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통일운동 거목’ 문익환 생애 다룬 뮤지컬 첫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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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민주화·통일운동 거목’ 문익환 생애 다룬 뮤지컬 첫 선
서거 30주기 맞아 ‘늦봄의 길’
23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
독재·분단 대항한 사회운동가
  • 입력 : 2024. 11.12(화) 17:10
  •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늦봄의 길’ 포스터. 광주문화재단 제공
뮤지컬 ‘늦봄의 길’ 출연배우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문익환 목사의 생애를 다룬 이 뮤지컬은 23일 오후 7시 빛고을시민문화관 2층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광주문화재단 제공
일생을 독재와 분단에 맞서 민주화·통일 운동을 앞장서 펼쳐 온 고 문익환 목사의 생애를 다룬 뮤지컬이 광주에서 첫선을 보인다.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은 ‘민주주의 상징 문화콘텐츠 제작 사업’의 일환으로 고 문익환 목사 서거 30주기를 맞아 뮤지컬 ‘늦봄의 길’을 23일 오후 7시 빛고을시민문화관 2층 대공연장 무대에 올린다고 12일 밝혔다.

‘늦봄의 길’은 끝나지 않은 민주화와 통일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다. 민주화·통일 운동의 거목 문익환 목사의 생애 중 1970~1980년대를 배경으로 그린 뮤지컬이다.

늦봄의 길 공연 1막은 꽃다운 젊은 청춘들의 사랑과 꿈 그리고 우정과 우애를 담는다. 2막은 문익환 목사(왕시명 배우)의 민주구국선언문 작성으로 투옥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의 아내 박용길 장로(이나영 배우)를 필두로 투옥자들의 아내들인 공덕귀(장유정 배우), 이희호(오하은 배우), 페이문(김재인 배우)의 하모니를 감상할 수 있다. 실제 당시 구속자 가족들은 옥바라지하며 기독교에서 고난과 승리를 상징하는 보라색 옷을 입고 부채와 우산 등을 들고 시위했다. 해외에 소식을 알리고 모임을 주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대의 탄압에 맞서는 모습이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외에도 국가의 현실에 통탄하는 인물인 한지영 역을 맡은 양희연 배우, 민주구국선언을 낭독하는 이우정 장로 역의 정채린 배우 등이 출연한다. 또 한겨레, 박성현, 전한별, 박예음, 고은미 등 5명의 배우가 일인다역을 소화하며, 70~80년대 격동의 시기 당대 사람들을 대변하는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의 연출·각색을 맡은 제작기획사 ‘프로젝트 다상’ 소속의 황자람 연출가는 “기존의 역사적 사실을 다룬 원작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물들을 탄생시켜 극의 서사성을 더했다”며 “단순한 극 전개를 위한 대본을 구성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장면과 인물들을 통해 당시 일어났던 임시검문, 분신자살사건 등 시대의 초상들을 보다 몰입감 있게 다루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늦봄의 길’ 출연배우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문익환 목사의 생애를 다룬 이 뮤지컬은 23일 오후 7시 빛고을시민문화관 2층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광주문화재단 제공
뮤지컬 ‘늦봄의 길’은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에서 주관한 사업이다. 민주주의 정신 계승과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추진돼 지난 2021년 11월 낭독콘서트 형식으로 대중에게 첫선을 보였고, 이어 2023년 11월 경기도 성남과 화성에서 갈라콘서트를 개최한 바 있다.

광주에서 처음 무대에 오르는 이번 뮤지컬 제작에는 문민지 프로듀서, 황자람 연출·각색, 구모균 작곡·작사·음악감독, 김현희 극작(원작), 김은총 안무감독 등 주요 제작진과 ㈜예술기획파홀로의 백형기 대표가 예술감독으로 참여했다.

고 문익환 목사는 1918년 6월1일 만주 북간도에서 태어난 신학자이자 시인, 사회운동가다. 서울 한빛교회 목사로 일하던 그는 1975년 친구였던 장준하 선생의 죽음을 목도하고 유신 정권에 대항하기 위해 민주화운동에 뛰어든다.

그는 1976~1993년 총 6회에 걸쳐 투옥된다. 1976년 3월 ‘3·1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투옥돼 22개월 만에 출소했지만, 1978년 10월 유신헌법의 비민주성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형집행정지가 취소돼 다시 수감됐고 이후 1980년 5월 ‘내란예비음모죄’, 5·3인천항쟁,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옥살이를 해야만 했다.

문 목사는 출소 후 조국의 통일을 위해 여생을 보냈다. 1989년 3월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과의 2차례 회담 끝에 통일 3단계방안 원칙에 합의했고 1993년에는 통일맞이 7000만 겨레모임 운동을 제창하는 등 1994년 1월 심장마비로 사망하기까지 민주화·통일 운동에 전념했다.

노희용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고 문익환 목사 서거 30주기를 맞아 그의 삶과 사랑, 암울했던 1970~1980년대 민주화를 향한 의지를 보여주고자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며 “우리가 현재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과거에 어떠한 희생이 있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 관람은 13세 이상이며, 예약은 티켓링크에서 할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광주문화재단 시민생활문화팀(062-670-7443)으로 하면 된다. 관람료는 S석 1만원, A석 5000원.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