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주목하지 않은 당신 곁의 죽음에 관한 보고서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세상이 주목하지 않은 당신 곁의 죽음에 관한 보고서
산재일기
이철 | 아를 | 1만6800원
  • 입력 : 2024. 06.06(목) 16:37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산재일기.
극작가 겸 연출가 이철의 희곡 ‘산재일기’는 산업재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17명의 인물, 20여 차례의 만남, 50여 시간 분량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 이들과 오랜 세월 동안 연대해온 시민단체 활동가, 하청노동조합 간부와 그의 아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힘을 보탠 변호사, 1988년 원진레이온 사태의 피해자를 치료했던 의사, 유해 환경에서 일한 엄마의 배 속에 있다가 희귀병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 사고로 죽은 청년 노동자의 친구들 등 산업재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인물 17명의 목소리를 두 명의 배우가 대신 전달하는 실험적인 형식의 희곡이 펼쳐진다. 그 생생한 목소리들이 쌓여갈수록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산업재해 통계 뒤에 가려진 노동자들의 절망과 아픔, 남겨진 이들에게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삶과 투쟁을 핍진하게 드러낸다.

2022년 고 노회찬 의원 4주기 추모 연극으로 처음 무대에 오른 ‘산재일기’는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아 입소문을 타고 2023년 봄 대학로에서 다시 공연되었다. 이 책에는 ‘산재일기’ 원작 희곡에 더해 작품 기획과 구상, 무대 연출을 위한 고민이 녹아 있는 ‘작가 노트’, 작품 속에 인터뷰이로도 등장하는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전수경의 에세이, 연극평론가 김소연의 해설이 함께 수록되었다.

‘산재일기’는 무미건조한 통계 수치 뒤에 가려져 있던 노동자들의 삶과 죽음이 우리의 노동, 우리의 삶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강력한 진실을 보여주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도록 요구한다는 점에서 희곡이라는 형식을 넘어 르포 문학의 영역으로까지 지평을 확장한다. 저자 이철은 2010년 본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유산’이 당선되면서 극작가로 데뷔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