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광주 메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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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광주 메세나
도선인 취재2부 기자
  • 입력 : 2024. 06.10(월) 18:19
도선인 취재2부 기자.
문화·예술에 대한 후원을 의미하는 단어인 메세나(Mecenat)는 로마 제국 초대 황제인 옥타비아누스의 측근 마이케나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마이케나스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최고 권력자의 곁에서 철저한 그림자이자 막후 참모로 남으며 문(文)으로 왼팔 역할을 했다.

카이사르(시저) 암살 직후 그의 후계자인 옥타비아누스가 경쟁자들을 꺾는 데는 마이케나스의 공작이 빛을 발했다. 교섭을 위해 밀사로 파견된 그는 공식 직함도 없었으나 고관들을 요리해 상황을 유리하게 바꿨다. 아마 상대방의 속내를 파악해 현실 인식을 바꾸게 하는 능력이 탁월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옥타비아누스가 로마를 비울때는 그를 대신해 무한한 권력으로 잡음이 나지 않게 관리했다. 공식 직함도 없이 불만 세력을 억누르는 것 역시 공작 능력이 뛰어나야 하는 일일 것이다.

역사에 공개할 수 없는 공로로 그는 아우구스투스가 된 옥타비아누스로부터 큰 보상을 받지만 끝까지 그림자로 남는다. 그런 음험한 마이케나스는 문학과 예술의 후원자기도 하다.

가장 위대한 작가로 꼽히는 베르길리우스와 호라티우스를 후원하며 그들의 저작을 직접 챙기며 격려했다. 물론 제국 초기 로마의 영광을 다루는 ‘정치적 후원’ 성격이 강했으나 그가 아니었다면 베르길리우스 등은 빈농으로 남아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했을 터이다. 마이케나스 스스로도 직접 작품을 남겼지만 높은 평가를 받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는 예술을 선망했던 지망생이 아니었을까. 어쨌건 그의 후원은 진정성을 충분히 인정받아 200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이름을 남기고 있다.

광주를 대표하는 국제적 미술행사 광주비엔날레 대표로 전 국회의원이나 광주시장의 측근 인사 등이 거론돼 왔다. 그들이 문화예술에 어떤 조예가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문화계를 위한 부인할 수 없는 기여를 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로 올해 기관, 단체 할 것 없이 광주 문화계 전반에서 예산 삭감 소식이 들린다. 이들은 메세나에 동참할 기업을 찾는 식으로 삭감된 예산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한다. 어려운 시절이기에 절박한 문화계 바깥의 메세나 운동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