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규 광주시 상임행정옴부즈만 |
삶에 대한 너무나도 적나라하면서 근본적인 이 물음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대문호 톨스토이가 1885년 저술한 단편소설의 제목이다. 누구나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작가의 작품이기도 하고,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는 제목만으로도 책을 읽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소설은 작은 마을에서 구둣방을 운영하는 세몬이 추운 겨울 교회 앞에 벌거벗은 남자 미하일을 집으로 데려오면서 시작된다. 외투 하나 장만하기 힘든 가난한 생활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는 마음 따뜻한 세몬 부부 밑에서 미하일은 구두 만드는 법을 배운다. 사실 미하일은 하늘에서 내려온 날개 잃은 천사였다. 그가 여러 사건을 겪으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포함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은 뒤 하늘로 올라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질문을 좀 더 명확하게, 혹은 좀 더 답하기 쉽게 바꿔보자. ‘사람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개개인마다 그리고 주어진 상황과 시기에 따라서도 답은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무수한 답이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그 종착역에는 시민이 있을 것이다. 우리 광주시를 포함한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의 삶을 좀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우리시는 시민의 삶을 구석구석 살피기 위해 행정옴부즈만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2022년 1월 공식 출범한 광주광역시 행정옴부즈만위원회는 총 7명의 위원이 고충민원 해결과 불합리한 행정제도 개선에 분주히 뛰고 있다. 과거 행정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시민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불편사항을 해결할 방안을 찾아 시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열린 행정을 통해 행정의 신뢰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 밖에 요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악성민원을 사전에 예방하는 순기능도 있다. 자칫 악성민원으로 변화할 수 있는 민원에 대하여 행정옴부즈만위원회가 제3자의 공정한 시각에서 문제를 들여다봄으로써 민원 처리결과에 대한 민원인의 신뢰성과 수용성을 높여 또 다른 시민인 공무원이 합리적이고 소신 있게 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 한 해 동안 열일곱 차례 회의를 개최하였고 582건의 고충사항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살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 더 나아가, 시민생활과 밀접한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는 데에도 힘써, 공중화장실 범죄예방 제도개선과 정수예고장 통지방식 개선 등을 시정에 제안하고 반영하여 좀 더 나은 광주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었다. 올해는 광주시 산하 공공기관 채용공고와 다자녀 지원 제도개선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톨스토이의 답은 바로 ‘사랑’이었다. 우리시 행정옴부즈만위원회에서 하는 일련의 일들이 시민을 향한 사랑의 다른 표현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행정옴부즈만위원회는 사람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누구도 소외되고 고통받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고 따뜻하게 살필 것이다. 동시에 시민에게 불편하고 부당한 제도와 관행에 대해서는 차갑고 매서운 눈으로 바라볼 것이다. 또한 다양한 목소리를 시정에 담아내기 위해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시민과 발맞춰 걷는 위원회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어느새 완연한 여름이다. 행정옴부즈만위원회가 광주시민에게 무더위 속 이마에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 되고 기대어 쉬어갈 그늘이 되어, 사람이 살아가는 맛이 나는 ‘내일이 빛나는 기회도시 광주’에 조그마한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