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큰 인기를 끌면서 출연 셰프들이 운영하는 식당의 예약률이 급등하는 등 침체된 외식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가운데 프로그램과 관련성이 낮은 영세 상인들은 ‘해당 업계만의 이야기’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캐치테이블 제공 |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넷플릭스 공개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끈 ‘흑백요리사’는 스타 셰프와 숨은 고수들이 창의력과 기술력을 선보이며 ‘맛’으로 겨루는 요리 경연 프로그램으로, 방송 이후 외식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호평을 받았다.
실제 식당 예약 애플리케이션 ‘캐치테이블’이 발간한 트렌드리포트에 따르면 흑백요리사 방송 공개 한 주 만에 출연 셰프의 식당 검색량은 전주 대비 74배 상승했다. 식당 저장 수는 1883.6% 증가했고 평균 예약률은 148.4% 증가했다.
광주지역 일부 고급 식당들도 예약률이 소폭 상승하며 ‘흑백요리사’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에 출연했던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은 아니지만 고급 요리를 경험해 보고 싶은 시민들이 지역 식당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광주 남구의 한 파인다이닝 식당은 “방송 영향인지 평소보다 예약률이 확실히 늘고 있다”며 “기존 고객들이 아닌 새로운 손님들이 고급 식당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점에서도 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구의 한 코스요리 전문점도 “‘흑백요리사’ 이후 코스요리 매출이 30%가량 늘었다. 원래도 코스요리를 찾는 손님들이 꽤 있지만 예년보다 매출이 더 증가해 요리 프로그램의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 같은 유행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외식업 침체가 회복되려면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프로그램과 관련성이 낮은 영세 상인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동구의 한 중식집은 “마파두부 등 프로그램에 나온 특정 메뉴를 찾거나 주말 매출이 조금씩 오르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이전과 큰 차이는 없어 방송 덕분에 매출이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충장축제가 끝나 매출이 더욱 하락한 상태다”며 “일부 가게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식자재비, 공공요금, 인건비 등 가게 운영 제반 비용은 물론 고물가·경기침체로 인해 여전히 매출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예약 및 매출이 급등한 것은 관련 업계만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방송 이후 외식산업이 살아났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지방은 특히 경기침체가 더 심각하니 외식업계가 살아나려면 내수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흑백요리사’ 인기에 따른 외식업계 수혜 효과는 실재하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사가 빠르게 변하는 시대인 만큼 이 같은 유행이 얼마 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상인들 역시 소비자들이 경기불황에 지출을 줄이고 있어 당분간 외식업 침체에 청신호가 켜지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당시 해외 여행길이 막히자 ‘보복 소비’ 심리로 급부상했던 오마카세·파인다이닝 등 고급 음식점들이 코로나19 이후에는 고금리 기조,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한 소비위축 여파로 줄폐업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광주지역에서 사업을 접고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전년 대비 12.8% 급증했다.
허경옥 성신여자대학교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연예인·인플루언서 등 유명인을 따라 소비하는 심리, ‘남이 하면 나도 한다’는 모방 심리와 해당 프로그램을 보고난 후 실제로 고급 요리를 경험해보고자 하는 욕구 등이 함께 나타나면서 관련 업계가 수혜를 누린 것 같다”며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관련 식당을 자주 찾기에는 가격대가 높으니 이 같은 현상이 장기적으로 고정화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