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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보통의 삶
박소영 취재1부 기자
  • 입력 : 2024. 09.23(월) 18:06
  •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
박소영 취재1부 기자.
지난달 인하대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착취물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초·중·고등학교에서까지 관련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관련 더욱 강력한 처벌법을 쏟아내고 있다.

텔레그램 내에서는 인하대 외에도 ‘○○겹지인방(겹지방)’, ‘○○지능방(지인능욕방)’ 등 특정 학교·지역 이름을 앞세워 불법 합성물을 제작·공유하고 있었다. 해당 메신저 방에서는 교내 여학생, 여성 지인들의 얼굴에 나체 사진을 합성하거나, 목소리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주인님’ 등 외설스러운 음성 파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성인뿐 아니라 아동 및 청소년 대상 메신저방도 발견되는 등 초·중·고등학교에서도 관련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올해에만 학생·교원 대상 딥페이크 피해 접수 건은 총 434건으로 피해자는 317명에 달한다. 이중 인하대방에 대한 폭로가 있었던 지난달 28일부터 접수된 피해는 238건, 피해자 421명이다. 누적 피해자 95.3%(553명)가 학생으로, 이외로 교사, 직원이 있었다. 광주·전남에서도 한 중학생이 같은 학교 남학생을 신고하거나, 여고생들이 단체로 피해를 보았단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딥페이크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의 범위가 협소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있다. 관련 처벌 조항인 ‘성폭력 범죄 처벌 관한 특례법 14조2’는 유포할 목적으로 제작했을 때만 처벌할 수 있어 단순 소지하거나 시청했을 때는 처벌이 어려워 ‘반쪽짜리 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조차도 ‘N번방’ 사건 이후에 만들어졌다.

딥페이크 처벌에 대한 여론이 모이자, 국회에서는 지난 한달여간 30여개가 넘는 법안이 발의됐다. 대다수 유포하거나, 유포를 목적으로 제작했을 경우를 넘어 허위영상물을 소지, 구매, 저장, 시청하는 행위까지 처벌하는 내용이다.

이외 아동·청소년에게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이용해 협박·강요한 이에게 최소 5년 이상의 징역형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입법도 추진된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19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및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성착취물을 이용한 협박은 1년 이상, 강요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아동·청소년이 대상일 경우 3년 이상, 5년 이상 형량을 높인다. 또 경찰이 사전 승인 없이 경찰임을 숨긴 채 온라인 공간에서 비공개 수사를 할 수 있는 조항도 담겼다.

끊임없는 기술의 발전으로 파생되는 그림자를 뒤쫓아가는 법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N번방 사건으로 인해 만들어진 법 조항의 허점을 이제는 이해하게 되는, ‘시대 감수성’을 따라가고 있다는 청신호일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삶으로, ‘나도 피해자일 수도 있겠다’라는 공포를 이해해 범죄 사실이 드러났을 때 피해자인 개인의 아주 사소한 보통의 삶이 우선시돼야 한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