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김명선>큰바다와 같은 경찰서 민원실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테마칼럼
에세이·김명선>큰바다와 같은 경찰서 민원실
김명선 광주서부경찰서 방호관
  • 입력 : 2024. 10.01(화) 18:13
김명선 광주서부경찰서 방호관
“선생님 밖으로 나가지 마시고 이쪽으로 들어가세요”

“방문증을 이용해서 본관 3층 여청수사팀으로 가세-요”

하루에도 수백명의 방문객을 상대로 같은 말을 반복하다보면 오후에는 입에서 단내가 난다.

필자는 경찰관으로 정년퇴임 후 이곳 서부경찰서 민원실에서 방호관으로 근무하면서 제2인생을 살고 있다.

방호관의 임무는 경찰서를 안전하게 유지하고, 경찰관들을 외력으로부터 보호하며, 경찰서를 찾는 방문객들이 불편함 없이 방문목적을 달성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 방호관으로 근무할 시 경찰관으로 근무할 때 스트레스받고 그 고생하고 또다시 경찰서에서 근무하냐고 눈초리를 보내는 후배들도 있었다.

물론 방호관 근무를 하면서 하루 수백명의 방문객을 상대하고 이들이 불만없이 목적을 달성하도록 하는일이 녹록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내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는 경험이 많고 노련함이 있어 이곳 서부경찰서에서 2년 넘게 방호관으로 근무하면서도 단 한번도 방문객들과 불협화음 없이 근무하고 있어 많은 후배들도 이제는 지지해주고 있다.

이곳에서 막상 근무해보니 경찰관으로 일선에서 근무할 때는 주취자에게 시달리는 지역경찰들만 항상 고생을 많이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경찰서 민원실에서 근무하는 것도 녹록지않다.

경찰서 민원실은 불만을 가지고 찾아오는 민원인들이 많다. 왜 나만 적발하고 철수해버리냐는 음주운전자, 교통법규위반 장소가 잘못되었다고 큰소리치는 민원인, 사건처리가 잘못되었다는 민원인등 경찰에 불만있는 민원인은 일단 민원실에 들어가면서 큰소리부터 친다. 민원실 직원들은 이런 민원인들을 계속 설득하며 자신의 스트레스와 건강을 갉아먹으면서 노력하는 그들을 다시보게 되었다.

경찰서 민원실은 큰바다와 같다.

大海不擇細流(대해불택세류)라는 말처럼 큰바다는 어떤 강물이라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의 신체중 가장 게으른 곳이 눈이라고 했던가 경찰서를 찾는 방문객들의 출입이 편리하게 안내문을 여기저기 설치해 놓았지만 안내문을 읽은 방문객은 거의 없다. 외면해 버린지, 못 본것이지 모르겠다.

안내문을 읽으면 쉽게 접근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방호관의 안내를 원하고 있어 하루에 수백명을 상대하는 것이 몸은 고되지만 그래도 보람은 있다.

경찰서를 찾는 방문객 대부분은 좋은 일로 오는 사람이 없다.

불안하고 다급하며 당황하는 사람들이 많다. 방호관은 이런 방문객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분들에게 불친절하게 대한다면 그 아픔과 고통은 훤씬 크다는 것을 잘 알기에 항상 친절하게 대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방문객들을 대하고 있다. 어느 방문객은 경찰서내 천원짜리 커피 한잔을 뽑아와 내손에 쥐어주며 친절하게 대해주어 고맙다고 말한다. 더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경제가 어려워 서민들은 물가 때문에 또 일자리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런데도 투자를 한다고 고액을 투자했다 사기당한 중년 아저씨, 하루에도 여러명 찾아오는 당근마켓에서 사기당했다는 젊은남·여,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숨이넘어 갈 듯 아들 손잡고 방문한 나이드신 할아버지, 옆에서 지켜보기 너무 안타깝고 속상할 때가 많다.

이제 제발 신중하게 여러번 생각해보고 너무 욕심부리지도 말고 더 이상 피해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최근 우리 사회가 각종범죄로부터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인심은 더 각박해진 것 같다. 그만큼 경찰관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큰 어려움도 수없이 헤쳐온 우리 광주경찰관들은 이런 일 쯤하면서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경찰관들의 많은 노력으로 또 그렇게 흘린 땀방울의 결실로 경찰서를 찾는 방문객들이 확 줄어들기를 간곡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