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외식비’ 줄인다… “손님 없어 저녁장사 포기”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경제일반
고물가에 ‘외식비’ 줄인다… “손님 없어 저녁장사 포기”
소비심리 위축… 음식점 매출 급감
영세상인 “단골 끊길까 값 못올려”
김 등 식재료값 줄인상 순익 타격
공공요금 인상… 물가상승 부채질
  • 입력 : 2024. 06.17(월) 18:20
  •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최근 서울지역 삼겹살 1인분(200g) 가격이 2만원에 달하는 등 외식 물가가 치솟으면서 소비심리 위축이 심화되고 있다. 광주에서 판매되는 삼겹살의 경우 평균 1만5289원으로 다른 지역과 비교해 낮은 가격을 보였지만, 최근 3년 가격 동향을 보면 2021년 12월 처음으로 1만3000원대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사진은 광주 동구의 한 삼겹살집 메뉴판.
“고물가에 다들 외식비부터 줄이니 저녁에는 식당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17일 오전 광주 서구의 한 분식집에서 만난 손영미(53)씨는 물가가 올라 장사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손씨는 “장사를 시작한 지 2년째인데 저녁 장사를 완전히 포기한 적은 처음이다”며 “지난 2월부터 매출이 줄기 시작했고 4월에는 최저치를 찍었다”고 말했다.

아파트단지 내 상가에 자리 잡고 있는 손씨의 분식집은 가볍게 끼니를 때우려는 근로자들이나 동네 주민들이 주로 찾는다. 하지만 물가가 치솟은 후로는 점심을 해결하려는 직장인 말고는 다른 손님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얼마 남지 않은 손님들마저 끊길까 봐 손씨는 음식 가격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손씨는 “테이블이 4개밖에 없는데도 점심시간에 꽉 차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김값은 거의 두배가 올랐고 다른 식재료값도 모두 올랐지만 손님이 오지 않을까 봐 음식 가격을 올리기가 힘들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고 하소연했다.

광주 동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형길(78)씨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고깃값도 올랐지만 채소값이 또 오른다고 하니 걱정된다. 지난달에는 양파값이 올랐고 이달에는 대파값이 올랐다. 남들이 보기에는 재료값 몇백원 오르는 게 별거 아닐 수 있겠지만 순이익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단골 손님들이 발길을 돌릴까 음식값도 마음대로 올리지 못한다. 인건비·전기세·재료비 등 다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최근 삼겹살과 김밥, 자장면, 냉면 등 서민들이 많이 찾는 외식음식을 중심으로 가격이 치솟으면서 소비심리 위축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불필요한 소비를 막기 위해 ‘외식비부터 줄이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갈수록 깊어만 가고 있다.

이날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광주·전남지역 주요 외식품목 8개 중 지난해 6월과 비교해 가격이 오른 품목은 광주 7개, 전남 7개에 달한다. 광주는 김밥, 자장면, 냉면, 삼겹살, 비빔밥, 김치찌개 백반 등 칼국수를 제외한 모든 품목이 올랐으며 전남은 삼계탕을 제외한 모든 품목이 올랐다.

광주지역에서 판매되는 삼겹살의 경우 1인분(200g)에 평균 1만5289원으로 다른 지역과 비교해 낮은 가격을 보였지만, 최근 3년 가격 동향을 보면 2021년 12월 처음으로 1만3000원대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달 1만4844원에 비해 445원 올랐고, 2년 전 (1만4044원)과 비교하면 1245원 상승했다.

한식·분식집에서 자주 찾는 광주지역 비빔밥 가격은 지난 5월 기준 9900원으로, 전국에서 세번째로 비쌌다. 지난해 같은 달 9300원과 비교해 600원 비싸졌고 2년 전 같은 달(8700원)과 비교하면 무려 1200원 올랐다. 최저시급 기준 1시간(9860원)을 꽉 채워 일해도 비빔밥 한 그릇 사먹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 서민음식인 김밥과 자장면의 가격도 크게 올랐다.

김밥 한줄 평균 가격은 334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3160원과 비교해 180원 올랐으며, 2년 전 2900원에 비해서는 440원 상승했다. 김 수출 확대, 작황 부진 등의 이유로 지난 3일 광주 양동시장 소매가격 기준 김 10장 가격(1310원)이 1년 전 800원과 비교해 63.8% 상승하며 2000원대였던 ‘김밥 한 줄’ 가격이 3000~4000원대까지 오르고 있다. 자장면 역시 한그릇 평균 68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6300원)보다 500원 비싸졌으며 2년 전(6100원)과 비교해 700원 올랐다.

여기에 가스비·전기료 등 공공요금도 오르면서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5월 광주·전남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광주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9%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전년동월대비 도시가스는 2.4%, 전기료는 1.6%, 지역난방비는 12.2% 올랐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0% 보합, 전년동월대비 3.0% 증가했다. 광주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1%, 전년동월대비 3.2% 각각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은 전월대비 1.0% 하락, 전년동월대비 9.6%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전월대비 2.6% 하락, 전년동월대비 16.6% 상승했다. 그 중 신선과실류는 전월대비 1.3% 하락, 전년동월대비 40.7% 올랐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