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계엄’ 그 후 일주일…광주는 흔들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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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불법 계엄’ 그 후 일주일…광주는 흔들림 없었다
姜시장, 계엄 직후 긴급회의 “무효”
지역사회 규탄 목소리 하나로 묶어
국힘 의원 찾아 탄핵투표 참여 설득
“시정 안정 운영, 민생 챙겨야” 당부
  • 입력 : 2024. 12.10(화) 18:50
  •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 4일 새벽 시청 중회의실에서 광주시의회, 광주 5개 자치구, 5·18단체,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종교단체 대표자들과 ‘광주 비상계엄 무효선언 연석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이 선포된지 일주일, 광주는 ‘윤석열 탄핵·퇴진’을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흔들림 없는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1980년 5월 거대한 국가 폭력에 맞서 싸운 경험을 갖고 있는 광주 시민들이 비상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고, 맞서야 하는지를 충분히 체득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분위기 뒤에는 계엄 직후부터 종횡무진했던 강기정 시장의 전방위적 활약도 한 몫 했다는 평가다.

강 시장은 10일 오전 국회를 찾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 설득에 직접 나섰다. 강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 김상욱, 김소희, 성일종 국회의원을 직접 만나 탄핵투표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과 함께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전달했다.

또 명예광주시민이거나 계엄해제투표, 탄핵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실도 직접 찾아가 탄핵 찬성으로 ‘광주’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지방정부 단체장이 직접 국회의원을 만나 탄핵을 촉구한 것은 강 시장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강 시장은 이번 비상계엄 상황에서 전국 어느 자치단체장보다 발빠르게 움직였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밤, 강 시장은 곧바로 4급 이상 간부를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고 계엄 선포에 따른 상황 파악과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사무실에서 비상 대기를 했다.

이 자리에서 강 시장은 “의연하게 대처하자, 흔들려선 안 된다, 비상계엄은 무효”란 설명과 함께 직원들을 독려했고 ‘비상계엄무효 선언 연석회의’를 열어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은 ‘무효’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어 광주 관내 5개 구청장, 시의원, 시민사회대표, 종교단체, 대학 총장 등과 함께 광주시청에서 ‘헌법수호 비상계엄 무효 선언 연석회의’를 개최해 “반헌법적 비상계엄은 무효임을 선언하며, 국회의 의결에 따라 즉각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계엄 선포후 채 7시간도 안돼 이뤄진 일이다.

시청 관계자는 “당시 강 시장은 회의 진행 중 ‘감옥에 가더라도 우리가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다”면서도 “최악에는 체포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많은 원로와 인사들이 모인 것을 보고 역시 광주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4일에는 지역의 계엄 규탄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다. 강 시장은 계엄이 해제된 이날 오전 5·18 민주광장서 열린 ‘광주시민 비상시국대회’에 참석해 “1980년 5월의 아픔을 기억하고 배웠던 우리는 이 상황을 결코 용납할 수도, 동의할 수도 없으며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동연 경기지사·김관영 전북지사·김영록 전남지사·오영훈 제주도지사 등과 공동 성명을 발표,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명백한 위헌이자 무효로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즉시 퇴진뿐”이라고 천명했다.

5일에는 ‘비상계엄’으로 1980년 전두환을 떠올린 오월단체들을 초청해 긴급 간담회를 개최해 “트라우마로 힘든 오월 가족이 이번 사태로 더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5·18을 경험한 만큼 오월 가족의 뜻을 잘 살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 강조했다.

7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되자 강 시장은 “1995년 검찰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했지만 국민은 오래 지나지 않아 그들을 처벌했다”며 “국민의힘이 실패한 쿠데타에 면죄부를 줬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8일에는 한동훈 대표·한덕수 총리 대국민 담화문을 두고 SNS에 “한 대표가 대통령의 사퇴 시기를 정하는 것은 헌법 교란 행위로 탄핵만이 헌정 회복의 길인만큼 한 대표는 헌법으로 돌아가라”고 촉구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9일에는 민생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간부회의를 개최, “어려울 때일수록 차질 없이 안정적으로 시정을 운영해야 한다”며 “각 실·국에서도 민생 현안을 잘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회사원 정진형(51)씨는 “비상계엄이 터진 날은 놀라서 잠을 못 잤지만, 광주는 광주였다. 강기정 시장이 앞장선 덕에 지역의 목소리는 금세 하나로 뭉쳐졌고 일상은 평온했다”며 “아무래도 윤 대통령이 탄핵될때까지 광주는 외부로는 뜨겁지만 내부는 단결되고 안정된 날들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