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주 원자력대학원 교수, 전 주폴란드 대사 |
데이터 센터는 인터넷 보급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검색 및 쇼핑, 게임, 교육 등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웹 사이트에 표시하기 위해서는 수천, 수만 대의 서버 컴퓨터가 필요하다. 이를 한 장소에 모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로 데이터 센터다. 그간 데이터 센터는 인터넷 및 클라우드를 주축으로 운영되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인공지능(AI)이 확산되면서 AI전용 데이터 센터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이처럼 데이터 센터는 21세기 비즈니스를 위해 필수 불가결하다. 그런데, 데이터 센터가 중단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필수 요건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다. 동시에, 센터는 매우 많은 열을 발산하므로 적시 냉각도 필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AI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데이터 센터의 소요 전력이 2026년에는 2022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는 8000개가 넘는 데이터 센터가 있으며, 이 중 30% 남짓은 미국, 16%는 유럽, 그리고 약 10%는 중국에 소재하고 있다. 전 세계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총 전력량의 1% 이상을 차지하는데, AI모델 훈련 등으로 인해 2030년에는 총 전력량의 약 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 센터는 일반 건축물보다 약 40~100배 많은 전력량을 소비하며, 이 중 서버 냉각용 에너지가 전체 사용 전력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데이터 센터 내의 대용량 IT장비에서 방출되는 열을 식히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냉각수가 필요하다. 챗GPT를 단 1회 사용하는 데도 약 0.5리터의 냉각수가 소모된다. 전 세계적인 AI 수요 증대로 2027년까지 1조 갤런(약 3조 8000만 리터)의 냉각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 센터로 인해 전력 및 물 부족이 예상됨에 따라, 호수나 바닷물을 사용함과 아울러, 액침냉각방식(LIC)이나 소형모듈원자로(SMR)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이 중, 액침냉각방식이란 데이터 센터의 서버나 장비, 배터리 등을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非)전도성 액체에 침전시켜 열을 식히는 기술이다. 이는 단순히 온도를 낮추는 것을 넘어서, 전자기기 시스템의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센터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열관리 기술’ 여하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액침냉각방식은 기존 냉각기술 대비 전력 소비량을 거의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 이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대표적인 열관리 기술이다. 이처럼 AI 데이터 센터의 확충을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바야흐로 친(親)기후적이고 친환경적인 ‘그린 데이터 센터’가 각광 받는 시대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각국은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와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 이는 탄소를 배출하는 에너지를 퇴출하고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인데, 딜레마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만으로는 엄청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점점 많은 국가들이 SMR 등 원자력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을 뺀 절대다수의 유럽 국가들이 원전을 신규 건설하는 등 ‘원자력 르네상스’를 선도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석탄 등 화석연료에의 계속 의존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국제적 합의에 대한 위반 행위다. 따라서, AI와 인터넷 시대에 필수적인 데이터 센터를 친환경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에너지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 기록적 폭염과 가뭄 등 지구 온난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탄소중립의 실현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센터를 기후친화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액침냉각방식은 물론, SMR와 같은 안전하고 안정적인 에너지원(源)과의 연계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