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광장·박안수>식품사막화에 대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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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광장·박안수>식품사막화에 대한 단상(斷想)
박안수 경제학박사·남광주농협 사외이사
  • 입력 : 2024. 11.19(화) 17:44
최근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 프로그램이 일대 빅뉴스다. 유명세프이든 숨은 고수든 오로지 요리한 음식을 맛으로만 대결하고 평가받는 경연프로이다.

또한 유명연예인들이 산지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삼시세끼’를 비롯해 ‘언니네 산지직송’, ‘편스토랑’에 이어 외국에서 현지인들에게 우리 음식을 만들어 나누는 ‘정글밥’ 프로그램도 인기가 높다.

그런가 하면 공영TV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농·어촌 거주 어르신의 식재료를 신청받아 구입 배달해 주는 ‘팔도 배달 맨’(Men)과 드론 배달도 관심이 많으며 고향요리사가 출장요리를 해주는 기회도 있다.

많은 지자체에서는 지역 전통시장과 마트 식재료 구입을 위한 1000원 택시나 100원 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에게는 그마저 이용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우리의 라면과 김이 각각 1조 원 이상 수출했고 농식품이 80억 만 달러 수출 등 가히 K-푸드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과거 식품유통에 절대치를 차지했던 중·대형마트가 일정부분 성장·발전했지만 서서히 정체에 접어들어 국내유수 대형마트가 올 초 명예퇴직과 계열사 합병을 감행했다. 이는 더 이상 오프라인(off-line) 유통산업의 성장·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증일 것이다. 요즘 MZ세대나 워킹 맘의 경우 집 앞 편의점이나 온라인 유통업계의 새벽배송에서 모든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어 굳이 시장이나 중대형마트에 가는 빈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식품위주 새벽배송 대명사인 쿠팡이 국민 반수이상 고객을 확보하여 연간매출액 40조 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뉴스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과일, 야채, 육류까지도 구비한 편의 점수가 5만5000여개로 인구 배(倍)가 넘은 일본을 앞질렀다고 한다. 도시에서 온라인(On-line) 직접구매나 배달음식이 성장·발전하는 것은 그 이면에 ‘택배’란 유통구조가 뒷받침하고 있다. 반대로 농촌지역에선 택배사업이 가장 활발했던 우체국택배가 경영을 맞출 수 없어 충북음성 어느 사설우체국이 문을 닫았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래서 농촌지역 여러 여성봉사단체에선 독거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반찬봉사 등을 활발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농촌소재 마을회관에서 공동취사로 점심식사를 해결하는 마을이 많으나 나머지 끼니는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통계청의 ‘2020년 농임어업총조사’에 따르면 농·어·산촌의 실제 마을 단위로 볼 수 있는 행정리·동에 식품소매점이 단 한곳도 없는 지역이 전국적으로 73.5%에 달한다고 발표를 했다.

전북자치도 정읍시가 93%로 최고이고, 영광군 92%, 중도시인 순천시마저도 92%로 식품소매점이 행정리·동에 거의 존재하고 있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다. 이처럼 식품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자유롭게 구입하기 어려운 지역을 뜻하는 용어를 ‘식품사막(food desert)화’ 라고 한다. 식품사막화는 1990년대 영국의 한 공공주택 지역에서 사는 주민이 신선한 식품을 쉽게 구하지 못하는 현상을 설명하면서 이 개념을 처음 사용됐다. 미국의 경우 거주민의 3분의1 이상이 반경 800m 이내에서 식품 소매점에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을 ‘식품사막’이라고 규정하고 식품사막 거주민을 위한 영양관리 프로그램 시행과 식료품 창업자에게 세제(稅制)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은 ‘거주자로부터 반경 500m내에 식료품점이 없는 곳에 사는 노인’으로 신선식품 접근 문제인 푸드 액세스(food-access)에 중점을 두며 커뮤니티버스나 승합택시에 대한 운행을 지원하고 민간위탁운영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지역 영암농협 ‘동네방네 기찬장터’와 고흥거금도농협 ‘화목장터’인 이동마트를, 경기도 포천소홀농협 ‘행복장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동마트를 운영하기 위해선 냉장·냉동 등 유통에 필요한 일정한 시설을 충족해야만 할 것이다.

얼마 전 영광군을 방문했던 농림식품부장관은 농촌지역의 식품사막화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소방안을 모색하고 ‘가가호호 농촌 이동판매’에 대한 간담회를 개최해 활성화 방안과 대책을 논의했다.

국내에서는 충청남도와 의회가 충남형이동슈퍼마켓을 발족, 운영계획 중에 있어 앞으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모두가 인지하다시피 지역은 인구노령화의 가속, 지방소멸 우려, 식품사막화가 다수 존재함으로 관련 정책시행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