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데이터 분석업체 그레이스노트는 지난 4일 한국의 파리올림픽 예상 순위를 8위(금 13·은9·동13)로 올렸다. 메달 숫자로만 보면 런던대회(31개)를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레이스노트는 개막전에도 한국이 10위(금 9·은4·동 13)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했다. 예상치에 크게 벗어나지 않은 분석이다. 반대로 대한체육회의 판세 분석은 극명하다. 이를 두고 대한체육회의 역량에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2024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안세영(22·삼성생명)이 배드민턴 대표팀에 대한 작심 발언은 큰 충격이다.
그는 결승 경기를 마친 뒤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부상 관리, 선수 육성 및 훈련 방식, 협회의 의사결정 체계, 대회 출전 등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같은 발언에 과거의 문제까지 들춰졌다. 6년전인 2018년 7월 중국에서 열린 세계 선수권대회 참가를 위해 배드민턴협회가 작성한 예산서를 보면 선수 6명이 출전했는데 임원은 8명이나 따라갔다. 또 감독과 선수들은 이코노미석에 탑승했는데, 임원진은 전원 비즈니스석을 이용했고 비용은 두 배 가까이 들었다.
다시 화살은 대한체육회로 쏠린다. 잘못된 예측과 선수단 관리 부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메달 목표치 분석이 잘못된 것이라면 무능이고 일부러 목표치를 과도하게 낮춘 것이라면 고의적인 면피다.
또한 우리 선수들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선수들의 경쟁력 분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안세영 선수의 주장대로 선수단 관리까지 엉망이라면 대한민국은 더이상 스포츠 강국이라 할 수 없다. 대회 성적은 선수만의 몫이 아니다. 체계적인 훈련과 운동에 올인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하지만 일련의 상황을 보면 선수들에게 희생만 강요하는 듯한 시스템이다. 체육회의 무능함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은 끝없이 추락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