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공조수사본부의 세 번째 소환 조사에도 불응한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뉴시스 |
공수처는 대통령 경호처에서 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물리적 충돌 우려가 있어 영장 집행을 위한 계획 수립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압박 카드로 내세워 윤 대통령 측과 조사 일정을 다시 조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이날 내란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현직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헌정사 처음이다.
공수처는 경찰과 검찰로부터 대통령 내란 혐의 관련 사건을 넘겨받고 3차례에 걸쳐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 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불법적인 수사에는 협조할 수 없다는 게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이다.
공수처는 직권남용 혐의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서 내란죄도 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논리로 같은 혐의를 받는 문상호 정보사령관의 경우에도 법원에서 구속 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에,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권과 영장 청구 모두 문제가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 수사권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 만큼 체포 영장 집행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집행을 거부하거나 대통령 경호처가 막아선다면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대통령 경호처는 지난 27일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이 대통령실 경호처와 대통령 안가를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서자 '군사상 기밀, 공무상 기밀 등에 해당하는 지역'이라고 주장하며 집행을 저지했다.
다만, 현행 형사소송법상 법원에서 적법하게 발부된 체포영장의 집행을 경호처가 막을 수 있는 근거 규정은 없다. 만약 경호처가 이유 없이 공수처와 경찰의 영장 집행을 저지한다면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한 로스쿨 교수는 "막을 명분이 없다. 대통령실 등은 군사상 보안 시설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이번 체포 영장은 막는 의무가 아니라 오히려 (경호처가) 집행에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공수처와 윤 대통령 측이 출석 조사를 두고 협의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고검장 출신 법조인은 "법원의 영장은 집행이 돼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 경호처가 이를 막는다면 불법이 된다"며 "법치국가라는 대한민국 국격에 맞게 집행될 것이다. 윤 대통령 스스로 나서서 조사 받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법원에서 발부 받은 윤 대통령의 집행 기일은 오는 1월6일까지로, 이 날까지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영장을 반환하고 재청구해야 한다.
곽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