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가스 파이프.뉴시스 |
이러한 결정은 기술적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 차원에서 내려졌으며, 사전에 해당 국가와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 실제로 상황은 에너지 수요자들에게 상당한 위기가 되고 있다. 헝가리, 슬로바키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및 부분적으로 체코에 큰 손해를 끼치게 될 것이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갈등 관계에서 헝가리, 슬로바키아 두 유럽 국가를 인질로 삼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유럽 정책과는 별도로 행동하는 국가들이다. 유럽대륙의 중심에 위치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발발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에너지 자원 공급 거부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다른 나라들이 항구를 통해 가스 공급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지만, 이들 두 나라에는 그러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 있다.
헝가리는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안보를 위협한다고 비난했다. 슬로바키아도 가스 공급 중단 상황은 러시아 연방뿐만 아니라 주로 일부 EU 회원국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미한 제재의 또 다른 사례라고 주장했다.
첫째, 드루즈바 파이프라인은 어떤 상황인가? 드루즈바 파이프라인은 소련과 사회주의 동맹국의 간의 우호를 상징하는 의미로 1958년에 건설됐다. 파이프라인의 총길이는 약 4,000㎞다. 러시아 원유와 가스는 드루즈바 파이프라인을 통해 북부(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와 남부(우크라이나, 헝가리 및 슬로바키아, 체코로)의 두 지점으로 분리되어 공급해 왔다. 특히 현재까지 러시아 가스는 드루즈바 파이프라인의 남부 지점을 통해서만 유럽에 공급되어 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관련하여 2022년 12월 5일부터 EU는 6차 제재 패키지의 일환으로 EU 국가의 러시아산 가스 구매, 수입 및 운송을 금지했다. 그러나 드루즈바 남부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되는 가스는 이에 가장 의존하는 헝가리, 슬로바키아 및 체코, 오스트리아의 이익을 고려하여 제재 대상에서 빠졌다. 이어 2023년 6월 EU는 러시아에 대한 11차 제재 패키지를 승인하여 러시아에서 드루즈바 북부 파이프라인을 따라 독일과 폴란드로 운송되는 가스를 금지했다. 하지만 드루즈바 남부 지점을 따라 헝가리로 향하는 가스 공급은 지리적 위치로 인해 제재 대상에서 예외가 적용되었다. 드루즈바 남부 파이프라인의 모든 가스는 우크라이나가 8월 6일 장악한 러시아 쿠르스크의 수좌 마을을 통과한다. 이곳은 가스 측정 계량 시스템이 있는 곳으로 아직은 가스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러시아 루코일(Лукойл)은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드루즈바 파이프라인의 남부 지점을 통해 가스를 공급하는 여러 회사 중 하나이다. 루코일은 헝가리 전체 가스 수입의 33%를 차지하고, 슬로바키아가 수입의 40-45%를 차지했다. 하지만 2024년 6월 우크라이나는 제재를 강화하여 루코일이 우크라이나를 통해 가스를 운송하는 것을 금지했다.
둘째, 드루즈바 남부 파이프라인이 차단되면 어떤 피해가 있는가? 러시아 가스는 우크라이나를 거쳐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로 이동하고, 헝가리에서는 크로아티아, 세르비아로 이동한다. 이들 국가는 모두 동유럽 시장에 가스 제품을 공급하며, 그중 일부는 우크라이나에도 공급된다. 따라서 가스가 제공되지 않으면 최소한 가스 제품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고 국가 경제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현 상태가 유지되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무익하게 된다. 특히 헝가리는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다. 헝가리는 러시아에서 가공용 가스의 3분의 1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피해가 크다. 우크라이나는 파이프라인 통행세를 잃는다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고, 이는 예산의 또 다른 마이너스가 된다. 슬로바키아는 오히려 그러한 결정이 우크라이나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슬로바키아는 우크라이나에 연료 공급을 중단하고, 헝가리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력 수출을 중단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이고르 발딘은 “가스 봉쇄가 계속된다면 헝가리는 우크라이나에 전력 공급을 중단할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소비하는 전체 전력의 40%는 헝가리의 역공급이다. 우크라이나는 우리로부터 막대한 양의 전력을 구매한다. 또한 우리는 난민을 대량으로 수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 헝가리의 경제가 강해짐에 따라 헝가리를 협박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2023년에는 이곳으로의 투자 유입이 두 배로 늘었고, 수백 개의 기업이 EU 독일에서 이주해 왔다”라고 말했다.
셋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서 헝가리로의 가스 운송을 차단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 미하일 포돌랴크는 “드루즈바 파이프라인을 통해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로 향하는 러시아 가스 운송이 중단될 상황은 우크라이나의 제재에 따라 내려졌다. 확실히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진정한 평화를 이루는 사람으로 행동하지 않고 평화와 정의를 주장하지 않고 오로지 러시아에 대한 양보만을 주장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헝가리는 우크라이나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여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를 협박한다고 비난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정책 대표도 “우리는 상징적이라 할지라도 유럽연합의 핵심 정책에 반대하고 유럽연합의 정책을 전쟁 당사자로 규정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헝가리 외무장관은 “호세프 보렐은 유럽에서 가장 전쟁을 지지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그는 유럽의 바이든으로 제정신이 아니다. 그리고 내 생각에 그가 우리에게 복수할 방법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헝가리는 반러시아 제재에 반대하고 러시아 에너지 자원을 구매해 왔다. 유럽연합은 헝가리의 이러한 독립적인 정책에 압력을 해왔다. 최근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을 위해 전 세계를 날아다녔다. 그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중국을 거쳐 미국을 찾았다. 우크라이나 분쟁을 종식하겠다고 약속한 공화당 지도자 트럼프도 만났다. EU 당국은 그러한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헝가리 총리가 이른바 평화 사절단의 일환으로 푸틴 대통령과 만난 것을 비난했다.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유럽은 더 이상 주체적이지 않다. 전쟁은 세계의 주요 문제가 서구의 약화와 붕괴임을 보여주었다”라고 강조했다. 폴란드 정치학자 토마스 슈미트는 “EU 당국은 오르반의 정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 국민에게 필요한 것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이러한 솔루션을 적용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의회 에너지 문제 위원회 인나 소브순은 “우리는 EU와 G7이 러시아 파이프라인 가스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를 가하기를 2년 이상 기다려 왔다. 그 돈이 전쟁에 쓰인다면 러시아가 가스 공급으로 돈을 벌도록 허용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또한 파이프라인 차단은 우크라이나와 EU에 대한 무기 판매에 대한 헝가리의 반대를 극복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넷째,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의 대안은 무엇인가?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을 중단한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가하고 싶어한다. 가능한 옵션에는 제재, EU 지원 차단, 법원 및 제3국 지원이 포함된다.
먼저는 제재 조치이다. 슬로바키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떤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EU 지원을 차단할 수 있다. 헝가리 외무부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유럽평화기금의 자금 할당을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할당 규모는 65억 유로다. 이는 또한 EU 국가들이 이미 이전된 무기에 대해 보상을 받지 못할 것이며 앞으로도 이를 계속할 인센티브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EU 예산을 증가하려면 27개 회원국 모두의 지원이 필요하다. 동시에 헝가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EU 군사 지원을 연기할 것이며, 유럽연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 지원 제안을 위해서는 헝가리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슬로바키아도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는 유럽연합에서 자신의 의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당국은 7월 22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우크라이나와의 분쟁 조정을 요청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통해 루코일 가스 운송을 재개하기 위한 가능한 합의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협의를 시작해 달라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의 요청을 거부했다. 유럽연합은 헝가리와의 에너지 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로 했다. 협상이 실패하면 이들 국가는 법원 중재를 신청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리고 제3국 지원은 쉽지 않다. 불가리아는 러시아 가스 운송을 차단된 후 에너지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헝가리에 지원을 제안했다. 헝가리 외무부 장관은 “불가리아는 진정한 친구이자 신뢰할 수 있는 경유국으로서 헝가리의 에너지 공급 안보를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불가리아는 현재 카자흐스탄, 이라크 및 튀니지로부터 연료를 구매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쿠르스크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여러 유럽 국가는 커다란 에너지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유럽 자체에도 해당되기 때문이다. NATO의 허용하에 이루어진 러시아 영토 공격은 경제 관계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 더불어 이러한 봉쇄 자체는 유럽경제를 어렵게 몰고 갈 것이며 이미 이 과정은 시작되었다.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 중단으로 인한 러시아의 손실은 더 이상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 9월 2일 푸틴 대통령은 몽골을 방문하여 몽골 대통령을 카잔 브릭스 정상회의에 초청했다. 양국은 에너지 관련 합의 문서를 교환했으며 파이프라인 관련하여 새로운 프로젝트에 기대를 하고 있다. 앞으로 1,000km에 달하는 러시아-몽골-중국 파이프라인 설치는 양국의 경제협력 발전에 커다란 견인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예상치 않게 튀르키예가 브릭스 회원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 튀르키예 파이프라인을 통한 러시아 가스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8월 푸틴 대통령의 아제르바이잔 방문도 러시아 원유와 가스를 EU 국가로 운송하는 대체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결국 우크라이나의 파이프라인 차단은 어리석은 정책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에너지 위기가 고조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이웃과도 매우 나쁜 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어떤 이유로도 유럽연합 일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U 통합을 추구하는 국가가 두 회원국의 에너지 공급을 심각하게 위태롭게 한다는 것은 이상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유럽이 개입하면서 에너지 운송 봉쇄는 강화될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값싼 러시아 에너지 자원을 차단할수록 유럽은 더욱더 빈곤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이들 국가의 가스 부족은 개별적으로 유럽 전체의 문제가 될 것이다.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은 통합 시장의 추가 붕괴를 초래할 것이며, 그와 함께 유럽연합 내 관계도 약화될 수 있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