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배운 한 꼭 풀고, 사회 위해 일하고파”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못배운 한 꼭 풀고, 사회 위해 일하고파”
●올해 첫 검정고시 시험 진행
광주 1260명· 전남 754명 응시
자녀응원 속 70대 부부도 시험
맥지청소년 사회교육원생 참여
재소자들 “봉사활동 하고싶어”
  • 입력 : 2024. 04.07(일) 18:19
  • 글·사진=나다운·박찬·윤준명 수습기자
지난 6일 광주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이 검정고시를 보고 있다. 광주교도소 제공
지난 6일 광주 북구 광주공업고등학교에서 올해 첫 검정고시가 열린 가운데 응시자들이 시험을 치르기 전 공부를 하고 있다. 나다운 수습기자.
지난 6일 오전 광주 광산구 전남공업고등학교 정문 앞. 올해 첫 검정고시가 시행되는 곳으로 오전 일찍 승용차 한대가 멈춰섰다. 머리 희끗한 백발의 김모(70대)씨 부부가 책가방을 메고 ‘검정고시 기출문제집’이 적힌 책 두세권을 손에 든 채 내린다.

김씨 부부가 교문에 들어서자 등뒤로 “엄마·아빠 시험 잘 보고 와”라며 응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김씨 부부는 씨익 웃어보이곤 이내 교실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김씨 부부는 광주 서구 한 국밥집을 운영하며 슬하의 자녀 4명을 키워냈다. 김씨는 어려운 집안 형편탓에 초등학교만 졸업한 뒤 일찍부터 산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의 아내 이씨도 마찬가지.

김씨는 “6개월은 준비기간이 너무 짧았다”면서도 “그래도 한번에 합격하자”며 의지를 불태웠다.

이씨는 “학교를 못 나온 평생의 한을 오늘 풀겠다”며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했지만 재밌었다. 떨어지더라도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전남에서는 정규 교육과정 미이수자들에 학력 인정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올해 첫 초·중·고졸 검정고시가 열렸다.

광주시·도교육청에 따르면 광주는 초졸 98명, 중졸 190명, 고졸 972명 등 1260명, 전남은 초졸 70명, 중졸 136명, 고졸 548명으로 총 754명이 응시했다.

광주지역 시험장은 전남공고(초·중·고졸)와 광주공고(고졸), 소년원생이나 재소자는 광주소년원과 광주교도소다.

8시가 되자 교문엔 학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그 중엔 고등학생 정도 앳된 학생들과 중장년, 만학도들도 보였다.

고졸 검정고시를 보기 위해 온 김모(17)양은 “시험장에 들어오니 떨린다”며 “나중에 성우나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검정고시를 발판 삼아 미래를 위해 나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 사이엔 함께 시험을 보러온 학교 밖 청소년도 있었다. 중·고졸 졸업 응시자로 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에서 100여명 학생들이 함께 시험을 보러왔다.

이미경 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 원장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학교 밖 청소년을 응원한다”며 “이번 시험에서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길 바라고 청소년들이 꼭 필요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여파로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많이 위축됐는데, 잘 이겨내길 바란다”며 “검정고시를 제2의 도약의 기회로 삼고 앞으로 더 멋진 미래를 꿈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중학교 2학년 딸을 응원하러 온 강완주(48)씨는 “큰 딸이 웹툰 관련 진로를 위해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른 나이부터 일반적인 아이들과 조금 다른 길을 걷는 아이가 걱정되기도 한다“며 “본인이 원하는 길에 확신을 가지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숙(64)씨는 “자녀를 키우느라 학교를 못 갔다”며 “고졸 합격증을 받으면 대학 입시에도 도전할 생각”이라고 했다.

같은 시간 광주교도소도 시험준비가 한창이었다. 재소자 김모(19)씨는 “평소 자기 전 2시간 자유시간을 활용해 공부했다. 수업은 못듣고 독학했다”며 “출소 후 수능을 준비해 약사가 돼 사회에 봉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정선 광주 시교육감은 “검정고시를 기회로 삼아 이루고자 하는 꿈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란다”며 “목표를 위해 열심히 달려온 모두가 자랑스럽다. 점수를 떠나 오늘을 위해 최선을 다한 만큼 보람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나다운·박찬·윤준명 수습기자