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보장” '투자리딩방 사기' 기승…대책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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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수익 보장” '투자리딩방 사기' 기승…대책마련 시급
‘비대면사회’ 약점 노린 신종범죄
광주서 18억원대 피해사례 발생
인공지능 이용 등 수법 치밀해져
"경고 메시지 등 신속한 대처를"
경찰, ‘사전차단·검거’ 연계 활동
  • 입력 : 2024. 06.20(목) 18:45
  •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광주경찰청.
최근 비대면 사회의 약점을 파고든 ‘투자리딩방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인 시장 호황과 맞물린 신종사기 수법에 경찰은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치밀하게 진화해 가는 사기범죄에 맞설 정교한 대응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자리딩방’이란 SNS,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텔레그램 등을 통한 온라인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투자 종목을 추천하거나 매매시점을 알려주는 등 투자를 이끌어 준다는 의미(leading)에서 나온 신조어로 ‘투자리딩방 사기’는 최근 급성장한 코인 시장과 맞물려 탄생한 사기 범죄 수법이다.

● 거짓정보로 투자금 챙겨 잠적

20일 광주경찰에 따르면 사기범죄 발생 건수는 지난 2019년 7760건에서 2023년 9742건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범죄 중 사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17.5%에서 2023년 23.2%로 상승했다.

이는 투자리딩방 사기를 비롯해 금융·통신 발달과 비대면·초국경의 특성을 보이는 신종사기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에도 광주에서 투자리딩방 사기 피해자가 속출했다. 광주경찰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사기범 일당은 28명으로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가상자산 매매 종목을 추천하거나 가치가 없는 암호화폐가 상장될 것처럼 속여 50여명을 상대로 18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6명이 구속됐고 22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무료 정보 제공’, ‘수익 보장’, ‘원금 보장’ 등의 문자로 참여자를 유인해 리딩방 참여를 유도한다. 리딩방에 들어오면 일명 ‘바람잡이’로 불리는 소수의 인원이 허위 수익금 사진을 발송해 참여자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이후 범죄조직이 만든 가짜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에 접속하게 해 거짓 정보를 제공, 투자금을 편취한 뒤 잠적한다. 최근엔 인공지능(AI)을 통한 목소리 변조, 얼굴 변형 등 범죄 수법은 치밀하게 진화하고 있다.

남부경찰 관계자는 “눈에 보이는 폭행, 사고 등과 비교해 훨씬 까다로운 범죄가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사기 행위다”며 “코로나를 겪으며 비대면 사회로 접어든 것이 한번도 만난 적 없는 낯선 이에게 온라인상에서의 대화만을 통해 수천, 수억원의 돈을 거래하게 된 근본적 이유”라고 진단했다.

이어 “투자리딩방 사기는 코인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다. 피해자들의 연령대를 보면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며 “범인을 잡더라도 투자한 금액을 되돌려 받기 쉽지 않을 때가 많다. 투자리딩방 사기범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투자한 돈이 사방으로 퍼져 피해액을 추적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 ‘피해 예방’ 대국민 홍보 필요

신종 사기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사기범죄 검거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일상을 파고드는 사기범죄를 막을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은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투자리딩방 사기로 인한 피해자가 9360명이고 피해액은 약 24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며 “이후 수사되고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피해액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투자리딩방 사기범죄에 대규모 피해가 속출하는 이유로 ‘인간의 본능’을 뽑았다. 그는 “속수무책 당하는 피해자가 많은 이유는 인간 본능의 결함을 이용한 범죄이기 때문”이라며 “사기범들은 인간의 심리적 약점을 이용해 치밀한 수법을 동원하기 때문에 그에 대응할 정교한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예방 대책으로 체계적인 대국민 홍보 교육을 통해 투자사기의 수법과 위험성을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난 문자나 실종자 알림과 같은 경고성 메시지를 신종사기 수법에 적용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며 “피해자 규모가 확장되기 전에 신속한 대처를 위한 전파력을 늘리는 것도 일종의 대응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광주경찰은 지난 3월 투자리딩방 사기를 포함한 ‘10대 악성사기’ 근절을 목표로 강력한 수사 활동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10대 악성사기’를 척결 대상으로 △사기 피의자 추적·검거 강화 대책 시행 △피해 회복 및 예방홍보 활동 강화 등 다각적인 추진 전략을 실행해 나갈 방침이다.

사기 검거율 제고를 위해 시경 형사기동대 및 기동순찰대에 ‘검거전담팀’을 설치·운용하고 사기 피의자 및 지명수배자에 대해 집중적인 검거활동에 나선다. 신고와 제보 등 데이터를 분석해 최신 유행 사기 수법이나 신·변종 사기 수법이 확인된 경우, 지속적 홍보를 통해 시민들의 사기범죄 피해를 예방한다. ‘범죄수익추적수사팀’을 중심으로 악성사기 피해금에 대한 적극적인 범죄수익 추적과 철저한 보전 조치로 ‘사전차단-검거’ 및 피해회복을 연계할 예정이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