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회는 지난 2021년 GS칼텍스 예울마루 장도에서 전시됐던 ‘애도-1948(치유와 해원의 시작)’의 연장선상이다.
이인혜 작가와 여수의 인연은 남편이자 천재 구상조각가인 류인(1956-1999)과의 추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추상화가 류경채(1920-1995)의 아들인 류인에게 여수는 아버지의 고향이었고, 류 조각가와 이 작가가 ‘나중에 여기서 같이 살자’던 약속의 땅이었다.
특히 이 작가는 여수 예울마루 입주 작가로 활동하면서, 상처를 도려내지도 터뜨리지도 못하고 오랜 세월 방치돼 아픔을 겪은 여순사건 희생 민간인과 그 가족을 ‘억울하고 아픈 영혼’으로 맞았고, 이를 돌아보며 작품세계를 형성했다.
이인혜 작가는 아픈 영혼을 위해 여수시민 68인의 기도 모습을 그리고, 그림의 인물들 집에 직접 소장하게 해 기도가 계속되길 바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그 프로젝트 일환으로 6명의 도성마을 어르신이 기도하는 모습을 작품에 담았다.
전시장이 위치한 도성마을은 한센인들의 오랜 정착촌으로 1948년 발생한 여순사건 때 두 아들을 잃은 손양원 목사가 활동한 애양원이 있는 곳인만큼 여순사건과도 인연이 깊다. 손 목사는 여순사건 때 자식을 죽인 원수를 양자로 삼아 용서와 화해를 몸소 실천했다.
이 작가는 “편견과 차별 속에서 아픔으로 살았던 한센인 2세들이 여순사건으로 아파하는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그들 자신에게 또 다른 치유의 시간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며 “종교와 이념을 떠나 역사의 아픔을 공유하면서 누구든 두 손을 포개 얹는 조용한 묵상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차진 전남도 여순사건지원단장은 “이번 특별전이 여순사건으로 76년 동안 아파하는 희생자 유족들에게 위로가 되고 예술인에게는 문화예술 창작발표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