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학생들 오월영령 추모 행렬··“희생 잊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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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학생들 오월영령 추모 행렬··“희생 잊지 않을 것”
화순·담양·완도·나주·장성 등지서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묘비닦기
교사 “불의에 저항하는 어른 되길”
5월1~12일 평균 1050여 명 참배
  • 입력 : 2024. 05.13(월) 18:39
  • 나다운·윤준명 수습기자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5일 앞둔 13일 화순 능주중학교 3학년 학생 54명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윤준명 수습기자
5·18민주화운동 44주기 주간을 맞아 오월영령을 추모하는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13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는 민주열사들을 기리려는 완도·화순 등 전남 5개 지역의 학교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9시 20분께 ‘임을 위한 행진곡’이 민주묘지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화순 능주중학교 3학년 학생 54명이 첫 참배객으로 추모탑 앞에 늘어서 묵념했다.

박채연 양은 “‘택시운전사’ 영화를 본 이후부터 5·18민주화운동에 관심을 가졌다. 민주열사 중 어린열사가 많더라”며 “젊은 나이에도 민주주의를 위해 앞장섰던 그들의 용기가 대단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인솔교사 이우형(32)씨는 “세월호 참사 때 팽목항에 방문했는데, 글과 사진으로 보는 것과 현장을 찾아 느끼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았다”며 “수많은 희생으로 민주주의를 지켰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불의에 맞서는 어른으로 자라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화순제일중학교에서는 3학년 6개 학급, 140여 명의 학생이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학생들은 오월영령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고 낮은 소리로 되뇌며 고개를 숙였다.

김성우군은 “조국의 발전과 민주화를 위한 민주열사들의 희생에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5·18민주화운동을 잊지 않고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지원군은 “민주묘지에 온 건 처음이다. 실제로 와 보니 그날의 현장이 머릿속에 그려져 마음이 아팠다”며 “학교에서 5·18민주화운동 관련 문학작품을 읽거나 영화를 감상하는 등 다양한 교육을 받았다. 앞으로도 오월영령들에 대한 관심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5일 앞둔 13일 화순 도곡중학교 학생 54명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묘비닦기 활동을 진행했다. 나다운 수습기자
화순 도곡중학교 전교생 54명은 준비한 수건 등으로 정성스럽게 비석을 닦고 묵념을 올리며 오월 영령들을 위로했다.

학생회장 이온유(15)군은 “44년 전 5월 당시 대학생이었던 아버지가 서울에서 시위에 참여하다 구금되기도 했다”며 “5·18민주화운동은 지역 내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관심이 많다. 묘역에 잠들어 있는 영령들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양찬휘(14)양은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 대해 감사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오늘 묘비닦기 활동으로 민주열사들이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안학교 담양잇다자유발도르프학교 학생 15명은 참배에 앞서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를 낭독하고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했다.

역사를 가르치는 임준제(49)씨는 “작년부터 학생들과 민주묘지를 찾았다. 매년 5월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한다”며 “시를 낭독하고 노래를 부르는 추모식을 학생들이 준비했다.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것과 현장을 찾는 것은 다르다. 수업 시간에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승원(14)양은 “5·18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자세히 알고 나니 안타깝고 슬픈 마음이 든다“며 “5·18민주화운동 주간에 민주묘지를 찾게 돼 뜻깊다”고 말했다.

완도교육지원청에서는 관내에 위치한 6개 학교, 18명의 학생이 대표로 민주묘지를 찾았고 나주에서는 4개 학교 학생회장으로 구성된 학생연합회가 민주묘지에 방문했다.

이태희(26) 완도여중 인솔교사는 “아이들이 5·18민주화운동을 바로 보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며 “역사교사로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군부에 저항했던 시민들의 모습을 중심으로 교육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 봉황초등학교 6학년 김지호군은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고 나서 묘역에 들르니 느낌이 다르다”며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휘둘렀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이 없도록 관련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성에서도 11개 학교에서 18명의 학생이 대표로 민주묘지를 참배하며 오월 정신 계승을 다짐했다.

정인서(18) 장성여자중학교 학생회장은 “이번 참배를 통해 우리 고장 출신의 열사에 대해 알게 됐다”며 “그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모 열기는 5·18민주화운동 추모 기간 계속해서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립5·18민주묘지 관계자는 “5월 1일부터 12일까지 일 평균 1050여 명이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며 “매년 5·18민주화운동 주간에 들어서는 방문객이 2000~3000명 규모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나다운·윤준명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