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복싱 국가대표팀 임애지(왼쪽)가 지난 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타이거즈와 키움히어로즈의 맞대결에 앞서 투수 양현종에게 시구 지도를 받은 뒤 선물을 맞교환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수확하며 한국 여자 복싱 사상 최초의 메달리스트가 된 임애지(화순군청)의 시선은 4년 뒤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파리의 기적을 발판 삼아 LA에서 더 큰 영광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임애지는 최근 전남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정말 신기하다. 국민들의 응원이 신기하고 감사하면서도 사랑받는 종목이 하나 더 생겼다고 느낀다”며 “제가 한국 여자 복싱 최초로 메달을 땄지만 제 뒤를 이어 계속 나올 거라고 믿는다. 시작 종이라고 생각하고 메달에 대해서는 덤덤하게 생각하려고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애지는 극적으로 파리 올림픽 본선행 막차를 탔다. 지난 6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2차 세계 예선 대회’에서 54㎏급 상위 4명에게 주어지는 본선 티켓을 획득하며 대회를 두 달 남짓 남겨놓고 출전을 확정 지었다.
그는 “출전권을 마지막에 땄기 때문에 그만큼 지친 상태로 올림픽을 준비했다”며 “체력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힘들었다. 어깨와 다리 부상도 있어서 사전 캠프 때까지 많은 고생을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임애지는 실전에 강한 선수였다. 생전 처음으로 겪는 심야 시간 경기에도 차분하게 하루 일정을 정리해 소화하며 컨디션을 조절했고, 2020 도쿄 올림픽 57㎏급 첫 경기였던 16강에서 탈락한 아쉬움을 완벽히 털어냈다.
그는 “막상 사전 캠프를 마치고 파리에 입성하니 빨리 경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렇게까지 늦은 시간 경기는 처음이었지만 설레는 마음이었다”며 “경기를 기다리면서 할 일을 수첩에 모두 정리했다. 폼롤러 같은 스트레칭은 원래 경기 전에 했는데 미리 아침에 했고,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준비했다”고 언급했다.
한국 복싱 국가대표팀 임애지가 지난달 9일(한국 시간) 오전 프랑스 파리 아레나 파리 노르에서 열린 복싱 여자 54㎏(플라이급) 시상식에 참석해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
임애지는 “준결승에 진출했을 때 기쁜 마음보다는 금메달을 꼭 따고 말겠다는 마음이 컸다”며 “감독님, 코치님께서는 ‘금메달 딴 거나 마찬가지’라고 격려해 주셨는데 오히려 제가 ‘저 금메달 딴 거 아니다. 동메달 확보한 거고 준결승에서 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결승 진출을 노린 승부욕에도 임애지는 준결승에서 해티스 아크바스(튀르키예)에게 2-3 판정패하며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첫 메달 사냥에 성공한 만큼 이를 발판 삼아 더 큰 성과를 노리겠다는 다짐이다.
그는 “파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면서 자신감이 더 붙었다. 다음 달 전국체육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낸 뒤 LA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한국 복싱과 임애지에게 쏟아지고 있는 관심에 대한 감사함도 표현했다. 그는 폐회식 여자 기수로 나선 뒤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와 MBC ‘라디오스타’를 통해 지상파 나들이에 나섰고 지난 7일에는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타이거즈와 키움히어로즈 경기에 앞서 시구자로 마운드에 올랐다.
임애지는 “운동도 하고 인터뷰도 하고 방송도 출연하니까 뭔가 더 힘든 느낌이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알아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며 “KIA타이거즈에서 시구를 할 수 있어 정말 영광이고 기뻤다. 수첩에 적어놨던 버킷리스트를 이루게 돼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야구를 잘 모르지만 이 열기를 꼭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며 “챔피언스필드에 오기 전에 팀이나 선수 응원가를 일일이 다 들으며 연습했다. 너무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응원가도 부르고 섀도복싱도 했는데 KIA 선수들이 승리까지 해주셔서 너무 행복하다”고 미소 지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