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방학·휴가철 혈액 부족… “정책 변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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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반복되는 방학·휴가철 혈액 부족… “정책 변화 시급”
대입 미반영에 10대 헌혈자 급감
방학 기간 단체헌혈 ‘일시중지’
일부 혈액형 적정 보유량 못 미쳐
“홍보 강화·혜택 확대·정부 지원”
내일부터 31일간 ‘사랑의 헌혈운동’
  • 입력 : 2024. 08.11(일) 18:43
  •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11일 광주 북구 용봉동 헌혈의집전대용봉센터 2층 채혈실을 찾은 시민들이 헌혈하고 있다. 박찬 기자
여름철을 맞아 방학과 휴가 기간이 겹치며 헌혈 수급을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도 대학 입시부터 헌혈이 교외 봉사활동에 미반영돼 헌혈의 집을 찾는 고등학생 수가 예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꾸준히 감소하는 학령인구를 고려하면 머지않아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의 ‘광주전남지역 월별 고등학생 헌혈횟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9년~2023년)간 7월과 8월 고등학생 헌혈자 수는 △2019년(7월 5702명·8월 3119명) △2020년(7월 3642명·8월 4033명) △2021년(7월 4666명·8월 2347명) △2022년(7월 3785명·8월 2038명) △2023년(7월 3297명·8월 857명)으로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여름과 비교해 종식 이후인 2023년에는 2500명가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월 말부터 시작되는 여름방학의 여파로 학교에서 단체헌혈을 진행할 수 없는 탓에 7월보다 8월에 헌혈 참여가 현격히 저조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1일 오후 3시께 찾은 광주 북구 용봉동에 위치한 헌혈의집 전대용봉센터 2층 채혈실은 빈자리가 없어 우려했던 한산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헌혈자들도 여름철을 맞아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며칠 전 혈액원으로부터 헌혈이 부족하다는 문자를 받고 이날 헌혈의집 전대용봉센터를 찾은 정여주(21)씨는 “작년 처음으로 헌혈에 참여한 후 이날 두 번째로 방문하게 됐다”며 “올해부터는 헌혈 참여 학생들에게 개인 헌혈봉사시간을 대입에 반영하지 않고 있는데, 헌혈하면 선행상을 수여해 가산점 부여하는 등의 혜택을 시행해 고등학생들의 헌혈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112번째 헌혈을 위해 센터를 방문한 천영미(61)씨도 홍보 강화와 혜택 증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천씨는 “의료종사자가 아닌 소시민으로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대표적인 행위가 헌혈이라고 믿고 50대 초반부터 시작하게 됐다. 다른 헌혈자보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편인데 중장년층을 위해 온라인뿐 아니라 TV 홍보가 더 이뤄졌으면 한다”며 “헌혈자에게 1+1 상품 등 혜택을 늘리고 프로모션을 더 자주 진행해 장기적인 헌혈자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헌혈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며 “주변에 헌혈에 대한 선입견이 있고 걱정할까 봐 가족과 친구들 몰래 헌혈을 해오고 있는데 매체를 통해 헌혈의 장점을 꾸준히 알리고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에 따르면 11일 기준 혈액 보유량은 6.5일분(△O형·5.9일분 △A형·6.7일분 △B형·7.6일분 △AB형·5.4일분)으로 보건복지부가 정한 적정 보유량 기준(5일)을 상회하지만, 7월 평균 7일분 후반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8월 들어 혈액 보유량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일부 헌혈의집 센터들에선 일부 혈액형이 5일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 원활한 혈액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이혜정 헌혈의집 전대용봉센터 과장은 “본격 여름 방학 기간이 시작돼 단체 채혈이 줄며 5일 이내로 떨어진 적이 없던 혈액 보유량이 일부 혈액형에선 5일에 못미치고 있다”며 “광주에서 가장 많은 헌혈자들이 찾는 충장로센터가 리모델링 공사로 문을 닫은 것도 헌혈자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평소 충장로센터를 찾던 분들이 첨단센터, 전대용봉센터 등을 찾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경선 광주·전남혈액원 간호팀장은 혈액원의 자체적인 홍보로는 역부족이라며 헌혈 참여를 촉진시킬 정부 차원의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팀장은 “7월 말까지 7일 대를 유지하던 평균 혈액 보유량이 연이은 장마와 폭염으로 현재는 5일 안팎으로 떨어진 상태”라며 “일부 혈액형은 3일 대로 떨어져 혈액 수급 난항에 봉착한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미 코로나 시기와 봉사시간 대입 미반영 결정 등이 맞물려 10대 헌혈자가 급감해 가는 상황에서 학령인구는 계속 줄어들기 때문에 혈액 수급 어려움이 단순히 여름철이라는 시기상 문제나 단기적 위기라고 볼 상황은 아니다”며 “장기적으로 헌혈 수급 난항은 더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돼 혈액원 차원의 홍보와 프로모션으로는 역부족이다. 정부 차원에서 10대 헌혈자를 늘리기 위한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전남혈액원에선 하계 휴가철 혈액 수급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13일부터 오는 9월 12일까지 31일간 광주시민 대상 헌혈 릴레이 ‘31일간 사랑의 헌혈’ 행사를 진행한다.

특히 광복절 연휴가 껴있는 8월 셋째 주가 헐액 수급의 어려움이 극대화되는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돼 이 기간 헌혈 감소를 최소화해 대응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김동수 광주·전남혈액원 원장은 “헌혈인구 확대를 위해서 어린 나이부터 헌혈 관련 교육을 통해 건강한 헌혈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며 “헌혈 참여기회를 보장하고 독려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