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화순군청 임애지, 한국 여자 복싱 새 역사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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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일반
[2024 파리 올림픽]화순군청 임애지, 한국 여자 복싱 새 역사 썼다
54㎏급 4강서 2-3 판정 패
여자 복싱 최초 동메달 획득
“아쉽지만 가능성 연 무대”
  • 입력 : 2024. 08.05(월) 18:28
  • 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
동메달을 획득한 임애지가 4일(현지시각) 프랑스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kg급 준결승 튀르키예 하티세 아크바시와의 경기에서 패한 뒤 경기장을 나서며 튀르키예 관계자와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임애지(오른쪽)가 4일(한국시간) 프랑스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준결승 튀르키예 하티세 아크바시와의 경기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화순 출신 임애지(25·화순군청)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여자 복싱 선수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수확하는 새 역사를 썼다.

임애지는 지난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준결승전에서 하티세 아크바시(튀르키예)에 2-3(28-29 27-30 29-28 27-30 29-28)으로 판정패했다.

임애지는 1라운드에서 빠른 스텝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공격을 하며 유효타를 성공시켰지만 심판 5명 중 2명에게만 우세 판정을 받으며 2-3으로 밀렸다.

1라운드를 내준 임애지는 2라운드에서 적극적인 인파이팅으로 전략을 바꿔 유효타를 쌓았지만 이번에도 심판 4명이 아크바스의 손을 들어줘 1-4로 졌다.

임애지는 3라운드에서 더 공격적으로 나서며 힘을 냈지만 방어에 나선 아크바스를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이었고, 2-3으로 져 결국 판정패했다.

임애지는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복싱은 동메달결정전을 치르지 않고 준결승에서 패한 선수 2명 모두에게 동메달을 준다.

이로써 한국은 2012 런던 대회 한순철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복싱 메달을 수확했다.

여자 복싱만 놓고 보면 최초 메달이다. 여자 복싱이 2012 런던 대회에서 올림픽에 처음 도입된 이후 한국은 한 번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임애지가 복싱계에 입문한 것은 화순중 2학년 때였다. 화순초등학교 5학년 때 육상을 했는데, 진학한 중학교에 육상부가 없어서 아쉬워하던 참에 집 근처에 있는 복싱체육관이 눈에 띄어 들렀다가 복싱에 매료되면서 취미로 시작했다.

운동이 하고 싶어 시작한 복싱이지만 임애지의 재능은 남달랐다. 복싱에 입문한지 1년 만인 화순중 3학년 때부터 가능성을 보였다. 당시 여중부 전국대회가 없는 탓에 전국대회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화순군수배 복싱대회 등 지역에서 열린 2차례 대회에 출전해 모두 우승했다. 특히 일반부 여자 선수들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고 싸워 우승할 정도로 배짱이 두둑했다.

임애지는 뛰어난 기량과 두둑한 배짱을 갖췄으면서도 부지런했다. 부단한 훈련과 꼼꼼한 경기 피드백도 놓치지 않았다.

매일 기상 이후 새벽 1시간30분 동안 중·단거리 달리기 훈련, 방과 후에는 4시간 동안 체육관에서 줄넘기와 샌드백 훈련에 전념했다. 아파도 훈련을 거르는 날이 없었다.

경기 전에는 촘촘한 상대 선수 분석과 전략을 세웠고, 경기 이후에도 보완할 부분을 기록하며 복싱에만 전념했다.

임애지의 노력은 ‘2017년 세계유스여자복싱선수권대회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냈다. 전남도대표 선수로 활동하던 임애지는 60㎏급 결승전에서 이탈리아 선수를 꺾고 한국 여자 복싱 사상 최초 세계대회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여자 복싱의 새 역사를 장식했다.

또 2020년 3월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복싱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여자 페더급(57㎏급) 8강전에서 인도의 사크시를 상대로 5-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둬 준결승에 오르며 한국 여자복싱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이란 쾌거를 이뤘다.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인 도쿄 올림픽에서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심기일전한 임애지는 고강도 훈련을 통해 파리 올림픽 출전 티켓을 다시 따내며 재도약에 나섰고, 12년 만에 한국 복싱 올림픽 메달이자 여자 선수 최초 올림픽 메달 주인공이 됐다.

임애지는 경기 후 “결과는 아쉽지만 후회되지 않는다. 가능성을 본 무대였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실전처럼 하는 연습을 더 많이 해 경기력을 실전 만큼 끌어올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화순 하니움 문화체육센터에서 지역주민과 딸의 경기를 지켜본 어머니 이영애 씨는 결승 진출 실패에 아쉬워하면서도 자랑스러워했다.

이영애 씨는 “(임)애지가 잘 싸웠는데 편파 판정으로 져서 아쉽다. 금메달을 향한 도전은 좌절됐지만 한국 여자 복싱 사상 최초 메달을 따내는 역사를 써서 자랑스럽다”며 “투기 종목에서 여자가 올림픽에 나가는 것만 해도 대단하고 어깨와 다리 등의 부상에도 힘든 티를 내지 않고 힘있고 씩씩하게 뛰는 걸 보니 대견하고 안쓰럽다”고 말했다.

이어 “애지가 오면 엄마표 감자탕을 해주고 싶고 밤새 수다를 떨면서 격려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