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한강”…가슴 뭉클해진 지역민들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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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친애하는 한강”…가슴 뭉클해진 지역민들 ‘축하’
광주·전남 곳곳서 축하행사 등 이어져
소설 ‘소년이 온다’ 동호, AI 복원 눈길
강 시장 “전 세계에 오월 광주 알려줘”
김 지사 “민주·평화 회복 희망의 등불”
  • 입력 : 2024. 12.11(수) 18:31
  • 노병하·오지현 기자
강기정 광주시장이 11일 오전 광주시청 시민홀에서 열린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시민 축하행사’에 참석해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자 환호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광주시 제공
2024 노벨상 수상식이 열린 11일 오전 전남 장흥군 안양면 율산마을 한승원 문학학교에서 마을 주민들과 김영록 전남도지사 및 전남도 관계자들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박수치고 있다. 뉴시스
11일 자정 45분께. 스웨덴 한림원 종신회원 엘렌 맛소가 나와 3분여에 걸쳐 노벨문학상 시상식에 앞서 한강 작가의 작품을 소개했다.

엘렌 맛소는 “한강 작가의 작품은 역사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인간의 연약함을 탐구했다”면서 “작품에서는 두개의 색이 만난다. 흰색과 빨간색이다. 이는 슬픔과 죽음, 삶과 고통을 상징하는데 이를 통해 작가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그 답변을 찾을수는 없지만 외면해서는 안되는 질문이다”고 설명했다.

엘렌 맛소는 소년이 온다에 대해서는 “절대로 과거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소년은 “나를 왜 죽였냐”고 묻는다”면서 “우리는 이를 잊어서도 안되고, 잊을 수도 없다”고 높게 평가했다.

뒤이어 그녀가 “친애하는 한강”이라고 호명하자 그 순간, 광주시청 시민홀에는 시민들의 함성과 박수로 가득찼다. 수백명의 시민들이 한강 작가에게 기립박수를 보낸 것이다.

이날 광주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11일 오전 1시까지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하는 여러 행사를 진행했다. 시작은 10일 오후 7시45분 시청 행정동 앞 잔디광장에서 강기정 광주시장과 시민, 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 축하조형물 점등식으로부터 출발했다.

기념물은 행정동 앞 높이 12m, 길이 49m 크기의 아치형 구조물인 ‘빛고을무지개’에 발광다이오드(LED)로 조명을 설치하고, 전면부에는 광주 출신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을 기념하는 포토존을 조성했다. 축하조형물은 2025년 1월 31일까지 불을 밝힐 예정이다.

이어 문학평론가 신형철 서울대학교 교수가 광주시청에서 ‘사적 애도와 공적 애도-‘소년이 온다’와 애도 문학의 역할’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신 교수는 “애도 문학의 역할이란 사건을 왜곡하거나 피해자를 혐오하는 시민사회의 분열을 애도 정치의 주체로 통합하는 것이다”며 “누군가는 왜곡과 폄훼로 분열된 5·18을 통합해야 했고, ‘소년이 온다’가 그 역할을 했다. ‘소년이 온다’는 한강 작가의 뛰어난 역량에 광주가 가진 정서와 힘이 결합했으며, 애도 문학의 역할을 잘 해냈다”고 말했다.

신 교수의 강의 이후에는 스웨덴에서 진행되는 11일 새벽 1시까지 광주시청 시민홀에서 ‘광주에서 온 편지’를 주제로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시민 축하행사’가 열렸다.

재즈·샌드아트 등 다채로운 공연, 시민 300여명이 마음을 모으는 한강 작가에 축하편지 쓰기, AI로 복원된 ‘소년이 온다’의 ‘동호’의 축하인사 등 특별한 감동이 광주시를 가득 채웠다. 재즈 공연때는 시민들이 즐겁게 춤을 추는 장면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소설 속 동호의 모티브가 된 문재학 열사가 인사말을 통해 “오늘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날이니, 소설 속 ‘동호’의 이름과 모습으로 왔습니다. 그러니 그냥 소년 동호라고 불러주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장내는 진중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동호는 “이렇게 다시 만날수 있는 것은 한강 작가 덕분”이라면서 “소년 동호는 ‘소년이 온다’는 책을 펼칠 때마다, 거기가 어디든 어느 시간이든 꼭 옵니다. 그럴 기회를 준 한강 작가에게 무척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약속드립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저는 항상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오월 광주의 기억과 함께 소년 동호는 꼭 돌아옵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해당 인사말은 김형중 인문도시광주위원회 위원장이 작성한 것이다.

한강 작가의 수상 직후 만난 시민들은 이날 시국을 걱정하면서도 “한강 작가가 전한 위로에 힘을 얻는다”고 했다.

한 시민은 “지금 대한민국은 눈물겨운 막막함으로 안개 속에 덮여있다. 독백처럼 읊조리는 당신의 글 속에서 희망을 찾는다. 우리가 옆에 있는 사람을 먼저 쳐다보고, 빛을 보고, 희망을 보고, 서로 사랑한다면, 우리나라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이날 시민들과 행사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한 강 시장은 “한강 작가는 인간의 극단적 잔혹함과 존엄성이 동시에 있는 곳이면 어디든 ‘광주’라는 보통명사가 된다고 이야기했다”며 “80년 광주에는 학살자 전두환, 주먹밥을 나누는 시민, 시민을 지킨 안병하 치안감이 있었다. 2024년 대한민국에는 국회를 짓밟는 윤석열 대통령이, 무장한 군인을 맨몸으로 끌어안는 국민들이, 부당한 명령 앞에 주저한 군인들이 있다. 과거의 광주는 현재의 광주를 돕고 있다. 작가님이 들려주신 ‘소년이 온다’의 동호 이야기 덕분이기도 하다”고 감사를 전했다.

전남도 또한 전남도립도서관에서 관련 행사를 진행하고,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의 글방이 있는 장흥 율산마을 ‘한승원 문학관’에서 노벨상 수상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시상을 축하하기 위해 문학관을 찾은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한강 작가의 역사적 수상 소식은 국민 모두에게 벅찬 환희와 감동의 전율을 선사했으며, 문학을 넘어 우리 민족의 반만년 역사와 국격을 드높이는 희망의 빛, 그 자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갑작스러운 국가적 비상사태로 매우 엄중하고 참담한 시국 속에서, 한강 작가의 문학은 국민에게 또 다른 의미의 희망의 빛이 되고 있다”며 “폭력과 억압은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할 역사임을 일깨우며, 폭력으로 훼손된 민주와 평화를 회복하는 희망의 등불이 되어 폭력에 저항하는 민중의 마음을 이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병하·오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