌리를 캐먹거나 풀을 태우는 것도, 산에 있는 돌도 함부로 가져갈 수 없었다. 성저십리에서 일반 백성들의 생활을 규제한 것은 도성에 살던 왕과 왕족, 고위 관리와 사대부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조선시대 성저십리를 보호한 목적은 요즘의 개발제한구역인 그린벨트(green belt)와는 사뭇 다르지만, 우리나라 개발제한구역은 성저십리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그린벨트가 도입된 것은 박정희 대통령 때이다. 1971년 6월 12일 박정희 대통령은 그린벨트와 관련된 첫 지시를 내렸다. 1971년부터 지정되기 시작한 그린벨트는 1977년 4월 여수권까지 총 8차례에 걸쳐 14개 도시권역에 설정됐다. 전국 지정 면적은 5397.1㎢로 우리나라 총 면적의 5.4%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린벨트는 지정된 이래 1999년까지는 절대 풀릴 수 없는 ‘족쇄’였다. 1997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1만㎡ 이상의 농장과 과수원을 소유한 농업인은 기존 소유 주택을 헐고 새 집을 지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후 정권이 바뀔때마다 그린벨트 완화정책이 조금씩 진행돼 왔다.

정부가 25일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개발제한구역 비수도권 국가·지역전략사업 15곳을 선정했다. 광주는 광산 미래차 국가산단, 전남은 장성 나노 제2일반산단과 담양 제2일반산단이 포함됐다. 미래차국가산단 예정부지는 광산구 오운동 일대 338만4000㎡(102만평) 중 95.6%인 323만4000㎡(98만평)이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사실 광주와 전남은 전체 면적이 상당수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고 한다. 이는 개발할 수 있는 토지가 많이 부족하다는 뜻일 것이다. 정부가 대대적인 그린벨트 해제로 광주·전남에 큰 변화가 예고된다. 하지만 속도다. 그린벨트 해제 소식은 해당 지역 일대의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밖에 없다. 그린벨트 해제 목적인 개발 계획에 기업들이 가장 크게 매력을 느끼는 건 해제부지의 ‘적정 가격’이다. 주변지역이 투기과열로 이어진다면 그린벨트 해제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부족한 산업부지 확보를 통해 기업 유치를 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개발제한구역을 활용하지 않고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현실 속에서 광주·전남의 미래가 그린벨트 부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이나다. 해제 부지에 속도감 있는 산업화가 이뤄질 수 있는 ‘그린벨트 활용법’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