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욱일기 논란’… ‘민주의 도시’ 광주도 예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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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日 욱일기 논란’… ‘민주의 도시’ 광주도 예외 아니다
‘부산 현충일 욱일기 게양’ 공분
전국 지자체, 전범기 대책 골몰
서울 등 5개 광역단체 조례 제정
광주시 게양 막을 관련조례 없어
  • 입력 : 2024. 06.11(화) 18:20
  • 노병하·정성현 기자
부산 수영구의 한 아파트에서 욱일기를 게양한 입주민이 올린 사과문. 독자 제공
현충일인 지난 6일 부산 수영구의 한 주상복합건물 고층 창문에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가 내걸려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사진 아래는 지난 7일 오전 욱일기가 철거된 모습. 뉴시스
현충일인 지난 6일 부산 한 주상복합건물에 일본 욱일기가 내걸려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국 지자체들이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민주의 도시인 광주에서도 유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지역 정가 등에 따르면 ‘부산 현충일 욱일기’ 사건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전범기 제재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산 욱일기의 경우 현충일에 내건 것이 더욱 큰 공분을 샀다. 현충일은 국토방위에 목숨을 바친 이의 충성을 기념하는 날로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순국선열 및 전몰장병의 숭고한 호국정신과 위훈을 추모하는 행사를 하며 조기를 게양하게 돼 있다. 이런 날 다른 국기도 아니고,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자 전범기인 욱일기가 게양됐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전범기를 내건 A씨는 직업이 의사로 지방자치단체와 법적 갈등을 빚는 문제를 공론화하려고 욱일기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루만인 지난 7일 ‘욱일기를 게양한 저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상당수 국민들은 전범기를 내걸었을 때 막거나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다.

실제 세종시의회는 해당 사건 직후 일장기·욱일기 사용 금지를 위한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현 시의원이 발의한 조례 명칭은 ‘세종특별자치시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의 공공사용 제한 조례안’으로 오는 17일 세종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심의를 거쳐 21일 정례회 2차 본회의에 상정된다.

세종시는 지난해 3·1절 한 아파트에 일장기가 걸리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당시 아파트 주민들의 지속적인 항의와 세종시, 경찰의 요청으로 일장기가 내려졌다.타 지역에서는 이미 관련 조례가 만들어져 있다. 서울을 비롯해 인천, 경남, 충남, 울산 등 광역단체들은 비슷한 조례를 시행 중이고 서울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서울시 중랑구, 경기도 하남시 등 일부 시도 교육청과 기초지자체도 조례를 통해 욱일기 게양 금지에 동참하고 있다. 다만 해당 조례에는 공식적인 처벌 규정은 없다.

그렇다면 민주화의 도시인 광주는 어떨까. 지난 7일 광주시의회에 문의한 결과 욱일기와 관련된 조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에서는 지역 정서상 욱일기 게양을 한 경우는 없지만, 이번 사건처럼 개인적인 문제를 공론화 하기 위해 내걸 확률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시선을 집중시킨 후 사과를 하고 내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주의 환기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 지역이 입는 피해는 막대하다. 전범기가 게양됐을 경우 쏟아지는 비난은 단순히 개인적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부산의 경우 개인에 대한 비난과 더불어 엄청난 지역 비하가 인터넷에서 쏟아졌고, 부산시청에 항의하는 글도 게시됐다.

또 다른 문제는 ‘물타기’다. 5·18 왜곡을 유행처럼 하고, 친일 성향까지 지닌 일부 우익 사이트 등에서 전범기 게양과 관련해 “이것이 무슨 문제냐”, “대한민국과 일본과의 우호 증진이 될 것”, “단순히 깃발 하나를 국가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말이 되냐” 등의 의견이 게재되면서 마치 전범기가 단순한 깃발인 것처럼 호도하는 일들도 발생하고 있다.

정진혁(48·일곡동)씨는 “현충일에 버젓이 개인적인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전범기를 거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심지어 내리라고 해도 버티면 내릴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사는 곳이 대한민국이 맞나 싶다”고 말했다.

강기호(36·금호동)씨는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 관련 조례가 없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한 뒤 “유럽에서 독일 나치 깃발을 걸면 어떻게 되는 줄 아는가. 경찰 출동은 당연하고, 해당 집에 테러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어 “허용돼야 할 것이 있고, 그렇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면서 “전범기 깃발 아래 쓰러져간 독립투사나 윗세대가 얼마나 많았나. 어처구니가 없어 말조차 안 나온다”고 말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요즘 왜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지 모르겠다”며 “이번 일들을 계기 삼아 강력한 ‘처벌법’을 만들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만 할 것”이라며 처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광주시의회 관계자는 “현재 관련 조례는 없지만, 지역에서 그런 일이 발생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만들어질 예정이냐는 질문에는 “의원님들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노병하·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