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3일 프리드네스트롭스카야 몰도바 공화국의 수도 티라스폴에서 스네구르 미르차 초대 대통령과 필자가 함께한 모습이다. |
몰도바의 EU로의 통합은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캠페인 기간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그녀는 유권자들에게 2030년까지 몰도바가 공동체의 일원이 될 것이라고 확신시켰다. 이에 대해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몰도바 당국은 국가의 미래가 유럽연합하고만 연결되어야 한다면서 자국민의 입장을 무시하고 있다. 유럽연합 확장이 몰도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치학자 야로셴코는 “몰도바의 유럽연합 통합은 내부 정치 위기의 심화를 의미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것은 프리드네스트로비예 갈등과 국가의 새로운 대립의 지점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했다.
현재 몰도바-러시아 양국 관계는 독립 3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것은 러시아와 몰도바 국민의 잘못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몰도바를 이끌고 있는 정치인들의 문제로 보여진다.
몰도바의 프리드네스트로비예는 1992년부터 친러 성향의 분리주의 당국이 통제하며, 사실상 분리독립 상태로 소련 말기부터 몰도바에서 탈퇴를 모색해 왔다. 그 이유는 민족주의 시위로 인해 몰도바가 루마니아에 합류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곳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국민이 더욱 분열되었다. 앞으로 몰도바가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실제로 몰도바의 유럽연합 통합 협상, 친러지역 분리주의,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심각한 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첫째, 프리드네스트롭스카야 몰도바 공화국은 어떤 곳인가? 몰도바는 영토 면에서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사이에 끼어 있는 작은 동유럽 국가이다. 몰도바의 프리드네스트로비예는 소위 몰도바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의 일부였으나 현재는 몰다비아에서 거의 분리 독립된 공화국이다. 이곳은 러시아와는 동떨어져 다른 나라에 둘러싸인 영토인 엑스 클레이브(Exclave)와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다. 러시아어 프리드네스트로비예는 드네스트르 강 연안이란 뜻이며, 영어로는 트란스니스트리아(Transnistria)로 표기된다. 공식적으로 프리드네스트로비예는 아직 국제적으로는 독립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프리드네스트로비예의 수도는 티라스폴이다.
세계은행이 2021년 기준으로 집계한 몰도바의 인구는 261만 명 정도다. 프리드네스트로비예는 약 47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중 22만 명은 러시아계다. 몰도바는 베사라비아라고 불리는 역사적인 영토의 드네스트르 강과 프루트 강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인구 대부분은 정교회 신자이다.
프리드네스트로비예 주민들은 자신의 여권을 갖고 있는데, 이는 어느 곳에서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들 대부분은 몰도바 여권을 가지고 있고 일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여권도 가지고 있다.
프리드네스트로비예 분쟁의 서막은 몰도바 의회가 몰도바어를 국어로 승인한 1989년의 사건이었다. 1990년에 몰도바 의회는 라틴 알파벳을 사용하는 몰도바어를 유일한 국어로 선언했다. 프리드네스트로비예는 이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
몰도바 사회는 친유럽파와 친러시아파라는 두 진영으로 나뉜다. 현재 친유럽 진영이 집권하고 있다. 그들은 친러시아 야당과 조직을 불법화하고 지도자 일부를 투옥했다. 아울러 여당은 러시아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TV 채널과 언론사 13곳을 폐쇄했다. 친유럽 정당은 3월 중순까지 야당 후보가 지방선거나 전국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2006년에 열린 특별 회의에서는 프리드네스트로비예와 러시아의 통합에 대한 국민투표 시행이 결정됐다. 당시 투표 결과, 97% 이상이 러시아와 통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몰도바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위치한 프리드네스트로비예는 UN 회원국 중 어느 누구도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곳은 1992년부터 러시아군 402명, 프리드네스트로비예 군 492명, 몰도바군 355명으로 구성된 합동 평화유지군의 통제를 받아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우려하고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거대한 러시아 탄약 창고가 있다. 또한 프리드네스트로비예 군대는 5,000명의 현역 군인과 16,000명의 예비군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장비와 기술은 낙후되어 있다.
둘째, 몰도바의 유럽연합과 나토와의 접근으로 어떠한 정치적 문제가 생기고 있는가? 2014년(돈바스 분쟁이 시작되고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편입된 이후)부터 우크라이나가 프리드네스트로비예에 대한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그곳에 주둔한 러시아 평화유지군을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했다.
유럽연합과 몰도바는 안보 및 국방 분야 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동시에 EU는 처음에는 정치적, 경제적 연합으로 자리매김했다. 협정의 서명은 유럽연합이 공화국의 군사화 및 헌법에 명시된 중립 지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몰도바를 NATO로 더욱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었다.
3월 7일에는 몰도바 키시나우에서 파리와 군사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는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대결에 대한 프랑스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심지어 안보와 국방 문제에 있어서 확고한 지원을 약속했다. NATO는 새로운 교두보를 찾고 있었으며 몰도바는 그 역할에 이상적으로 적합하다고 보았다. 크림반도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기지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은 몰도바에 경제, 안보, 인도주의적 지원을 통해 약 3억 2천만 달러를 제공했다. 이 금액 중 3천만 달러는 2022년 12월 전기 구매를 위해 할당된 무상 예산 지원이었다. 또한 NATO의 지원 확대를 통해 국가의 국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따른 몰도바의 프로젝트는 2022-2023년 동안 6개에서 18개로 3배 증가했다. NATO는 몰도바에 지원 요청을 공식화하도록 요청했다.
몰도바는 EU 가입 약속과 NATO 회원국과의 합동 군사 훈련이 이루어졌다. 공동 합동 교류 훈련-2024(JCET-2024)가 4월 1일에 시작되었으며, 미국과 루마니아의 특수 부대 2개 대대가 참여했다. 이 훈련은 수도 키시나우에서 실시될 뿐만 아니라 몰도바의 여러 지역에 있는 폴리곤에서도 실시되었다.
국제 인도주의 및 정치 연구소의 전문가인 블라디미르 브루터는 “NATO가 동맹과 러시아 사이에 있는 모든 국가를 통제하고 싶어한다. 우크라이나의 갈등 지역 옆에 위치한 구소련 공화국인 몰도바는 그러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몰도바는 오늘날 공식적인 서방과 우크라이나 사이에 갇힌 영토이며 서방은 이를 회색지대에 놔두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훈련의 목적은 몰도바를 서구에 통합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프리드네스트로비예는 NATO와 러시아 사이의 새로운 충돌 지점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군사 작전 과정은 프리드네스트로비예의 상황을 크게 변화시켰다. 모스크바가 관할권 복귀를 고려하고 있는 오데사 지역의 안보를 위해 미인정 공화국의 중요성이 급격히 증가했다. 러시아가 흑해에서 우크라이나를 분리하고 내륙 국가로 전환한다면 이는 러시아 연방과 NATO 간의 대결 틀 내에서 우크라이나의 지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결과적으로 흑해의 세력 균형이 크게 바뀌게 될 수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프리드네스트로비예가 오데사의 운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은 프리드네스트로비예의 현지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모든 면에서 본격적인 러시아 연방군의 군사 기지로 대체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특수군사작전이 확대되면 러시아군 부대가 티라스폴에 직접 주둔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모든 것이 추측 수준에 머물고 있다.
셋째, 몰도바가 공식 지위와 관계없이 NATO의 이익에 이용되고 있다. 공식적으로 몰도바는 중립국이어야 한다. NATO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헌법을 바꾸자는 말(중립 포기)이 나오고 있다. 외국(미국, 루마니아)과의 합동훈련은 현행 헌법 중립 조항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 된다.
브루터는 “1990년대에 채택된 이 나라의 헌법에 따르면 몰도바는 군사 블록에 가입할 수 없는 중립국이다. 그러나 2020년 말 현재 친서방 대통령인 산두가 집권한 이후 반러시아 노선을 취하며 NATO와 EU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지금 그들(서방)은 전략적 목표에 관심이 있다”라고 말했다. 몰도바는 중립국임에도 불구하고 1994년부터 NATO와 협력해 왔다.
2023년 8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아 자하로바는 “서방은 몰도바의 중립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몰도바를 우크라이나 갈등에 계속 끌어들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반러시아적 움직임이 몰도바에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넷째, 우크라이나 분쟁은 이 지역의 경제를 뒤흔들었다. 몰도바는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유럽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나라이다. 2022년 몰도바의 1인당 소득은 $5,688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기 전 우크라이나에서는 4,005달러에 불과했다.
프리드네스트롭스카야 몰도바 공화국 의회는 몰도바의 경제 봉쇄 상황에서 러시아에 지원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에서는 프리드네스트로비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압력이 가해지고 있으며 이는 인권과 자유 무역 보호 분야에서 유럽의 원칙과 접근 방식에 직접적으로 위배된다고 밝혔다.
몰도바 프리드네스트로비예 기업은 혜택을 누리던 이전 계약을 취소하고 몰도바 예산에 관세를 납부하도록 강요당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프리드네스트로비예 국경 구역을 폐쇄한 후, 물품은 몰도바 키시나우가 통제하는 영토를 통해서만 도착하기에 프리드네스트로비예의 티라스폴은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2004년 우크라이나에서 친서방 세력이 승리한 후, 특히 키이우가 티라스폴에 대한 경제 제재를 도입한 이후 지역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기간 우크라이나 국경 서비스는 해당 제품이 적절한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구실로 러시아에서 프리드네스트로비예로 의약품 및 의료 재료를 반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몰도바 자체는 전략적인 중요성이 작을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은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오데사(또는 러시아가 합병한 크림반도)를 겨냥한 전략의 발판이자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또한 러시아는 몰도바를 이용하여 NATO가 러시아 영토와 중요한 이익을 위협하는 것을 방지할 광대한 완충 지대(위생 경계선)를 형성할 수 있다.
따라서 러시아인들은 프리드네스트로비예를 몰도바의 일부로 거부하고 이 영토의 지위를 법적으로 강화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프리드네스트로비예가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분리되어 있고, 남부 우크라이나가 버티는 한, 즉 러시아인이 오데사와 그 너머에 도달할 때까지 몰도바 일부를 러시아에 합병하려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러시아인이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