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의 대표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는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통해 112조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저작권이 만료됐지만 디즈니 100년사를 지탱해 온 자랑거리다. 사진 왼쪽부터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자랑인 미니언즈 랜드, 닌텐도월드, 캐릭터 트롤과 미니언즈 캐릭터 상품, 슈퍼마리오 캐릭터인 ‘쿠파’ 모습. |
디즈니의 상상력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디즈니의 캐릭터는 우화·동화속 주인공을 넘어 ‘아이언맨’ 같은 슈퍼 히어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콘텐츠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 확장과 부가사업을 가능하게 한 콘텐츠IP(지식재산권)가 ‘디즈니 제국’을 가능케 했다.
최근엔 디즈니의 콘텐츠 세계관이 자국 창작물을 넘어 다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하와이 원주민, 멕시코, 콜롬비아 등의 전통 문화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 제작됐다.
최근엔 K-콘텐츠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K-팝과 영화를 넘어 OTT(Over-The-Top·온라인동영상서비스)시장까지 K-드라마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 디즈니 콘텐츠의 새로운 주인공이 ‘K-콘텐츠’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결국 우수한 스토리 자원은 콘텐츠 산업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K-디즈니’를 꿈꾸는 전남은 다양한 설화 등의 우수한 스토리 자원을 보유한 ‘이야기 보고’다. 하지만 무수한 원천IP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전남도는 올해부터 스토리 공모전 등을 통해 우수한 콘텐츠IP를 확보해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2차 활용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디즈니 이끈 힘 ‘콘텐츠IP’
2023년 10월 16일은 월트 디즈니가 설립된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월트 디즈니와 로이 디즈니 형제가 1923년 미국 LA의 한 차고에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설립한 후 처음으로 만든 캐릭터가 ‘미키 마우스’다. 90살을 훌쩍 넘긴 미키 마우스는 112조원 규모의 IP 매출을 올렸다. 디즈니는 1937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로 시작된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현재까지 무려 60편이 상영됐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비롯한 의류, 장난감 등 상품 라이센스와 소매 매출은 지난해 기준 52억달러(약 7조원)다. 캐릭터를 활용한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는 전 세계 6개 도시 12곳에 위치했다. 연간 방문자 수가 1억명에 이른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큰 테마파크인 ‘디즈니 월드’는 한해 세금이 11억달러(약 1조 5000억원)에 달할 만큼, 엄청난 수익을 창출한다.
디즈니 총 매출은 지난 2022년 기준 827억 달러(약 112조원)가 넘는다. 이중 캐릭터의 힘을 통해서만 수 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장편 애니메이션 회사로 시작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애니·영화 제작사인 픽사·마블·루카스 뿐 아니라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에서 디즈니플러스 같은 OTT까지 다양한 영역을 구축했다.
최근 디즈니는 ‘다문화’로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 디즈니의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이 자국 내 캐릭터에서 세계 곳곳의 이야기들을 소재로 삼고 있다.
하와이 섬의 원주민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모하나(2016년 작)’, 멕시코의 장례문화와 장례 의식을 담은 ‘코코(2017년 작)’, 스칸디나비아와 스코틀랜드의 전설에 등장하는 트롤 (troll)을 캐릭터화한 영화 ‘트롤’이 제작됐다. 60번째 작품으로 2021년 상영된 ‘엔칸토 : 마법의 세계’도 콜롬비아 가족문화를 모티브로 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K-스토리를 담은 디즈니 영화가 조만간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OTT시장에선 ‘K-드라마’가 대세
K-드라마가 OTT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OTT는 인터넷을 통해 TV나 영화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기존의 케이블이나 위성 방송망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바로 이용자에게 전달된다는 의미에서 ‘Over-The-Top’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유튜브,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국내 웨이브, 티빙 등이 대표적인 OTT 기업이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아시아 태평양 지역(APAC)은 지난 20~21일 싱가포르에서 연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2024’에서 내년에 공개할 주요 극장 개봉작과 드라마 시리즈를 소개했다.
이날 OTT 시장을 겨냥한 드라마의 경우 한국 콘텐츠가 집중적으로 조명받았다. 디즈니가 그간 한국 OTT 콘텐츠를 지원해 거둔 성과와 향후 기대치를 감안할 때 한국 콘텐츠의 질주는 내년에도 이어질 듯했다.
OTT시장에 뛰어든 디즈니플러스는 사실 후발주자다. 그럼에도 OTT시장에서 살아남은 이유는 K-드라마의 흥행 덕이다. 강풀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 ‘무빙’이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디즈니플러스 시청률 15위 안에 9개가 한국 콘텐츠였다.
OTT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넷플릭스도 K-콘텐츠로 큰 재미를 봤다. ‘오징어게임’은 가장 핫한 작품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올해 OTT시장에 K-콘텐츠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내년까지 OTT를 통해 오징어게임 등의 한국 콘텐츠가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문제는 K-콘텐츠가 해외자본에 의해 제작되면서 콘텐츠IP 같은 부가가치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에 흡수되고 있다. 또한 한국 콘텐츠는 범죄·스릴러·의학 드라마 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디즈니처럼 시리즈물이나 캐릭터 같은 성공모델을 아직 구축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남 스토리 자산 활용 ‘아쉬움’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이 월트 디즈니처럼 자사가 가진 강력한 지식재산권(IP) 구축과 가장 핫한 한국 콘텐츠에 자본을 쏟아붓는 구조로 흐르고 있다. 그만큼 K-콘텐츠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통한다. 이 때문에 국내 원천 IP인 우수한 스토리 자원을 활용한 한국만의 콘텐츠 IP 구축이 시급해 보인다.
이런 이유로 ‘K-디즈니’를 목표로 삼은 전남은 이야기 자산이 풍부하다. 문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설화 등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을 보유하고도 활용 측면에서는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남도는 지난 2016년 전남 설화 등이 담긴 DB구축과 전용 홈페이지를 개설, 16개 시·군 총 9635건을 기록, 보유 중이다. 전남도도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도내 364개의 이야기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접속자가 거의 없다보니 홈페이지 오류가 잦고, 접근도 쉽지 않다. 전남 설화 홈페이지는 ‘http://jnseolhwa.or.kr’라는 정확한 인터넷 주소를 입력하지 않으면 접근 조차 어렵다. 몇 년 전 관리주체가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으로 이관되면서 관리·보수만 근근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도 접속장애로 한차례 복구가 이뤄졌다고 한다.
설화 홈페이지에 보관된 대부분 데이터베이스(DB)도 구술형태의 텍스트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다양한 카테고리 등으로 세분화 되거나 구술형태의 이야기에 대한 보완·수정이 없다보니 활용가치가 낮다는 지적이다. 전남이 보유한 다양한 스토리 자원을 소재로 고유 IP를 발굴하고 콘텐츠화를 위한 사업도 전무했다.
늦게나마 올해부터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을 통해 ‘전남도 스토리 공모전’에 나서면서 활용가치를 높이는 데 첫 시동을 걸고 있다.
올해 공모전은 8~10월 두달간 진행됐고, 도내 설화 등의 이야기를 담은 총 61개 작품이 접수됐다. 첫 공모전이라 우수작품이 적어 아쉬움이 남았다. 실제 이번 공모전에선 대상(전남도지사상, 상금 2000만원) 선정작이 없었고, 우수상과 장려상만 각각 선정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콘텐츠 IP 확보를 위해 첫걸음을 뗐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도는 공모전과 함께 내년 4월까지 ‘남도 스토리뱅크 구축 운영사업’을 통해 창작자와 콘텐츠 기업에 대한 콘텐츠 제작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구축 사업을 위해 총 예산 2억 2000만원을 확보했다.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전남은 설화 등 이야기의 보고로 콘텐츠 산업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공모전을 통해 우수한 작품을 육성, 전남의 고유 IP를 자산화해 상업화를 이끌어 내겠다. 공모전도 내년부터 더욱 내실있게 준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글·사진=김성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